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칼럼] (1)조한혜정과 서남표

"교육과 관련하여 우리는 두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하나는, 배움이라는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지에 관한 질문일 것이다"

이 대목은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또 하나의 문화, 1996)의 '들어가는 글'에 나오는 조한혜정 교수의 생각이다. 이 두 가지 스스로의 질문에 대해서 그는 "지금 나는 아주 회의적이다"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이만이 아니라 우리 교육의 실패에 대한 증인과 증언들은 이곳저곳에 차고도 넘친다. 카이스트 총장 서남표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부임한지 얼마 안 되어, 누구든지 ‘교육에 성공한’ 아이들만 모인 영재교육의 산실이라고 여기는 우리나라 과학고를 몇 군데 방문하고 난 서남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것으로 당시 언론보도는 전했었다(동아일보, 2007.12.4).

영재가 아니라 공부기계만 만들어내고 있다는 탄식이었다. ‘공부기계’를 놓고 진정 ‘성공한 교육’이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조한혜정 역시 그의 표현을 빌린다면 ‘성공한 아이’들이 다닌다는 대학의 교수이다. 그러나 그이 또한 아이들에게서 ‘성공한 아이들’과는 다른 징표를 발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교수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바람직한 변화는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의 형태에 대해서 상상할 수 있는 곳에서 나온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이상적 교육은 어떠한 것이며 아이들 기른다는 것은 대체 어떤 것인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변화란 있을 수 없다. 지향하는 곳에 대한 감각이 없는 이들이 어떻게 그곳에 도달하는 방법을 알겠는가? 지금까지의 교육개혁이 매우 허망하게 제자리 걸음 내지 뒷걸음을 한 것은 바로 개혁을 하겠다는 이들 자신이 삶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가지지 못한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조한혜정의 회의(懷疑)는 우리 교육의 효율성이 아니라 타당성에 관한 것이다. 지향하는 곳에 대한 감각이 없기에 제대로운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교육에 실패하고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삶에 대한, 그리고 교육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해서 그것을 길러내는 데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김학준 이어도교육문화센터 이사장
2007년 카이스트 총장 서남표의 통찰은 정곡을 찌른 것이었다.

그러나 4년 사이에 서남표는 스스로 ‘공부기계’를 만들어내는 공장의 ‘괴물’이 되어 있었다. 지향하는 곳에 대한 감각! 서남표의 통찰은 거기에까지 이르렀어야만 한다.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KAIST의 총장이 아닌가, 서남표는? 대한민국의 ‘국격’은 딱 서남표 수준이다.  / 사단법인 이어도교육문화센터 이사장 김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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