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일본' 타석지석으로 삼아야

한 때 세계 최강의 자리를 넘보던 일본경제가 장기간에 걸친 경기침체의 결과 2010년에는 세계 2위의 타이틀마저 중국에 맥없이 넘겨주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 방사능 유출 등 미증유의 재앙으로 인해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위기의 일본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로 ‘저출산 고령화’, ‘비정규직 근로자 증가’, ‘양극화의 심화’, ‘잠재 성장률 저하’, ‘관료 중심의 사회’, ‘청년들의 좌절’, ‘기존 성장모델 고수’, ‘혁신형 창업 부족’ 등 여덟 가지를 들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위기 일본의 현 주소’를 함축하는 핵심 키워드 8가지가 현재 제주경제의 부진 원인을 설명하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첫째, 일본은 2006년에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제주지역은 2015년에 노인인구가 전체의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25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주지역은 인구의 고령화가 전국평균(2018년 고령사회, 2026년 초고령사회 진입) 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게다가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는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며, 노년부양비는 1990년 8.7%에서 2030년 38.0%로 전국 평균보다 높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일본과 제주 모두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있다. 제주지역은 비정규직에 관한 공식 통계는 집계되고 있지 않지만, 소규모 영세 사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데다 일용근로자 비중이 높아 전국에 비해 비정규직 비중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노동가능인구 중 고학력 소지자가 늘어나 양호한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영세기업 중심의 영세한 도내 기업들의 일자리는 단기 직종에 집중되는 등 노동수급 불균형 상태가 지속되어 고학력자들의 비정규직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여타 지역보다 높은 반면 취업비중은 전국보다 낮고 그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셋째, 제주지역의 양극화가 일본 못지않게 심각하다. 제주경제는 최근 10여년 동안 성장동력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높은 성장세에 힘입어 제주도민 1인당소득이 전국 평균치를 100%으로 했을 때 89%대(1995년)로 좁혀졌으나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2008년에는 76.5%까지 하락하였다. 특히 2002년 이후에는 1인당소득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전국평균을 하회하고 있다.

그 결과 제주는 도민생활의 근저가 되는 중소기업, 자영업, 농촌 부문이 흔들리고 위축됨으로써 부문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어 왔을 뿐 아니라 이에 더하여 "다 같이 못 사는" 포괄적 하향화(race to the bottom)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를 반영하듯 제주지역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수 및 개인파산제도 이용자수가 2002년 이후 증가세를 지속하여 전국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및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제주지역 금융소외자수도 전국평균에 비해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왔다.

이같은 제주경제의 양극화는 경제여건이 악화될 때는 지역경제를 더 크게 위축시킬 수 있으며 경제여건이 호전될 경우에도 소비 및 투자 활동을 제약하여 지역경제 회복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이는 산업부문간, 계층간에 다양한 형태의 갈등을 초래함으로써 제주사회의 통합에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넷째, 일본과 제주의 잠재성장률이 모두 낮아지고 있다. 그동안 제주경제의 성장을 주도해 온 1차산업과 관광산업이 1990년대 중반 이후 농산물 수입개방과 해외여행 자유화 등으로 경쟁력을 점점 상실하면서 전국과의 잠재성장률 격차가 더욱 확대되어 왔다. 특히 제주지역의 잠재성장률은 고령인구가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2016년 이후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제주경제 잠재성장률의 상대적 약화추세는 지역사회의 총체적 개혁 없이는 반전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다섯째, 일본과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공통점과 함께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폐쇄성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사회 곳곳에 관료중심 문화가 지배하면서 지역사회 선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관료주의는 자신이 속한 개별 집단의 최적 합리성만을 철저하게 추구하기 때문에 조직 전체의 포괄적 문제 해결에는 매우 취약하다. 물론 관료제는 원칙과 절차를 강조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는 역기능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위기시에는 관료주의의 역기능이 부각되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과연 제주가 대지진과 같은 큰 재난을 만났을 때 일본보다 더 잘 대처할 수 있을까? 관료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전체를 아우르고 유연성이 뛰어난 스마트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동일본 대지진은 우리에게 강 건너 불로만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여섯째,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청년실업률이 높아지고 젊은이들의 좌절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제주와 일본의 공통점이다. 제주지역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연체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4.55%로 전국 평균의 2배를 웃돌고 있다. 또한 제주지역의 7등급이하 저신용등급 금융소외자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특히 이들 중 청년층의 비중이 57.0%를 차지함으로써 향후 청년 실업문제와 더불어 심각한 사회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쟁에서 뒤처진 젊은이들이 아예 신분상승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하류층으로 사는 길을 선택하는 사회적 병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젊은 세대의 의욕상실은 제주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림은 물론 장기 침체의 악순환을 낳을 수도 있다.

일곱째, 일본과 제주는 기존의 성장모델을 고수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년 동안 제조업의 우월성을 과신하고 정부가 앞장서서 전적으로 보호해 왔다. 해외에서 번 돈은 낙후된 제조업을 살리는 데 투입됐다. 이런 점에서 관광산업에 매달려 온 제주사회도 다를 바가 없다. 그동안 제주는 관광수입 증가세가 둔화되는 반면 도외지역에 대한 서비스 수요 증가로 이출입의 불균형이 심화됨에 따라 성장세 약화 및 소득유출에 따른 구매력 저하가 계속되어 왔다.

따라서 기술혁신 및 자생적 성장기반 확충에 유리한 제조업 투자를 적극 유도하는 등 소비와 투자의 균형적 성장 및 이출입의 불균형 완화를 도모하고 장기 지속가능한 성장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식품 제조업 육성 및 수출확대를 새로운 성장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우도정의 행보가 주목된다.

여덟째, 일본과 제주 모두 혁신형 창업이 드물고 소규모 음식점과 같은 생계형 창업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제주지역의 경우 자영업자 비중이 전남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제주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제주지역의 자영업자 비중이 전국과 달리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농림어업 부문에서 구조조정 등으로 퇴출된 인력이 非농가자영업 부문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자영업자 대부분이 사업수익 및 장래성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무계획적으로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자영업 부실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제주지역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도서지역의 폐쇄적 특성에서 형성된 제주 특유의 강한 배타적 자주문화, 심각한 청년 실업과 이에 따른 청년들의 좌절, 제주산업구조 특성에 기인한 비정규직의 가파른 증가, 빠른 고령화 진전 등은 제주 경제의 전도에 작지 않은 어려움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경제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를 예방하고 미래 제주를 아시아 최고의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해외시장개척을 통한 수출촉진, 각종 지역개발사업의 성공적 추진 및 신성장동력산업 육성, 지역상권 활성화 등을 통한 균형발전 도모, 추가적인 제도개선 노력이 요구된다.

'흉보면서 따라 한다'는 속담처럼 제주가 일본의 과거 전철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지 않는가 하는 불안감을 떨쳐내기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일본을 타산지석 삼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희망은 산을 옮기고 바다를 메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모두가 세상을 바꾸어 놓겠다는 희망과 의지를 가슴에 품고 한 마음으로 움직인다면 능히 제주도를 꿈과 번영이 흘러넘치는 땅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아래와 같은 여러 가지 대책들을 착실히 준비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외자유치 중심의 지역개발 정책에 더하여 제주기업의 해외진출과 지역상품의 해외수출을 지원하는 데 정책적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제주 농수축산물의 경우 생산량과 가격이 날씨와 수급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해외수출시장 개척을 통해 수요의 안정을 기한다면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향토자원을 이용한 향토상품의 개발과 이의 수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면 도내 산업기반이 취약한 제조업의 발전을 통해 주민들의 고용증진과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제주는 청정하고 뛰어난 자연경관을 갖춘 휴양형 관광지라는 여건을 감안하여 기존 주력산업인 농수축산업과 관광산업부문의 고부가가치화를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농수축산업은 첨단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하여 고품질 상품의 생산력을 신장시키고 관광산업도 연계형 마이스(MICE) 산업 육성 등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여야만 한다.
 
셋째, 그동안 진행해 온 각종 지역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함과 아울러 지역특성에 적합한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특히 교육, 의료, 첨단기술, 신재생에너지, 고령친화사업 등 새로운 산업의 육성은 지역경제의 장기적인 성장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넷째, 제주 경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역상권과 지역금융 활성화을 통해 지역간.계층간 균형 발전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지역상권은 전통시장 및 소규모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것으로서 경쟁력이 약하고 경기변동 등 외부충격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특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따라서 지역상권의 유통시스템 및 고객 편의시설을 개선하고 생산자 및 대규모 매장과의 연계.협력 강화를 통해 공생 여건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이같은 노력은 체감경기 개선과 서민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사회의 통합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지역금융의 활성화를 통해 취약계층이 금융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역금융의 활성화는 실물경제 지원기능 뿐만 아니라 금융산업 자체의 고용 및 소득창출 기능을 통해 경제성장의 효자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대내외 환경이 불확실한 2011년은 안정적 성장기반 확보를 위한 경제정책의 수립.집행이 긴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특별자치도 완성과 장기 비전을 갖고 추진되고 있는 지역 경제발전 전략들이 중앙정부의 지역 정책에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도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개방에 따른 당면한 외부 위험요인들로부터 지역경제의 안정성이 위협받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각종 기회요인들을 바탕으로 지역경제의 성장기반을 조성해 나가는 경제정책을 펼쳐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하여 성장유망산업 육성에 필요한 인프라 확충과 투자환경 조성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시켜 나가야 하겠다.
 
여섯째, 공직사회의 혁신이 필요하다. 공직사회의 혁신이 곧 경제, 사회, 문화 등 국가 전반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국가발전의 성장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의 혁신은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 있는 비효율성과 조직중심주의를 제거하고 고객인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는, 일 잘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타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세계적 국제자유도시의 완성을 위해서는 공무원 사회의 개혁을 통해, 공무원 조직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여야 한다.

일곱째, 고령화 시대에 따른 새로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저하를 최대한 완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즉, 고령자 및 여성 등 유휴인력의 활용 증대, 외부인력의 유입 촉진 등을 위한 사회경제적 제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고령자 및 여성 등의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급여 면에서 성차별, 연령차별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성인력의 취업 제고를 위해 여성의 경제적 지위 향상 노력도 강화되어야 한다.

아울러 생산가능 연령인구 및 경제활동인구 감소에 기인한 잠재성장력 저하에 대응하여 고령인구의 노동생산성 증대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고령인구의 생활안정화 정책과 실질적인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직업훈련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여성 고령인구가 남성 고령인구보다 많아 향후 제주지역의 잠재성장력은 여성 고령인구의 노동생산성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여성 고령자의 노동생산성 향상 정책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부로부터 생산가능 인구의 유입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특히 도외에 거주하는 출향(出鄕) 인사는 물론, 도외 지역의 우수인력이 제주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인력부족의 해결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젊은층의 직업안정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교육강화 노력이 필요하다. 양질의 일자리 감소로 단기 계약직에 종사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이들이 취업을 통해 경력을 쌓고 자립기반을 마련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청년들이 맞춤형 직업 훈련을 받고 그것이 장기 고용으로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아울러 출산 장려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정책, 교육정책, 사회정책 등과 관련된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해 제주지역의 합계출산율는 1.46명으로, 전국 평균 1.22명에 비해 높았다. 이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최근 조사에서도 제주도민 69.8%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없이는 출산율 상승이 힘들 것이라 응답 하여출산율 문제가 지방자치단체보다는 중앙정부가 해야 할 몫으로 지목했다.

이 외에 베이비부머 문제에 대한 대응 노력도 강화돼야 할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의 은퇴 준비보다 자녀의 결혼과 교육비용에 더 큰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들이 준비가 전혀 안된 상황에서 이미 조기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두고 있는 형편이고 보면 이들의 노후생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시급하기 짝이 없는 과제라 하겠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의 경험과 노하우를 사장시키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며, 이들은 은퇴 후 삶의 패턴에 따라 새로운 산업의 역동적 소비주체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책대상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베이비부머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하는 것은 제주사회의 고령사회 대비 정책형성에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들에게 경력과 전문성을 감안해 적절한 일자리를 찾아주고 활기차게 살아가도록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리고 인구의 고령화에 적합한 의료시스템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제주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100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장수의 섬’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그러나 65세 이상 노인들의 생존율은 서울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연 환경적 건강요인이 좋아 100세 이상 노인비율이 높지만 응급의료 체계와 의료인력 및 시설 등의 자원이 열악해 65세 이상 생존율이 서울보다 떨어지는 것임을 의미한다 하겠다.

따라서 제주는 주민들에게 고급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사회기반시설의 확충이라는 관점에서 의료시스템 개선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의료관광 수입 및 고용창출 등 의료 서비스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역사회 공감대 형성 등 치밀한 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고령화는 경제에 미치는 여러 가지 부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건강·여행·자산관리·보안·가사대행 등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수 있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고령친화산업의 육성은 현재 제주특별자치도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청정 1차산업, 의료, 교육, 관광 등 핵심산업 발전방안과 연계하여 젊은 층을 포함한 전세대적인 고용창출 등 큰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이는 천혜의 자연환경, 長壽의 섬 이미지 등 도시 은퇴자들을 유치하기에 매우 유리한 입지조건을 확보하고 있는 제주도가 정부의 고령친화산업 육성전략을 선점 활용하여 제주의 신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고운호 전 한은 제주본부장.
우리나라의 고령친화 산업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연평균 12.9%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중 기존 산업전체의 연평균 성장률 4.7%에 비해 3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일본이 저출산·고령화 등 장기침체의 원인을 몰라서 대응에 실패한 것은 아닐 것이다. 경제대국이란 자만심 속에서 변화에 대한 관심 저하와 실행 의지 부족이 지금의 어려움을 낳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제주도 역시 지금의 현실에 안주하여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처하며 썩은 환부를 도려내지 못한다면 제주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과 같은 신세가 되어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지도 모른다. / 고운호(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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