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만인보②] '촘촘한 그물망' 529기 송전탑 중산간 경관 저해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이 통과된 지 20년이 흘렀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합니다. 20년 동안 제주에는 개발 광풍이 불어닥쳤습니다. 하지만 개발에 대한 이익과 환경파괴, 그리고 성찰은 없었습니다. 창간 7주년을 맞은 <제주의소리>와 20년이 된 <제주참여환경연대>, 그리고 <천주교 제주교구 생명특별위원회>는  특별기획으로 제주개발의 빛과 그림자를 현장에서 찾아보려 합니다. '한라산 만인보'가 그 프로젝트입니다. 한라산 만인보(萬人步)는 '제주의 과거를 거슬러 미래를 밝히기 위한 만인의 행보'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올바른 제주개발의 대안과 방향성을 찾아보려 합니다. - 편집자 주
 
한라산을 중심으로 성산일출봉을 비롯한 360여개의 오름, 용암동굴 등 제주의 경관은 신이 빚었다고 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는'생물권 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인증 등 이른바 유네스크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또한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에도 제주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오를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제주경관을 망치는 주범이 있다. 바로 제주도를 동서남북으로 그물망처럼 쌓아놓은 거대한 철탑 '송전탑'이 그것.

   

높이 50m에 이르는 송전탑은 제주전역을 수놓고 있는 368개의 오름 사이사이를 관통하며 제주를 동에서 서로, 남에서 북으로 이미 529기가 설치돼 있다.

중산간 지역에서 고개를 돌리면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도 잠시, 곧바로 흉물스런 철탑이 눈에 띄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오죽했으면 모 영화감독은 "송전탑 때문에 더 이상 제주에서 영화촬영은 힘들게 됐다"고 하소연했을 정도다.

# 제주전역 그물망 처럼 529기 송전탑 건설...중산간 지역 흉물로

제주에 송전탑이 들어선 것은 불과 20여년 밖에 안된다. 한국전력 제주지사는 1990년 제주발전소에서 신제주변전소까지 송전선로를 개설하면 송전탑 75기를 처음으로 가설했다.

이어 제주발전소에서 남원읍 신례리까지 107기, 1993년 안덕 창천변전소에서 신례리 91기, 1995년 신제주변전소에서 안덕까지 93기, 신제주변전소에서 한림변전소까지 45기, 1998년 안덕에서 서귀포시 신시가지까지 18기, 2001년 제주발전소에서 성산변전소까지 81기, 2008년 제주발전소에서 조천까지 19기 등 총 529기가 건설됐다.

   

한전이 송전선로를 이처럼 급속하게 건설하게 된 이유는 1990년대 들어 급속하게 관광개발이 이뤄져 전력수요가 급증해 졌기 때문. 한전은 기존 6만6000v 대신 15만4000v의 고압 송전선로를 건설를 대규모로 됐다.

1990년대까지 송전선로 건설에 대해선 큰 반발이 제주사회에서는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2001년 완공된 성산분기는 제주 동쪽의 오름군락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반대 운동이 나타나기도 했다.

시민단체는 한국전력에 제주 경관을 해치는 송전탑 대신에 지중화를 요청했지만 한국전력은 지중화 비용이 7배에서 20배 가량 든다는 비용문제를 이유로 거부했다.

한전은 이미 설치된 529기의 송전탑 외에도 올해 11월 완공을 목표로 남원읍 신례변전소에서 표선변전소까지 41기의 송전탑을 건설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의 반발로 올해 완공은 물건너 간 상태다.

한전이 송전선로 사업으로 지중화를 할 곳은 성선변전소에서 표선변전소까지 13㎞ 구간. 이 구간은 성읍민속마을과 수산굴 등 문화재가 있다는 이유다.

한전 관계자는 "송전탑은 1기당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 소요되지만 시민단체의 요구대로 지중화를 할 경우 비용이 7배에서 20배 정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며 "제주지역에서 한전은 매년 600억원 가까이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지중화 여력은 없다"고 말했다.

   

# 무공해 신재생에너지 풍력발전이 송전탑과 함께 경관 망치는 주범 전락

제주경관을 망치는 송전탑만이 아니다.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는 풍력발전까지 해안지역에서 서서히 중산간 지역으로 올라오면서 송전탑과 함께 제주경관을 해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풍력발전은 제주도가 추진한 행원풍력발전단지, 한경면 신창풍력그린빌리지, 한국남부발전의 제주한경풍력발전 등 대부분 해안지역에 있었다.

하지만 한국남부발전이 중산간 지역인 성산읍 수산리에 '성산풍력발전'을 실시하며 10기의 발전기를 설치하면서 민간사업자인 한신에너지가 삼달리에 11기를 건설했다.

또한 유니슨(주)도 성산읍 난산리에 '제주난산풍력발전' 단지로 5기를 건설하고 있고, 제주도 역시 표선면 가시리에 '가시리 풍력발전'으로 13기를 건설하고 있다. 중산간 지역에만 21기가 운전하고 있고, 18기가 건설 중에 있다.

풍력발전이 이처럼 중산간지역으로 이동한 이유는 공사의 편리성과 경제성 때문이다. 해안지역에 인구가 밀집하면서 각종 민원이 나타나자 마을공동목장 부지를 손쉽게 사들여 중산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와 함께 풍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로 정부의 보조금과 함께 한국전력거래소로부터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는 경제성이 있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원자력은 ㎾당 20-30원, 화력발전은 90원이지만 풍력발전은 160-170원에 구입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운전중인 50기의 풍력발전기를 통해 272억원의 수익을 얻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풍력발전기가 중산간 지역에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데 있다. 2010년 제주의 전력수급은 화력발전이 65.2%, 해저케이블 연계선 30.4%, 풍력발전 4.4%였다. 제주도는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력수급을 2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풍력발전을 이용해 전력수급을 20% 정도 올린다면 현재 동부지역 중산간에 한정됐던 풍력발전기가 전 지역으로 확산돼 제주의 자연경관은 끝장날 것으로 전망된다.

   

# 송전탑은 단계적 지중화로...신재생에너지 풍력발전은 해상으로

제주 경관을 해치는 송전탑을 당장 지중화하기에는 어렵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는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부터 기존 송전탑을 단계적으로 지중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영철 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성산분기 송전선로를 건설할 때 한전은 여건이 개선되는 대로 지중화를 하겠다고 약속을 한 바 있다"며 "동주비역 오름군락을 휘감는 송전탑부터 먼저 지중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용 문제에 대해서 홍 사무처장은 "국가와 자치단체, 그리고 한전이 공동부담을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기 위해 범국민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 시기에 송전탑 문제도 머리를 맞대서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새롭게 제주경관을 위협하는 풍력발전사업은 중산간 지역에 산발적으로 허가를 내 줄 것이 아니라 특정 해안지역이나 육상이 아닌 바다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홍구 제주오름보전연구회 대표지킴이는 "풍력은 신재생에너지로 제주의 소중한 자원이지만 경관자원을 망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잃어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해안지역이나 바다로 집중해서 건설된다면 오히려 새로운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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