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참여환경연대 교육문화센터 ‘자람’ 30일 개관식
카페식 소통 공간 눈길...“시민 사랑받는 장소 되길”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어둡고 칙칙했죠. ‘아, 사회활동하는 곳은 이런 곳이구나’란 생각이었어요”

“놀랐죠. 사무실 보단 카페 분위기이고 사용료도 공짜라니 자주 찾을 것 같아요”

카페식으로 바뀐 제주 참여환경연대 사무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사무실의 상당부분을 개조해 카페식 문화교육공간 ‘자람’의 문을 열었다. 지난 29일엔 관계자와 시민들을 초청한 정식 개관식도 가졌다.

과거 사무실은 오로지 회의를 위한 장소였다. 흰 칠판을 두고 책상과 의자가 정방형으로 놓여 있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조명은 어두침침했다.

‘이랬던 사무실이 화사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일단 사무실은 줄어든 대신 자람은 99평방미터(30여 평) 규모로 넓어졌다. 바닥은 나무느낌의 타일로 교체됐고 벽은 세련된 벽지로 도배됐다. 4인용 흰 테이블이 10여개 놓여있고 이를 둘러싼 벽을 따라선 ‘빠(bar)'형 책꽂이가 들어섰다.

고급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도록 간이 부엌도 마련됐다. 상큼한 향의 히비스커스와 원두커피가 1천원이다. 가능하다면 값을 더 치러도 된다. 여기서 모인 돈은 ‘자람’이 ‘자라는 데’ 쓰이게 된다.

과거의 ‘칙칙한’ 사무 공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번 ‘변신’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고희범 제주포럼C 공동대표는 “과거엔 우중충한 책상에 퀴퀴했다. 힘 모아 이렇게 만들어 대단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일반시민인 김연숙 씨도 “참여환경연대 사무실을 몇 번 들린 적 있지만 어둡고 칙칙했어요. 사회활동 하는 곳은 이런 곳이구나, 생각했죠. 강한 이미지 밖에 없었던 곳이 부드러운 이미지로 바꾸니 너무 좋아요. 활용 많이 해야죠”라고 말했다.

특히 ‘시민 없는 시민운동’을 벗어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대부분 구호에 그치고 말았던 것을 기억하는 시민운동 ‘선배’들은 놀라움을 보였다.

제주참여환경연대에서 10여 년간 활동했었다고 밝힌 문용포 곶자왈작은학교 대표교사는 “놀랍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내가 10여년 활동하는 동안에도 문턱을 낮추자는 얘기는 많았다. 소모임을 만들자는 식의 생각은 많이 했었다. 하지만 형식을 바꾸는 건 고민하지 못했다. 사무실이 칙칙하다는 생각은 스스로 했었다. 아이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가끔 참여환경연대 사무실을 들릴 때마다 정리 안 된 모습이 안타깝고 아이들에게도 미안했다. 이젠 자연스럽게 데려올 수 있겠다”고 말했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자람은 만들어지는 데 있어서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가 한몫했다. 블라인드 커튼, 커피머신, 스탠드, 추억의 LP판, 화분 등 시민들이 쓰지 않거나 새로 기증한 물품들로 채워졌다.

오디오 세트를 기증한 송민호 세종 한의원 원장은 “오디오는 집에 두고 쓰지 않던 거다. 마침 참여환경연대에서 자람을 오픈하면서 고민하기에 기증하면 더 좋은 일에 쓰겠다 싶었다. 이 카페를 바탕으로 여러분의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기증자 대표로 밝혔다.

애정 어린 조언도 이어졌다. 김홍구 제주오름보전연구회 대표는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선 보충해야 할 것도 많을 것이다. 시민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일이다. 단순한 행사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먼저 접하고 느끼고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활동 한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람은 공간일 뿐 아니라 ‘교육문화센터’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올 상반기에는 소모임과 세미나를 위한 무료 대여공간으로 가동을 시작하다가 하반기에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인문학강좌와 시민학교, e자람 아카데미, 제주문화학교 등 시민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조양호 팀장은 “좋은 아이디어는 대화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게 자람”이라며 “좋은 관계가 생길 때 협력이 가능하고 그래야만 시민운동이 즐거워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람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전체 공간을 빌리거나 유료 행사만 1만원의 대여료를 받는다.

문의=064-753-0844.

▲ 자람 개관 축하 케잌을 자르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조양호 팀장이 자람 개관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기증자 대표로 축사 하고 있는 송민호 세종한의원 원장.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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