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체제 개편위 운영, 어떻게 해야 하나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이하 행개위) 활동이 본격 시동됐다.  15명으로 구성된 행개위는 적실성(的實性)있는 합리적 행정체제 개편모형 창출 뿐 아니라 중앙부처. 국회 절충논리 개발까지 담당한다. 

 행정체제 개편문제는 이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우근민 후보가 도지사에 당선됨으로서 그 논의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예외 없이 어떤 형태로든 현행의 행정체제에 대한 개혁 등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흐름은 그 동안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고 단일 광역자치단체로 운영해 본 결과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데 따른 당연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행개위는 역사적 소명의식 가지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이고 경쟁력 있는 개편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행개위 운영 방향과 관련해서 두 가지 원칙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종합성과 독립성의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제주도는 2002년도에 제주도 행정개혁추진위원회(이하 행추위)를 30명으로 구성해서 시.군 폐지 논의를 담당하도록 했다. 그 당시에도 ‘조례제정→행정개혁추진위원회 구성→연구용역 발주→공청회 개최→도민투표’의 순으로 사업이 진행되었다. 이번의 경우도 그 과정은 비슷하지만 전담하고 있는 위원회의 성격은 분명 달라야 한다. 과거 행추위는 도민 투표에 회부할 최종안을 결정하지 못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이른바 혁신안이라는 5개의 안 가운데 1개를 선택, 이를 점진안과 더불어 도민투표에 회부하였다. 

 과문의 탓일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의문인 것은 그 당시에 어떤 기준으로 혁신이니 점진이니 하는 용어를 썼느냐 하는 점이다.

 이런 애매모호하고 행정편의적인 용어로 포장된 주민투표가 자치단체 성격에 대한 법률적인 지식이 부족한 도민들로 하여금 행정시와 자치시의 구분을 헷갈리게 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책임 있는 행추위라면 “자치 시.군을 없애서 하나의 단일광역자치단체로 갈 것인가, 말 것인가”만 도민투표에 회부했어야 했다.  행정의 무책임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작태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행정체제개편에 관한 모든 업무의 시작과 끝을 행개위의 책임아래 귀속시켜야 할 것이다. 제주도는 이에 대한 지원적 역할에 만 그쳐야 한다.

 어떠한 간섭이나 개입이 있어서는 안 된다. 도지사도 행개위 발족식 날 인사말을 통해 ‘행개위에 행정체제개편문제에 대한 사실상의 전권을 위임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과업지시서 작성, 용역기관 선정, 보고서 검토, 도민의견 수렴, 최종안채택 방안 결정 등 행정체제개편에 관한 모든 업무를  행개위가 종합적․주도적․독립적으로 처리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최종안에 대한 도민의 가부를 어떤 식으로 물을 것인가도 행개위가 결정해야 한다.

 도민투표방식이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긴 하지만 이외의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양한 모든 방안들에 대한 장단점, 비용편익분석을 통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행개위가 부닥친 이 같은 난제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것은 현재 15명으로 구성된 행개위에  우리나라 지방자치 학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행개위 활동에 대한 낙관적 조망을 하게 한다. 과거 행추위는 위원구성에 있어 각계각층의 대표성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행정계층구조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여 이와 관련한 정책 아젠다를 주도하는데 한계성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최종안 도출 때까지는 전문가의 역할이 주도적일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 있어서도 도민들의 의견을 사전에 듣는 작업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안들을 도민의 관점에서 균형을 잡는(civil balance)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작업을 통해 행개위가 제주도 여건과 특성에 부합하고 도민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여 경쟁력 있는 하나의 최종안을 선택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수용여부를 도민들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이렇게 해야 정책선택의 민주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끝으로 하나 더 지적해야 할 것은 행개위의 행정체제개편모형 검토대상은 편견이나 정치적 관점을 배제하여, 제주의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다양한 방안을 모두 망라해서 분석되어야 한다. 의회를 구성하지 않고 행정시장만 주민직선으로 결정하는 안도 하나의 검토 대안일 뿐이다. 기초자치단체 부활 등 거론 가능한 모든 안이 검토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또 만약 행개위 연구결과 현행체제유지 쪽으로 결론이 모아지면 체제개편의 논의가 중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 고충석 전 제주대 총장
 기초자치단체 부활과 관련해서도 한마디 첨언하자.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행정체제 개혁에 대한 역행이고, 중앙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특별법 개정이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다. 그렇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우리나라 행정체제 개편안은 주로 기초자치단체 폐지보다는 행정구역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와 행정의 효율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 있다. 관건은 제주의 여건과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기초자치단체 모형을 창출할 수 있느냐 하는데 있다. / 고충석 전 제주대(행정학과) 총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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