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윤의 일본통신]② 일본인들에겐 삼다수가 어떤 물?

▲ 일본에서 88엔에 판매되고 있는 삼다수 ⓒ제주의소리

일본 동북지방의 대지진과 쓰나미 참사가 일어난 지 2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일본은 지진과 쓰나미로 파괴된 도로와 건물 잔해의 처리, 후쿠시마 원전 대책, 36만여 명에 달하는 피난민 거주 및 생활대책 등 전반에 대해 아직 이렇다할만한 처방이 나오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은 전국적으로 피해지역 돕기 성금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하는 건물잔해 처리, 피난민을 위한 공동주택 마련 등 재난극복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 오고 있다.

이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일본이 건재한 것은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대의를 위한 공동체 문화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일본의 한 지역에서 일어난 재난은 일본 전체의 재난이며, 일본인 모두의 아픔이라는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비록 이러한 마음이 국민들의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든 정부주도로 만들어지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이에 맞춰 같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 삼다수 ⓒ제주의소리

다만 대지진과 쓰나미 참사 이후 생활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다. 동경시내 수돗물에서 방사능물질이 검출 되었을 때부터 생수시장은 물건이 없어서 팔지 못하는 정도니 그 정도가 심각하다 하겠다. 생수 역시 충분히 공급되는 것은 아니어서 필자도 제주에 있는 좋은 친구들 덕분에 ‘삼다수’를 택배로 받아 마시고 있다.

그러나 삼다수를 일본에서 택배로 받아 마셔보니 물 값 보다 택배비가 훨씬 비싸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이다. 2리터짜리 6병 포장된 삼다수 2묶음을 제주에서 일본까지 보내는데 순수 택배비용만 7만원이다. 그래도 어쩔 텐가. 지진초기 일본에선 생수가 품귀현상이 심각했기 때문에 제주의 벗들에게 긴급구조를 요청해 물 문제를 해결했다. 지금은 생수 공급도 점차 안정돼 일본에서도 어렵지 않게 생수를 사먹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지난 4월말쯤부터는 필자가 이용하는 슈퍼마켓에 반가운 제주 삼다수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정말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매우 황당한 사건이기도 했다. 삼다수가 일본시장까지 진출하였다는 점에선 매우 기뻤고, 판매가격을 보고선 몇 번이고 눈을 비벼볼 만큼 황당한 사건이었다. 2리터짜리 삼다수 한개 가격이 88엔이라서 매우 황당했다. 한화 약 1300원에 일본에서 삼다수 2리터짜리를 사먹을 수 있는 셈이다. 일본 현지 생수 가격이 보통 160엔~220엔인 것과 비교할 때 1/2 혹은 1/3 수준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의 다른 슈퍼마켓에도 가보았다. 그곳에도 반가운 삼다수가 있었다. 가격은 98엔이었다. 그러나 반가운 마음보다는 걱정이 더 앞섰다. 인근에 있는 슈퍼마켓마다 가격이 각각 다른 점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88엔~98엔이라는 가격이 현재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수중 제일 싼 가격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먹는 샘물 최고 브랜드인 제주 삼다수가 일본에선 제일 싸구려 생수로 취급되고 있다니 말이 되는 일인가.

▲ 김남윤 사무관  ⓒ제주의소리
더욱이 국내 지리산 생수(천연수)도 일본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데 그 가격이 200엔(2리터)에 판매되고 있다. 한국 최고의 삼다수가 지리산 생수의 절반 가격도 안 되고, 프랑스 에비앙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제주 삼다수가 일본시장에서 이런 푸대접을 받고 있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해외에서 제주 삼다수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현지 마케팅 부재나 유통관리상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수출 1조원 시대를 열기위한 민선5기 제주도정의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지적에 대해서도 해답을 찾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일본을 찾아온 한국 관광객과 재일교포들이야 익히 삼다수의 명성과 품질을 잘 알기에 저렴한 가격이 반가울 수 있겠지만 삼다수를 모르는 일본인들에겐 그저 그렇고 그런 싸구려 생수로 인식될 거라고 생각하니 참 씁쓸하다. 이런 점이 오늘도 일본에서 고향 제주도의 삼다수를 마시고 있는 필자를 더욱 슬프게 만들고 있다. / 제주시청 지방행정사무관 김남윤(일본 도쿄도 아라카와구 파견근무)   <제주의소리>

<제주의 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