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이 김홍구, 오름속으로] 보존 대안 마련 시급

한라산, 제주의 어머니다. 제주사람이 나고 살다 묻히면 다시 한라산 어느 오름자락 품에 안겨 언젠가 누군가의  딸과 아들로 태어나  자연과 동화되며 살아 갈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한라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지난 4월말 제주도에는 한라산둘레길이 생겼다.  한라산국립공원 경계선 바로 밖으로 80여km나 되는 둘레길이 생긴다고 한다.  제주에는 올레길에 이어 수많은 숲길, 유배길등 자연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길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길은 해안으로부터 한라산 중심까지 어떠한 대책도 없이 생겨나고 있다.  오로지 관광이라는 이름아래 만들어 지고 있는 길이 과연 아름답고 걷고 싶고 자연을 느끼고 감상하며 인간을 위한 길이라고 할 수 있을까. 

▲ 한라산둘레길 법정사입구 ⓒ김홍구
한라산둘레길 제1구간은 총 9km 이며  법정사에서부터 돈내코계곡까지  일명 "동백길"로 불리운다.  일제강점기때 사용하던 병참로와 임도및 표고버섯재배지운송로를 이용하여 만들어졌으며 현재 숫오름(시오름) 입구까지 약 5.5km 가 개방되어 있다.  동백길은 자연친화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인공적인 부분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주변의 돌을 이용해 둘레길을 조성했다.

또한 천혜의 산림자원을 가진 제주도의 산림생태와 전통역사문화를 알리고 숲길의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할 수 있는 체험의 장이 될 것으로 여기는 사람도 많다.  제주도에서는 한라산둘레길이 옛길을 복원하는 것과 함께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치유의 숲길이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 한라산둘레길 안내 ⓒ김홍구
오름몽생이는 지난 3월초에 이 길을 다녀왔다.  그리고 둘레길을 개장한지 열흘후인  5월 어버이날에 둘레길 변화의 추이를 살피고자 다시 다녀왔다.  법정사입구에  푸르름이 더해가는 나무가 하늘을 향해 뻗어 있고 주변의 식물들도 푸른 빛으로 완연한 색을 내고 있다.  둘레길입구를 지날 무렵 내딛는 발아래  조그만  숲길이 허전하다 느낀다.   조그만 소로길이  이제는 무척이나 넓어졌다.  길위에 뒹굴던 낙엽들은  어디론가 없어지고 드러난 흙이 사람들의 발에 이리저리 치인체 드러나 있다.

▲ (좌) 3월초 (우)5월초 탐방로 ⓒ김홍구
이러한 현상은 법정사에서부터 약 2km 정도에 걸쳐 일어나고 있었다.  사람이 많이 걷는길은 파헤쳐질 수 밖에 없다.  이 둘레길을 만든다는 발표를 할 때부터 찬반논란이 많았다. 가장 먼저 파괴되는 것은 숲길이며 여기를 걷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숲길을 왜 만드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져야 한다.  인간이 편하기 위해서는 숲이 망가져야 되며  아름다운  숲을 유지하려면 인간이 조금만 더 불편하면 된다.  하지만 그 불편이 결국에는 인간에게 이로움을 가져다 준다.  둘레길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숲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너무 많다.  그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인간이 먼저 자연을 아껴야 하지 않을까.

▲ 훼손되어 가고 있는 둘레길 ⓒ김홍구
한라산둘레길을 보며 걱정해야 할 것 몇가지를  더 하고자 한다. 

첫째, 지금부터라도 황폐해지는 둘레길을 보존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망가질때로 망가진 후에 고치는 것보다는 지금 시작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이다.

둘째, 둘레길 주변과 계곡에 앉아서 식사하고 차 마시는 것은 좋은데 그러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심지어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많다.   길이 편하다보니 배낭에 여러가지를 많이 갖고 다니는 것 같은데  앞으로 발생할 쓰레기 및 둘레길 주변의 훼손에 관해서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각 개인의 의식  문제겠지만 그렇다고  개인의 양심에만 맡겨둘 수는 없는 문제이다.  따라서 사람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지정된 공간을 마련해주었으면 한다.

세째, 둘레길에서 한라산국립공원으로 몰래 들어 가는 사람들이 많아 질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있는가 묻고 싶다.  지금까지 그래도 잘 보존되어지고 있는 한라산이 어느 순간에 시름시름 앓기 전에  반드시 고려하여야 할 문제이다.

네째, 한라산둘레길에는 계곡이 많다.  갑자기 폭우가 내려 사람들이 계곡사이에 고립되었을때  구조할 메뉴얼은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먼저 계곡입구마다 유사시를 대비한 행동요령을 안내할 안내판및 구조장비를 설치하여야 한다.  이곳은 헬기도 띄울 수 없으며 구조대가 오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다섯째, 가끔씩 누군가가 둘레길을 돌아봐야 한다.  개통후에 내버려두는 둘레길이 아니라 항상 점검하고 보살펴 주는 둘레길이 되어야 한다.

▲ 한라산둘레길의 계곡 ⓒ김홍구
한라산둘레길을 다니는 사람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사람마다 내가 가는 길에 관심을 어디에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지겠지만  먼저 자연과 교감하며 다녀보자.  그러러면 조용히 다녀야한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 있는 학습장으로도 이용할 수 있고 연인이나 부부간에 다정한 대화의 길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천천히 다녀야 한다.  숲은 빠르게 지나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천천히 지나야 숲안에 있는  풀이며 들꽃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숲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다음에는  서로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  힘든 이에게 길을 양보하며 자그마한 목소리로 인사하고 자연에게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숲이 있어 아름다운 길에 또다른 생명을 넣는 것은 사람이 할 일이다.  그리고 이 길에 대한 역사를 알아야 한다.  숯가마터와 그 주변, 4.3유적지, 일제강점기 시대에 만들어진 하치마끼병참도로에 대한 제주사람들의 노역을 생각하여야 한다.

▲ 둘레길과 사람들 ⓒ김홍구
동백길에 동백꽃이 후두둑 떨어져 있다.   제주도 시인 문충성님의 <동백꽃>이란 시가 생각난다.  "누이야 / 동백꽃 피어나는 꽃소리 / 들어본 적 있느냐. / 사각사각 맨발로 하얀 눈 / 한 겨울 캄캄함을 밟아올 때/ 제주바다는 이리저리 불안을 뒤척이고 /  찬바람을 몰아다니던 / 낙엽 소리 돌돌 잠재우며 / 밤새 동백꽃 피어나는 꽃소리 아련히 / 나의 잠 속에 묻혀가고 있다."  지금은 귀 기울이면 어디선가 동백꽃이 툭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것만 같다.

▲ 동백꽃 ⓒ김홍구
둘레길에서 동백꽃 닮은 사람들을 만난다.   떨어진 동백꽃으로 하트모양을 예쁘게 만들어 놓고 차 한잔 하는 여유가 맘에 든다.  오름몽생이에게 차한잔을 권하는 그들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니 "영천오름동호회"란다.  부디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금처럼 아껴 줄 것을 부탁드리면서 사진을 한장 찍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 동백꽃과 사람들 ⓒ김홍구
표소버섯재배장을 지난다.  둘레길 곁에 있어 애처로워 보이지만 보기만 하고 제발 따지 않기를 바래본다.  제주의 표고버섯은 우리나라에서도 알아 준다. 식재료에 여러용도로 이용되며 맛이 깔끔하고 좋다.  지나는 길에 구슬붕이가 제법 피어 있다. 부처손이라 불리우는 식물도 보인다.

▲ 표고버섯재배장과 표고버섯 ⓒ김홍구

▲ 구슬붕이 ⓒ김홍구

▲ 부처손 ⓒ김홍구

숫오름이 보이는 아끈천 상류에 도착한다.  남쪽으로 훤하게 트인 공간에 숫오름이 보인다.  일명 시오름으로 표기되기도 하는데 숫오름은 해발 757.8m,  비고 118m 이며 원추형오름이다.  수컷을 뜻하는 의미의 숫오름은 예전에는 찾기가 어려운 오름중에 하나였는데  이제는 누구나 가는  오름이 되어 버렸다.   제발 잘 다녔으면 하는 마음이다.

▲ 숫오름에서 바라본 한라산 ⓒ김홍구
숫오름 정상에 다다르자 한라산 남벽이 시원스레 보인다.   방애오름 삼형제와 산벌른내의 위용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역시 한라산은 제주의 어머니처럼 넉넉한  품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주위가 이상하다.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 누군가 고의적으로 톱을 사용해 나무들을 잘라 놓았다.  인간이 자연을 거스리는 행위는 자연이 용서하지 않는다.  이 숫오름 곁에 설치했던 산림보호 표시판이 지난 태풍 나리때 부서지지 않았던가.  오름에서  한라산을 못보면 어떠한가.  이기적인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겠지만 언젠가 분명히 자연앞에 무릎을 꿇을 때가 있을 것이다.

▲ 숫오름 ⓒ김홍구

▲ 숫오름정상의 잘려진 나무 ⓒ김홍구

▲ 숫오름정상의 잘려진 나무들 ⓒ김홍구

숫오름에서 내려와 돌아오는 길에 유난히도 쓰레기가 많이 보인다.  사람들 의식이 문제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 한라산둘레길의 쓰레기들 ⓒ김홍구
이 아름다운 숲에 있어야 할 것은 쓰레기가 아닐 것이다.  동백꽃이 있어야 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있어야 한다.  정복의 길이 아니라 손을 잡고 자연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여행의 길이어야 한다.  사무치는 그리움이 있어야 하고 겸손한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자연을 지키기 위해, 자연을 가꾸기 위한 수단이 자연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 김홍구 제주오름보전연구회 대표

▲ 거미줄 ⓒ김홍구

▲ 숫오름 북쪽 아끈내 상류 ⓒ김홍구

▲ 금창초 ⓒ김홍구

▲ 동백꽃 ⓒ김홍구

▲ 숫오름 ⓒ김홍구

▲ 숯가마터 ⓒ김홍구

▲ 울창한 숲 ⓒ김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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