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곳곳 주민들이 함께 쌓은 작은 변화

[탐라의 나들목 건들개, 다시피다] (7) 성과보고회에서 돌아본 건입동 지난 1년

2021-12-22     문준영 기자
건입동 주민 양영희 씨가 20일 2021년 제주시 건입동 도시재생뉴딜사업 성과보고회에서 프로젝트 안내판을 살펴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지난 19일에서 21일까지 제주시 건입동 일대에서 ‘2021년 건입동 도시재생뉴딜사업 성과보고회’가 열렸다. 지난 1년 간 마을 곳곳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변화를 공유하는 자리다. 마을회관에는 각 프로젝트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됐는지 표와 이미지를 통해 설명하는 판넬들이 진열됐다.

1993년부터 건입동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양영희(64) 씨는 “처음엔 도시재생이 뭔지 잘 몰랐지만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치매예방 교육, 소소한 집수리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마을이 환해지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걸 알게 됐다”며 ”특히 지금 입주해있는 상가에 새로운 가게들이 들어오는 등 기대감이 일고 있다. 침체됐던 마을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양씨는 “건입동이 살아날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을 갖고 주민들이 함께 의견을 조율해가면서 이왕 할 거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며 “노인들에게 활력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주차 해법, 특히 돌봄케어센터가 방과후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상권쇠퇴와 인구유출, 고령화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건입동에게 2020년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것은 큰 반전이었다. 2021년은 그 구상이 현실로 구체화되는 시기였다. 

건입동 어린이들은 유휴공간이던 옛 경찰청 관사 등지에서 자신들이 직접 기획한 놀이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어린이들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공동체 속에서 상상력을 펼칠 기회를 얻었다. 이 공간은 이제 리모델링 후 다함께돌봄센터로 운영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어린이들이 직접 놀이 기획과 진행을 맡은 ‘우리동네 팝업놀이터’,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치매예방 일일학습지 ‘오늘도 공부’, 건강한 먹거리 나누기를 위한 교육 ‘건입동 빵집’ 등 교육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업사이클링 재봉 교육, 마을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프로젝트, 버려진 폐목을 새로운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두루두루 화목공방 과정 등 ‘자원순환마을’을 위한 활동들도 꾸준히 이어졌다.

하드웨어적인 변화는 가장 절실하지만 중요한 곳에 작은 단위로 이어졌다. 현대아파트 상가 3층 화장실이 깨끗하게 리모델링이 된 뒤 공용화장실로 주민에게 개방한 일, 가파른 언덕 길 옆 양철지붕집을 헐고 만든 주민쉼터가 대표적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산지등대는 복합문화공간 ‘카페물결’로 다시 태어났고, 옛 경찰청 관사는 리모델링 후 지역 통합돌봄센터로 활용될 예정이다. 

김외솔 제주시건입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은 내년 지향점을 묻는 질문에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질문을 던질 것”이라며 “건입동 도시재생은 ‘삶의 질 향상이 무엇으로 가능한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답했다.

건입동 도시재생뉴딜사업에는 주민들이 문제를 발굴한 뒤 해결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이를 현실가능한 방안으로 구현하는 과정이 진행됐다.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