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서류검토로 뒤바뀐 합격자...제주 공공기관 ‘제멋대로 채용’ 민낯

2023-03-07     박성우 기자

허술한 서류 검토로 합격자가 뒤바뀌고, 인사 담당자가 이에 대한 재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는 등 제주지역 지방공공기관 인사·채용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났다.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가 지난해 9월 제주도 산하 17개 지방공공기관의 채용실태 등에 대해 특정감사를 벌인 결과, 주의 11건, 문책 2건, 권고 24건, 통보 2건 등 총 39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2020년 10월과 2021년 3월 각각 '제주도 공공기관 직원 통합 채용'을 통해 정규직 공개채용 시험 공고를 한 후 필기시험, 서류전형, 면접시험을 거쳐 일반직 4급 3명을 채용했다.

재단은 채용시험의 '전시기획 분야' 응시자격을 '임용예정 직무 관련 경력 3년 이상과 3급 정학예사 이상 자격을 보유한 자'로 안내하면서 유의사항으로 '입사지원서 및 경력증명서에 기재된 사항은 증빙자료로 첨부해야 인정된다'고 명시했다.

문제는 2020년 당시 서류전형 심사위원들이 전시기획 분야 필기시험 합격자 6명을 심사하면서 A씨가 제출한 2건의 재직 증명서 중 1건은 담당업무란에 담당업무가 기재돼 있지 않고, 나머지 1건은 인턴 경력 증명서에 불과했음에도 '적격'으로 판정했다. 

반면, 같은 시험에 응시한 B씨는 오히려 자격 요건이 충족됐음에도 '전문분야 기획역량 부족' 등을 사유로 '부적격' 판정을 했다. 이에 대한 재확인 요청도 하지 않은 채 채용 결과를 그대로 인정해 합격자가 뒤바뀌는 결과를 낳았다.

2021년 채용시험에서도 심사위원들은 경영기획 분야 필기시험 합격자 4명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재직(경력)증명서의 담당 업무란으로는 조직관리·인사·성과관리·경영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했는지 확인할 수 없음에도 '적격' 판정했고, 이에 대한 재확인 요청을 하지 않았다.

감사위는 불합리한 심사결과를 받았음에도 재확인 요청 등의 재검증 절차를 취하지 않은 업무 담당자와 인사 관련 업무 총괄자에 각각 경징계, 중징계 처분을 할 것을 요구했다.

제주테크노파크는 채용 공고와 다른 방식으로 최종 합격자를 부당 선정하면서 기관경고를 받았다. 채용 공고문에 명시된 내용과 다르게 면접전형 결과 심사위원이 추천한 2배수 중 원장이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도록 하면서다.

2021년 제주테크노파크가 공고한 위촉계약직 채용시험의 미생물 품질관리 분야의 경우 면접 전형을 거쳐 심사위원 평균점수가 83.3점인 C씨가 1순위, 80.8점인 D씨가 2순위로 각각 결정돼 원장에게 추천됐다. 원장은 C씨의 아무런 결격사유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2순위인 D씨를 최종합격자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테크노파크는 A4 한 장 분량의 비공식 보고서를 작성해 최종 추천자를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 내용에는 응시자의 사진, 생년월일, 전공(학력), 경력, 면접전형 평균 점수만 명시돼 있을 뿐 별다른 선정 기준은 없었다. 감사위는 이를 채용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훼손된 사례로 판단했다. 

제주도체육회는 기간제근로자 채용서류를 보관하지 않고, 무기계약직 전환을 부적정하게 처리하며 기관경고를 받았다.

도체육회는 제주스포츠과학센터 운영에 필요한 기간제근로자 공개경쟁 채용시험을 공고했고, 최종합격자로 선발돼 기간제근로자로 채용된 3명이 제출한 채용 관련 자료를 최소 5년 이상 보관해야 함에도 채용신체검사서, 결격사유확인 서류 등 일부 자료를 보관하지 않았다.

또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한 후 계약기간이 만료돼 새로운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할 경우에도 새롭게 채용 절차를 이행해야 함에도 사무처장의 전결로 내부결재만 받고 근로자의 근무기간을 연장하는 재계약을 체결한 것이 적발돼 관련자에 대한 경고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