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욱의 '野'한이야기] (1) 사회인야구의 최대 장애물은 '사회인'?

▲ 지난 5월 12일, 서귀포시야구연합회장기 야구대회가 개막했습니다. 이날 벌어진 태흥동호회와 제주대학교 소나이즈 팀 간의 경기는 사회인과 예비 사회인 간의 차이를 잘 보여줬습니다. ⓒ장태욱

앉으면 눈길이 야구채널로 가고, 주말이면 야구장으로 발길이 가는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입니다. 올해는 특히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추신수, 류현진 선수의 활약 소식에 야구팬들은 즐겁기만 합니다. 고용불안으로, 매출감소로, 물가 상승으로 가슴이 꽉 막혀있는 서민들에게 두 선수의 활약이란 갑갑한 속을 한방에 뚫어주는 시원한 청량음료와도 같습니다.
 
야구의 열기는 남녘 서귀포에도 무르익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5월 12일에 제7회서귀포시야구연합회장기 야구대회가 막이 오른 겁니다. 이번 대회에는 17개 사회인야구단이 참가하였으며, 경기는 주말마다 강창학야구장과 공천포야구장에서 동시에 진행됩니다. 초록의 운동장에서 기량을 과시할 생각을 하며 이날만을 기다려온 터라, 서귀포 야구인들의 가슴은 한껏 부풀어 있습니다.
 
그런데 5월이 되면 주말에 마을마다 체육대회가 열리고, 주변에는 하루에도 몇 건씩 결혼식이 열립니다. 가정의 달이라고 가족끼리 모임 일정도 잡혀있고, 종친회별로 묘제와 체육대회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참가해야할 행사들이 즐비한데, 그 틈을 비집고 야구 글러브와 방망이를 들고 야구장으로 향하는 행동을 주변에서 곱게 보아줄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촘촘한 사회관계망에 둘러싸인 '사회인'이라면 5월이 야구를 하기에 가장 괴로운 달일지도 모릅니다.

▲ 소나이즈 팀 선수들이 시합이 시작되기 전 경기장에 도착하여 몸을 푸는 모습. ⓒ장태욱
▲ 마을에서 체육대회가 열렸기 때문에 태흥동호회 선수들은 많이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장태욱

서귀포시야구연합회 대회가 개막하는 날에 여러 개 경기가 열렸는데, 그 중에 태흥동호회와 제주대학교 소나이즈 팀이 벌이는 경기가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두 팀 간은 경기는 진짜 사회인들과 예비사회인들 간 세상에 놓인 처지와 역할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태홍동호회는 과거 태흥초등학교에서 야구부에서 활동했던 졸업생들이 주축을 이룬 팀으로, 제주도에서는 사회인야구단 제 1호 팀에 해당합니다. 선수층이 두텁고 선수 개개인의 기본기가 단단한데다 20년의 전통을 자랑하기까지 하니, 모든 팀의 부러움을 받습니다. 반면에 제주대학교 소나이즈 팀은 2006년에 순수 동아리로 결성되었는데, 2009, 2010년에 연습 리그에 참가한 이후, 2012년에서야 처음으로 공식 리그에 참가하게 된 팀입니다. 해마다 많은 새내기 대학생들이 가입하고자하는 인기 동아리 팀이기는 한데, 공부하는 도중에 야구에 필요한 다양한 기량을 익히는 데는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태흥동호회의 김병진 감독은 48세, 팀의 에이스 양성대는 42세, 포수를 맡는 고영수 대표는 44세, 한화 2군 출신의 전 프로야구 선수 김태형은 41세입니다. 20년 전통이 좋은 자산이기는 하지만, 서서히 체력의 한계가 올 수도 있는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에, 소나이즈 팀은 21세에서 25세 선수들이 주축을 이룹니다. 체력과 열정이 가장 넘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입니다. 어린이가 강아지를 끌고 나와 함께 야구를 구경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장태욱

이날 두 팀의 경기는 오후 1시 30분부터 공천포야구장에서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경기장에 먼저 모습을 드러낸 팀은 소나이즈 팀이었습니다. 이날 소나이즈 팀은 20명도 넘는 선수들이 정오 무렵에 경기장에 도착해서 몸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반면에 태흥동호회팀은 오후 1시가 가까워서야 경기장에 도착했는데, 모여든 인원은 11명에 불과했습니다. 야구가 9명이 하는 경기라 이 인원으로 경기를 시작할 수는 있지만, 인원이 적게 참가했을 경우는  그 만큼 주축선수들의 공백이 커지게 마련입니다. 이날 태흥에는 마을 체육대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행사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인원을 마을에 남기고 왔기 때문에 경기에 참여한 인원이 평소보다 대폭 줄어든 것이라고 합니다.

▲ 경기 전에 두 팀이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 40대와 20대 선수들이 만나 웃으면서 인사를 나눴지만, 승부에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습니다. ⓒ장태욱

경기초반 소나이즈 팀의 공격이 불을 뿜었습니다. 젊은 혈기를 내세운 선수들은 그들이 평소 '삼촌'이라고 부르는 태흥동호회를 맞아  1회에 7점을 득점하였습니다. 그리고 5회까지도 양 팀 간의 점수는 9대2로 소나이즈 팀이 승리가 점쳐졌습니다. 하지만, 마지막회가 끝날 때는 10대 11로 태흥동호회가 승리를 거뒀습니다. 소나이즈 팀이 마지막 회에 연속해서 평범한 땅볼을 잡지 못하는 실책을 범하면서 결승점까지 내준 겁니다. 지난해 리그에서 14승 1패로 우승기를 거머쥐었던 태흥동호회 팀의 입장에서는 리그 첫 경기부터 '복병'을 만나 어려운 경기를 펼쳤는데, 그 '복병'이 젊은 대학생들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들이 속해있는 각 분야에서 제 역할을 감당해야하는 '사회인'들의 삶의 무게일 겝니다.

▲ 강팀을 잡을 수 있었던 경기를 아쉽게 놓친 소나이즈 팀 선수들은 오래도록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다른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소나이즈 팀 선수들은 운동장 한 구석에 남아 다시 연습에 몰입했습니다. ⓒ장태욱

양 팀 간의 경기가 끝나자 태흥동호회 선수들은 서둘러 체육대회가 열리는 마을로 돌아갔습니다. 야구장에서는 다른 팀들 간의 경기가 이어졌고, 역전패를 당한 소나이즈 팀 선수들은 아쉬운 마음에 오래도록 경기장 주변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대학생 선수들은 운동장 한 구석에서 다시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장태욱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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