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안보 빙자 환경파괴·인권유린”
“공권력 횡포, 제2의 4.3사건…생명평화 불씨 살려 달라” 호소

▲ 벼랑 끝에 몰린 강정마을주민들이 3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환경파괴, 인권유린의 현장인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제주의소리
4년째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이 국민들을 향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을 지켜 달라”며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강정마을회(회장 강동균)는 3일 ‘국민 여러분께 간절히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안 되는 지를 가슴 절절히 호소하고 나섰다.

강정 앞 바다는 지난 2002년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연산호 군락지로 문화재보호구역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 해안가에는 1.2㎞에 달하는 한 덩어리 용암단괴인 구럼비 바위가 있고, 멸종위기종인 붉은발 망똥게의 대규모 서식지이기도 하다.

제주도는 이러한 경관 및 생태계의 우수성을 인정해 개발해서는 안 되는 곳,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했었다.

이러한 강정 앞바다를 매립하고, 해안가를 콘크리트로 덮어 파괴하려 한다는 게 강정주민들이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이유다. 또 다른 이유 하나를 더 들자면 4.3의 아픔과 한을 간직한 제주가 이제 생명과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구현하는 생명·평화의 섬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시점에 또 다시 국가 공권력에 의해 생명·평화가 무참치 짓밟히고 있다는 것이다.

강정마을회가 해군기지 공사중단을 요구하는 데는 정부(국방부)의 대양해군 정책 포기 움직임도 한몫 하고 있다.

강정 해안변에서 10일 동안 단식을 했던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는 “해군기지 건설은 안보를 빙자해 군 내부에서 자체 세력 확장과 이익 도모를 기하려는 해군의 몸집 불리기에 불과하다”고 일갈한 바 있다.

▲ 강정 중덕해안에서는 해군기지 공사를 위한 기계음이 쉴새 없이 들린다. 공사현장의 대형 건설기기가 위압감을 주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화순과 위미를 거쳐 강정으로 오기까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마을공동체가 찬·반으로 나뉘어 갈등을 겪으며 일각에서는 이를 ‘제2의 4.3’으로 표현할 정도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정마을회는 “지금 강행되는 해군기지 건설은 국가안보를 빙자해 천혜의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공권력의 횡포에 불과하다”면서 “공권력의 횡포에 불과한 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목숨을 걸고 막아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국민들에게 “강정마을주민들만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국민 여러분이 함께 해주지 않는다면 결국 저희들만 희생된 채 끝나고 말 것”이라며 “제주 땅에서 스러져가는 생명평화의 불씨가 다시 피어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간곡하게 호소했다.

한편 매머드급의 국회 진상조사단을 구성한 야5당은 4일 출범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는 제주해군기지의 진상 및 문제점을 조사하는 한편 갈등해결책 등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어서, 이러한 강정주민들의 호소가 얼마나 받아들여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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