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김태일 교수 "작품성은 물론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보존해야"

▲ 서귀포시 중문동에 위치한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제주의소리

철거 위기를 맞은 서귀포시 중문동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를 다가오는 WCC에 맞춰 상징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제주대학교 건축공학과 김태일 교수는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더 갤러리’를 철거를 하게 되면 비록 많은 양은 아닐지라도 폐기물이 나오기 마련”이라며 “WCC의 의미에 반하게 되는 셈이다. 오히려 이를 보존해 총회 기간동안 문화이벤트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의 집이란 뜻인 ‘카사 델 아구아’는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의 유작으로, 앵커호텔의 콘도 분양을 위해 지난 2009년 3월 지어진 가설건축물이다.

당초 시행사였던 제이아이디(JID)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지난해 토지주가 ㈜부영주택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인수 대상에서 제외돼 철거의 ‘먹구름’이 드리워지게 됐다.

게다가 최근 제주지방법원 행정부(재판장 오현규 수석부장판사)가 지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의 소유주 제이아이디가 서귀포시를 상대로 제기한 '대집행영장통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기각 판결을 내려 서귀포시는 철거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주)부영측은 오는 9월 개최될 세계자연보전총회에 맞춰 호텔을 완공할 계획인데다 특히 ‘더 갤러리’가 해안 경관을 망친다는 이유로 하루 빨리 건축물을 철거한 뒤 공원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건축가협회 제주지회 부회장이기도 한 그는 ‘더 갤러리-카사 델 아구아’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반인에 공개 된 유일한 작품이라는 의미 외에도 레고레타가 세상을 뜨기 전 완숙한 건축 미학이 집약됐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는 근대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이스 바라간’의 제자로 그의 건축 철학을 이어받았다.

세계 지역주의 건축의 거장이라는 수식어답게 전 세계 곳곳에 지역적인 요소와 보편적인 예술감각을 섞어낸 작품을 남겼다. 사람이 편해야 좋은 건물이라는 지론을 고집했던 레고레타. ‘보편성을 가진 동시에 지역성을 가진 건축가’라는 평을 받았다.

특히 레고레타가 세상을 뜨기 전 2008년 제주에서 가졌던 강연에서도 “건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경험은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던 만큼 ‘카사 델 아구아’는 레고레타 특유의 감성과 제주의 지역성을 한데 녹아든 작품이다.

김 교수는 “현대 건축사에서 주류를 이뤘던 거장의 작품으로 비록 상업시설로 세워졌지만 제주의 지역성을 이해하고 건축물에 반영시켰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더욱 크다”며 “이것만 두고도 보존 가치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주)부영과 행정에서는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더 갤러리가 불법가설건축물라는 점, 해안 경관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 그대로 둘 경우 다른 건축물과의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논리(법)상으로 따지면 철거해야 하는 이유가 수긍은 가지만 많은 이들이 ‘보존’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법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공성’ 측면에서 더 갤러리를 살폈다. “해안초소도 주변경관을 해치지만 안보와 공공성을 이유로 그대로 두고 있지 않은가”라며 “유네스코 트리플 크라운, 세계7대자연경관, WCC 개최를 이끈 제주에 ‘더 갤러리’를 환경보호의 상징물로 남겨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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