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제주해군기지 건설 속도전...주민들은 생존권 문제 

제주해군기지 건설 예정지로 서귀포시 대천동의 작은마을 강정이 결정된지 벌써 6년째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지나 강정은 또다시 새로운 정부와 '생존'을 위한 싸움을 해야할 처지다.

2013년 2월25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 당선자의 취임식이 열린다. 제주에서도 300여명의 인사들이 초청장을 받아 현장으로 향한다.

전국민의 관심 속에 '국민대통합'을 내건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지만 지난 6년간 치열하게 몸부림친 강정은 마냥 웃을수만 없는 상황이다. 마을의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제주해군기지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3년 12월 제156차 합동참모회의 이후 추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정부의 공식 계획으로 확정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부터다.

당시 해군과 방위사업청이 해군기지 사전 조사예산 국비 6억원을 투입했고 이듬해인 2007년에는 140억원 규모의 해군기지 부지매입과 조사비용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해군기지 건설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면서 제주 남부지역 마을들이 건설 예정지 명단에 올랐다. 화순과 위미 등이 거론되더니 2007년 4월16일 느닷없이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유치의사를 발표했다.

   
그때부터 강정의 싸움은 시작됐다. 곧바로 김태환 당시 제주도지사가 여론조사 방침을 밝혔고 강정과 화순, 위미 3개 후보지 중 강정마을의 찬성률이 가장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달만에 국방부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예정지로 강정마을을 선정해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마을회장이 바뀐 강정마을회는 마을총회를 열어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뒤집는다.

강정의 비극은 그렇게 커져 갔다. 600년 설촌의 마을사람들이 찬반으로 나눠 다투기 시작했다. 이웃끼리 고성이 오갔고 가족간에도 발길이 끊겼다. 제사도 따로 지낼만큼 공동체는 파괴됐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자, 정부는 해군기지를 세계적인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하고 '국방·군사시설사업 실시계획'을 승인 고시했다.

당초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생존권' 문제를 지적하던 마을에서도 변화가 일었다. 각종 환경단체가와 정치권 인사들이 관심이 집중되더니 갑자기 환경, 평화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어 항공모함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미군 미사일 방어체제(MD) 이야기도 나왔다. 생존권을 외치던 강정마을에 주민들도 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제기됐다.

집과 바다, 밭을 빼앗긴 주민들이 공사를 가로 막으며 생존권을 외치는 동안 환경단체와 활동가, 종교인들이 힘을 보탰다. 언론들은 현장을 보도하기에 바빴다.

   
한바탕 충돌이 끝나면 상처를 입는 건 결국 마을주민들이었다. 강정마을회에 따르면 2010년 1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20개월동안 505명의 주민과 활동가들이 연행됐고 이중 22명이 구속됐다.

해군기지 공사가 시작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강정사태로 주민과 활동가들이 납부한 과태료와 벌금만 3억 원가량이다. 이마저 보석금과 소송비용은 제외한 금액이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강정주민들이 죄가 대체 뭐냐.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 죄냐"며 "지난 6년간 강정의 공동체는 무너지고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어 "공권력 투입으로 마을주민 대부분이 범법자 신세가 됐다. 경찰이 기부금법 위반이라며 후원계좌까지 막아 벌금조차 내지 못할 상황이다. 마을회관이라도 팔아야할 신세"라고 토로했다.

국민대통합을 내건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으나 강정의 기대감 그리 높지 않다. 새정부가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사업을 적기에 완료한다'는 내용이 담긴 국정과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국회에서 특위까지 구성해서 해군기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마당에 국민대통합까지 외치는 대통령이 공사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 말대로 제주해군기지 사업을 신성장 동력이나 동아시아 허브로 만들려면 문제로 지적된 설계변경이 먼저"라며 "문제를 해결하고 대화를 하는 것이 대통령이 할 일"이라고 전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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