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의 도시읽기] 김영갑 갤러리 간판

인간의 감각기관은 다섯 개이고 그중에서 눈, 시각이 가장 많은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찰나의 시간에 정보가 전달되어지는 만큼 우리 주변에는 시각적인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색은 가장 직관적이기 때문에 색을 통한 이미지 전달은 이미 보편화되어 있으며, 쉬울 것 같지만 가장 어려운 방법이어서 성공한 마케팅은 효과를 많이 보지만 하나의 색에 하나의 상품이나 도시만 생각이 나는 승자 독식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색을 통한 마케팅의 예를 보면 타이항공의 보라색은 세련되고 매력적이어서 상품가치를 높여주지만 제주항공의 밀감색이나 대한항공의 하늘색은 많이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지 않아 상품가치를 높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색으로는 우선 그리스 산토리니, 미코노스의 하얀 배경에 파란색이 떠오릅니다. 모로코 마라케시의 분홍색, 이탈리아 볼로냐의 빨강, 독일 베를린의 회색 등은 도시를 대표하면서 각 도시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색으로 수긍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이 최근 꽃담황토색을 내세우며 모든 택시에 색을 입히고 있지만 시민들이 대표색으로 인정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도시 안에서 색을 통해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일단 감각적으로 세련되어야 하고, 공간에 어울려야 하고, 시민들의 정신과 일치해야 합니다. 수많은 색들이 마케팅에 이용되고 있지만 어울리지 않은 색을 사용하게 되면 나타났다 금새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많지 않은 살아남은 색은 도시를 알리는 데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됩니다. 도시 전체에 대한 색의 이미지도 필요하지만 좁은 지역 내에서도 색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 서촌의 한 갤러리는 예쁜 노란색을 통해 동네의 분위기를 밝게 해주면서 자신을 각인하고 있으며, 서울 정동길의 현수막은 황토색 돌담길이라는 배경 속에서 돋보이고 있지만 그리 세련된 느낌은 아닙니다.

▲ 북카페612 간판 ⓒ이승택
 
▲ 서울 정동 현수막 ⓒ이승택
  
여러분이 생각하는 제주의 색은 무엇입니까? 제주에서도 대표색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주바다의 옥색과 밀감의 노란색이 있고 현무암의 검은회색이 많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표성이 있는 색을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공간적으로나 미디어에 보여지기 위한 세련된 색을 추출해내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색도 시설물이나 인쇄매체 등에 보여지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적합한 색을 추출해내야 하며, 추출을 위해서는 수많은 실험이 필요하지만 그만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주항공의 밀감색이 인쇄매체에는 예쁘고 세련되게 보이지만 옷감에는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옷감에도 어울리기 위해서는 명도 채도를 조금씩 수정하면서 옷감에 어울리는 색을 찾아내야 합니다.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있는 색을 공간이나 미디어에 어울리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즉 하나의 색을 적재적소에 사용한다면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두모악갤러리 간판 ⓒ이승택

▲ ⓒ이승택

여러모로 제주 김영갑갤러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김영갑 선생의 삶 자체도 그렇지만 폐교를 멋있는 갤러리 공간으로 만든 것도 그렇고 간판에서 보여지는 색의 조합도 그렇습니다. 귤림추색이라 하여 제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제주의 밀감색이 반짝이는 이유는 눈에 자극을 주지 않는 초록과 검은회색의 제주 현무암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제주 지역의 특징을 김영갑갤러리의 간판은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주돌 계통의 색으로 칠해진 철로 제주돌을 감싸고, 밀감색을 약간 변형하여 전체적으로 어울리면서도 도드라지는 느낌의 배색이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제주돌과 둘러싼 철의 색은 같은 색이되 돌의 재질과 철의 재질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느낌을 함께 가지고 있으면서 어울리는 고난도의 조합을 이루어냅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지금의 김영갑갤러리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제주의 색은 참 많습니다. 바다에만 있을 것 같은 옥색이 한라산을 둘러싼 하늘에도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색을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요? 제주바다와 하늘을 보여주는 옥색과 제주돌의 검은회색은 전체적으로 공간의 배경색이 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거기에 밀감색이라는 포인트가 주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물론 옥색과 검은회색을 포인트로 잘 사용한다면 굉장히 세련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도시공간에 색은 사람의 기분을 좌우하는 매력적인 요소이며, 마케팅에도 사용 가능한 여러모로 가치가 많은 요소입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만들어낼 수 없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제주가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아름답고 세련된 색의 도시가 되는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는 서귀포시 출신으로 제주 오현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계획설계전공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현재 제주대학교 건축학부에 출강하고 있다.

특히 제주시 지역에 문화 인프라가 몰려 있는 데 문제 의식을 갖고 서귀포시에 다양한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6년에는 서귀포시에 갤러리하루를 개관해 40회의 전시를 기획해 왔으며 2009년부터는 문화도시공동체 쿠키를 창립 다양한 문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공공미술과 구도심 재생 등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데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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