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머금은 국화가 울 밑에 서 있습니다
향기 머금은 국화가 울 밑에 서 있습니다
  • 오성 스님 (.)
  • 승인 2011.05.06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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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스님의 편지] 꽃은 집니다, 가는 봄날에…

가는 봄날에
시린 겨울을 이겨낸 값 다 받고
꽃은 집니다.
화무십일홍입니다.
모든 삶이 그러한 것이겠지요.

화무십일홍  ⓒ제주의소리

허나, 참고 또 참는
삶도 있습니다.
가을국화의 삶이 그러합니다.
온갖 꽃들이 산천을 수놓을 때
담 밑에 수줍게 숨어
님 그리던 아가씨는
흰 머리 하나 둘
거울에서 헤아리던 날부터
그 눈길은
멀리 떠난 아이에게로 향하고
바람이 전하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야속한 이야기에 온기를 느끼며
하루 그리고 또 하루 보냅니다.

향기 머금은 국화꽃이...  ⓒ제주의소리

그렇게
속은 삭고 또 삭아
꽃이 되고 향기가 될 것입니다.
가는 봄날에
가을의 향기를 머금은 국화가
수줍은 듯 울밑에 서있습니다.
 

<제주의 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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