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장 주변 난개발 '점입가경'

[좌담회] 제주 묘산봉관광지구 "환경영향평가가 환경파괴 부채질"

2008-10-29     장태욱 시민기자
▲ 선흘곶자왈 묘산봉관광지구(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인근에서 촬영한 선흘곶자왈이다. 선흘곶자왈은 국내 최대의 상록수림이 형성된 곳으로 평가받는다.
ⓒ 장태욱

 

제주도는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된 섬이므로,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지질과 식생을 간직하고 있다. 제주도의 이 독특한 식생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곶자왈’이다.

곶자왈, 제주생태계의 정수

화산활동이 일어날 때, 용암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흐르게 된다. 그러다가 도중에 냉각되어 굳어지기도 하고, 다시 부서지기도 한다. 곶자왈은 이렇게 형성된 용암대지 위에 식생이 형성된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곶자왈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다. 때문에 과거에 사람들은 곶자왈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곶자왈은 야생동물에게는 삶의 터전이 되고, 빗물이 지하로 유입되는 숨골이 되는 곳이다. 그리고 그안에 서식하는 식물들은 왕성한 산소동화작용을 통해 대기 중에 산소를 공급해왔다. 생물의 보금자리요, 제주의 허파이자, 간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다.

곶자왈은 용암이 흐르면서 냉각되는 과정에 형성되는 지형이므로 대부분이 한라산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여 해안을 향하는 방향으로 분포한다. 제주도내에서 곶자왈이 분포하는 지역은 크게 한경-안덕 곶자왈 지대, 애월 곶자왈지대, 조천-함덕 곶자왈지대, 구좌-성산 곶자왈지대 등이 있다.

조천-함덕 곶자왈지대 내에 있는 선흘 곶자왈은 조천읍 선흘2리 검은이오름에서 시작되어 동북쪽으로 선흘1리 동백동산까지 폭 1~2km에 7km 정도 길이로 분포하며, 도내에서 가장 가치 있고 아름다운 자연림을 간직한 곳으로 손꼽힌다.

▲ 태왕사신기 세트장 묘산봉관광개발지구 내에 들어서 있다.
ⓒ 장태욱

 

-최근 김녕마을을 방문해서 주민 한 분을 만나서 들은 얘기입니다. 자신이 묘산봉 뒤에 임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를 팔려고 해도 당장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아니기 때문에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평당 4만원에 땅이 팔려서 기뻐했는데, 지금 그 땅 가격이 평당 20만원을 넘는다고 합니다. 주변에 태왕사신기 세트장이 들어섰기 때문이죠. 그럼 160여만 평을 지자체로부터 헐값에 사들인 업체는 과연 얼마의 개발차익을 얻었을까 계산해보니, 다른 이익은 제쳐두고 부동산 차액만도 어마어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환경파괴를 무릅쓰면서도 개발을 강행하려는 것은 이로부터 천문학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김) “업체들과 이들의 공사를 대행하는 건설업체들의 이익이 담보되기 때문에 대규모 난개발이 자행되는 겁니다. 물론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지자체도 이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 겁니다. 여기에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들도 부패의 한 고리를 구성하는 겁니다. 저희들도 검찰의 조사 결과를 주시하며 보고 있습니다.”

좌담회를 진행하다보니 여러 가지 문제들이 확인되었다. 막대한 차액을 노리는 업체 및 건설족들은 물론이거니와 이들과 유착한 지자체의 사업욕구가 맞물려 난개발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에 고향 땅을 지키고자 발 벗고 나섰던 주민들도 이젠 개발욕구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고, 난개발을 책임지고 제어해야할 환경영향평가마저 업체에게 면죄부를 주는 과정으로 전락해버렸다. 

중앙 정부가 책임을 지고 환경을 보존하려 하지 않으면 환경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그 일을 감당할 것 같지가 않아 더욱 참담한 것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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