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생태마을에 해군 기지? 미래를 봐야죠"

[인터뷰] 제주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

2008-11-13     강충민 시민기자

강정의 마을풍경은 제주도 여느 농촌마을과 다를 바 없이 평화롭기 그지 없습니다. 마을로 들어서니 나무 가지마다 이제 수확을 기다리는 샛노란 감귤들이 탐스럽게 달려 있습니다.

얕은 지붕을 하고 담벼락을 서로 맞댄 이웃집과  먹을 것을 서로 나누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괜시리 정겨워지는 그런 곳입니다.

▲ 큰 아들의 응원글... 아버지를 사랑하는 아들, 그리고 존경받는 아버지... 이 글을 읽는 순간 주책없이 눈물이 나와 5분동안의 정적이 흘렀습니다.
ⓒ 강충민

아버지 옆에서 큰 힘이 되어 주지 못해 많이 죄송스럽습니다. 끝까지 아버지 옆에서 응원하겠습니다. 아버지 힘내세요. 강정마을의 평화를 위하여. -작은 아들-

해군기지 절대 반대 독재정치 절대 반대 아버지가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언제나 항상 아버지를 응원하고 존경하겠습니다. -큰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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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줄을 띄웠습니다. 두 아들의 글을 읽는 순간 저도 모르게 바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이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없기에 아무 말 없이 눈물이 흐르던 시간의 표시입니다.)

"가족들에게 참 미안하죠. 특히 제가 다섯 살 때 혼자 되신 어머니에게는... 본의 아니게 불효를 하죠.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합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아무 말씀 없으시지만 속이 타들어 가겠지요. 각시는 집안일은 걱정하지 말라고... 꼭 막아 달라고, 항상 힘내라고 하고요. 새삼 고맙고 미안하고 자랑스럽고... 특히 우리 아들들이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말을 할 때는 힘이 나죠. 기필코 강정을 지키고 제주도의 평화를 지키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환경단체를 비롯한 모든 분들에게도 정말 고맙습니다. 그냥 나하고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신경 안 쓰는 세상에  모든 고마운 분들에게 다 빚을 지고 있습니다. 살면서 다 갚아야지요. 그동안 저는 얼마나 주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 반성합니다."

강정마을 지키기, 제주의 미래

"우리 강정마을은 400년된 마을이에요. 마을이름 강정(江汀)에서 알 수 있듯이 예로부터 물 좋고 토질 비옥하고... 그래서 공동체의식이 강하고 결속력이 뛰어난 마을이에요. 환경부가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지정을 했구요. 그런데 여기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요. 이건 발전이냐 정체냐 문제가 아니에요. 보상받고 지금 당장 조금 생활이 윤택해진다고  미래를 포기하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지 말자는 거지요. 10년, 100년 후를 바라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는 얘기이지요. 그리고 이건 우리 강정마을 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평화의 섬에 해군기지라니요? 그냥 단순하게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도 확실한 답을 알고 있는 거잖아요. 제주도정에 정말 묻고 싶은 게 있어요. 해군기지만이 제주의 미래인가요?."

강정마을 회관을 나섰습니다. 회장님도 따라 나오십니다. 마을 여기저기에는  해군기지 결사반대를 외치는 노란 깃발들이 제주바람에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이제 강정마을에 노란 깃발이 모두 걷어지고 비로소 온전한 감귤색으로 채워져 다시금 평화가 깃들 것을 우리는 믿습니다.

꿈은 꾸지 않습니다. 이미 그는 다시 신발 끈 질끈 동여매고, 두 발 굳건히 현실에 발을 디디고, 온 몸으로 막아내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철회는 멀지 않은 것을 똑똑히 알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제주참여 환경연대 11월 소식지에도 실린 글입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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