어릴적 고향모습 떠올리며 '프랑스 영화제' 기획한 고영림씨"다른 문화 이해하는 데 영화 한 편이 책보다 훌륭할 수도"

20여년 만에 본 고향 모습에 고영림 씨는 충격을 받았다. 이른 저녁만 돼도 한산하고 을씨년스러운 제주시 칠성로를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한때 제주시 중심가에서도 가장 번성하고 활기 넘쳤던 동문로터리가 그녀의 고향이다.

▲ '프랑스 영화제'를 기획한 고영림 씨.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고 씨는 “칠성로를 신나게 오가던 추억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20대 때 떠나와 지금은 50대가 됐다. 지금의 칠성로 모습은 ‘말이 안 된다’. 이곳에서 북적북적 뭔가 해보자는 생각이 밑에 깔린 의도”라고 말했다.

25일 칠성로에 자리잡고 있는 영화예술문화센터(옛 코리아극장)에서 열린 ‘프랑스영화제’가 실은 개인적 기억에서 출발했다고 고 씨는 고백했다.

“프랑스 영화는 곧 ‘다양성’이다. 장르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또 프랑스 문화 자체가 ‘다양성’이기도 하다. 이런 문화가 제주도 젊은이들에게도 전달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프랑스학을 전공한 고 씨는 제주대학교에서 ‘프랑스문화의 이해’를 가르치고 있다. 프랑스 영화는 학생들에게 프랑스 문화를 이해시키기 위한 ‘유용한 도구’였다.

“서울서 공부할 때 프랑스문화원 안 영화감상실 ‘살 드 르느와르’를 들락날락 거리며 영화를 통해 프랑스문화를 접했어요. 동시에 영화 마니아이기도 했고요.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데 영화 한 편이 더 훌륭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때부터 했던 것 같아요”

고 씨는 ‘400번의 구타(프랑수아 트뤼포, 1959)’, ‘8명의 여인들(프랑수아 오종, 2002)’ 같은 거장의 영화를 비롯해 ‘코러스’ ‘마르셀의 추억’ 같은 대중적인 영화를 선정했다.

첫 날 열린 ‘프랑스영화제’는 ‘성황리’에 열렸다. 400석 규모의 상영관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미처 객석에 앉지 못한 관객들은 계단에 앉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 개막작 '탕기' 상영후 주한프랑스대사관 다니엘 까뻴리앙 영상교류담당관과 자유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개막작 ‘탕기’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프랑스 가정내 부모와 자식 간 갈등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다. 한국 문화와는 다른 프랑스의 자유분방한 문화를 코믹함을 섞어 거부감 없이 보여줬다.

이 영화제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올 가을이나 내년 봄 쯤 다시 개최할 예정이다.

고 씨는 “여행을 떠나진 못하지만 두 시간 동안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기회를 가져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영화제는 27일까지 매일 오후 2시, 4시, 7시에 진행된다.

문의=070-7010-5367.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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