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70여명, 26일 ‘해군기지 공사중단’ 촉구 기자회견
“국가안보 사업이라도 국민의 생명 보호 못하면 정당성 잃어”

▲ 강정은 묻는다. “누구를 위한 해군기지냐”고. 중덕 해안가에 걸린 현수막이 이를 잘 응변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심상찮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 5당과 제주도정 최고책임자의 간곡한 ‘공사 일시중단’요청조차 무시하고 강정 해군기지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는 해군에 대한 원성이 높아가고 있다.

이에 반발하는 투쟁의 강도는 높아지고 있고, 이에 동조하는 무리는 들불처럼 빠르게 번지며 대열을 점점 키우고 있다.

목숨을 건 양윤모 영화평론가의 단식투쟁이 50일을 넘기면서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까지 전개되면서 사회의 정의와 진리를 수호하는 양심의 마지막 보루인 대학교수들까지 가세했다.

제주지역 대학 교수들이 해군의 ‘막가파’식 기지건설 강행에 양심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도내 대학 교수들은 26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군의 공사 강행에 따른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사람들의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발생하고 있는 현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지난 5월19일 대규모 물리적 충돌 사태 소식을 접한 뒤 “시대의 양심을 자처하는 지성인 집단인 대학이 가만있어서야 하느냐”는 문제의식으로 돌린 연판장에 3~4일 만에 70명 가까운 교수가 서명을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 강정 해군기지 공사 현장. ⓒ제주의소리
서명과 기자회견 준비를 주도한 조영배 교수는 25일 <제주의소리>와 전화 통화에서 “교수 사회에서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이렇게 문제의식을 많이 갖고 있는 지 서명과정에서 저도 깜짝 놀랐다”면서 “동참하는 교수들은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해군기지에 대해 찬·반 양론이 있을 수는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며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국가안보 사업이라고 할지라도 국민의 생명이 존중되지 않는다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들 대학교수들은 일회성 문제 제기가 아닌 기자회견 이후에도 네트워크 구성을 통해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대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교수들이 특정 현안을 가지고 집단적 목소리를 내기는 지난 2009년 9월 교육당국의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중징계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120여명이 동참했었다.

시대의 양심을 자처하는 대학교수들의 가세로 해군기지 반대운동에는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26일 하루 대학교수들의 기자회견 외에도 기지건설 공사를 강행하는 해군을 향한 성토의 기자회견은 여럿 된다.

도민의 대의기관인 제주도의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들은 이날 오전 10시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사 일시 중단’을 거듭 촉구한다.

군사기지범대위와 강정마을회, 생명평화결사, 개척자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도 오전 11시 강정 현지에서 시설물 강제철거에 대응해 공사 저지를 다짐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다.

전국의 시민사회 진영도 ‘제주해군기지 건설 중단과 강정주민과의 연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대책회의’라는 하나의 깃발 아래 속속 집결하며,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막기 위한 조직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강정에서는 촛불 집회(26~27일)를 비롯해 문화단체들의 문화난장(28일), 전국 미술인들의 기자회견(30일), 박원순 변호사 강연(31일) 등이 줄을 이으면서 4년 넘게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강정주민들에게 힘을 불어넣는다.

해군의 공사 강행에 맞서 저항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4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강정 해군기지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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