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제주올레 8코스 갯깍 해병대길 환경파괴 논란
예래동 주민들 “고속도로 만들 작정이냐” 반발…먹돌 훼손

손으로 되살려 낸 올레길이 포클레인 궤도 바퀴에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제주올레 8코스, 일명 ‘해병대 길’이다.

제주 서귀포시 월평마을 아왜낭목에서 대평포구까지 약 15.2km의 제주올레 8코스 중 속칭 ‘해병대 길’로 불리는 예래동 ‘갯깍’ 주상절리대 밑 먹돌 해안이 서귀포시의 올레길 재정비 사업 중 무참히 훼손돼 논란이 일고 있다.

올레 8코스 해병대 길은 지난 2008년 3월 제주올레 코스 중 네번째 개장된 길로, 조성 당시 기계나 장비의 힘을 빌리지 않고 도내 해군장병들의 땀으로 만든 길다. 올레길 조성에 따른 환경파괴가 없도록 중장비를 동원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되살려 낸 길이다.

▲ 제주올레 8코스 '해병대 길'이 최근 포클레인 공사로 해안파괴 지적을 받고 있다. ⓒ제주의소리 /  사진=예래환경과반딧불이연구회 제공
▲산산조각 난 먹돌 바위들 ⓒ제주의소리 / 사진=예래환경과반딧불이연구회 제공

해병대 장병들의 노고가 아니었다면 많은 올레꾼들이 울퉁불퉁한 바윗덩어리를 밟고 걸어야만 했을 길이다. 아니면 지금도 아예 그 아름다운 갯깍 해안을 걸어보지 못했을 지도 모를 일이어서 당시 제주올레와 인근 주민들에 의해 ‘해병대 길’로 불린 곳이다.

해안에 펼쳐진 아름다운 먹돌 위를 걷는 이 길의 폭은 1.5m 정도로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다.

그러나 주상절리대의 낙석 위험성 등이 지적되면서 지난해부터 폐쇄, 그동안 올레꾼들과 지역주민들의 개방 요구가 제기되기도 한 곳이다.

이에 따라 서귀포시는 올해 초 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주상절리 대에서 조금 떨어져 낙석을 피할 수 있는 위치에 최소 폭의 도보길을 새로 내기로 하고 제주올레 사무국의 동의를 받아 최근 공사를 실시했다.

▲ (사)제주올레는 이번 환경파괴 논란이 일고 있는 올레8코스 '해병대 길'에 대해 중장비 철수를 서귀포시청에 요청하고, 원래 취지대로 인력에 의한 복구작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올레8코스 '갯깍' 주상절리가 아름다운 해병대 길 전경. ⓒ제주의소리
▲ 제주올레8코스 '해병대 길' 전경. ⓒ제주의소리

하지만 공사현장을 살펴본 제주올레 사무국과 예래동 지역주민들의 항의로 공사는 지난 2일부터 중단됐다.

이병헌 예래환경과반딧불이연구회 회장은 “현장에 투입된 포클레인 중장비 궤도 바퀴에 의해 해안의 기존 먹돌들이 훼손됐고, 공사도 당초 예정했던 도보 길 1.5m보다 배 이상 넓은 3m 이상으로 넓게 공사가 이뤄졌다”며 “처음 올레길을 낼때도 환경파괴를 줄이려고 장비 없이 군인들 손으로 만든 길인데 아예 고속도로를 뚫어 놨다”며 분개했다.

이 회장은 “훼손 길이가 약 150m에 달한다"면서 "서귀포시는 복원해놓겠다면서 공사를 중단했지만 이미 부서져버리고 훼손된 자연은 어떻게 복원한단 말인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제주올레 사무국은 이번 훼손된 올레8코스 해병대 길과 관련, 서귀포시에 포클레인 장비 철수를 요청하고 인력을 투입해 해병대길 훼손 구간을 복구할 방침이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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