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추위 속에 나타난 대나무꽃 '이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80) 이대 (Pseudosasa japonica [Siebold &Zucc. ex Steud.] Makino) -벼과-

2021-01-30     문성필 시민기자

지난 1월 초, 경남 남해에서 인상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대나무밭에 자생하는 500여그루의 대나무가 꽃을 피웠다는 내용입니다.

제주에서도 꽃을 피운 대나무가 있습니다. 추웠던 지난 1월 중순에 서귀포시 상효동에서 만난 대나무 꽃을 소개해 드립니다.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우리나라의 대나무 4속은 왕대속, 조릿대속, 해장죽속, 이대속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12속 500여종의 대나무가 있습니다.

왕대속 : 왕대, 오죽, 솜대, 맹종죽
조릿대속 : 조릿대, 신이대, 제주조릿대, 섬조릿대, 사사조릿대
해장죽속 : 해장죽
이대속 : 이대, 자주이대

그 중 오늘의 주인공인 이대는 전죽(箭竹)이라고 하여 화살을 만드는데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대를 영명으로는 ‘Arrow Bamboo’라고 부릅니다. 이대는 높이가 2~5미터 정도로 대나무와 조릿대의 중간 형태로 보면 되겠습니다.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대나무 종류들은 수십 년간 땅 속 뿌리로 무성생식을 하다가, 일생에 단 한 번 꽃을 피우는 단개화식물입니다. 꽃이 피고 난 다음에는 이듬해 고사한다고 하는데, 집단으로 개화하였다가 집단으로 고사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 무성생식 : 암컷과 수컷의 교배없이 이루어지는 생식법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이 추운 계절인 1월에 꽃 피운 이대를 만나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작년부터 이대 꽃이 많이 피었다는 것은 기후와 관련되지 않았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작년에는 제주시 봉개봉의 한 농가의 대나무 밭에서 꽃을 피웠고, 서귀포의 모 호텔 주변에서도 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대나무꽃 개화에 관하여는 여러 이론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대숲의 토양에 무기 영양소가 부족하거나, 그들 성분 사이의 불균형이 원인이 되어 개화한다는 영양설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대나무는 종류에 따라 3년, 4년, 20~25년, 30년, 60년 또는 120년마다 개화한다는 주기설이 있습니다.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자료를 찾아보니 앞서 설명해 드렸던 주기설이나 영양설보다 설득력이 있는 기후설이 있어 소개해 보겠습니다.

대나무는 아열대성 식물이므로 추운 지역에서는 자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겨울철의 날씨가 이상 저온으로 내려 갈 경우에 뿌리와 땅속줄기 등이 얼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땅속줄기가 서로 그물망처럼 얽히고설켜 있어 대꽃이 피게 되면 동시에 죽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나무에 대한 각 지방의 문화와 인식이 다릅니다. 대나무에 꽃 핀 것을 풍년과 운수 대통이라는 지역이 있고 불길하게 받아들이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나무 입장에서 보면 꽃을 피우고 죽기 때문에 마지막 잎새처럼 온 열정을 불사르고 생을 마감하는 처절한 몸부림일 것입니다.

다음 편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에서는 따뜻한 봄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