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故 오근수 민주유공자 '민주시민장' 거행
유족과 지인들 오열속에 가족 공동묘지에 묻혀

지난 13일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 고 오근수 북제주군자활후견기관장 장례식이 17일 오전 가족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오열 속에 거행됐다.

80~90년대는 재야 민주화운동가로, 최근에는 자활운동가로 우리사회의 민주와 평등을 위해 젊음을 받쳐왔던 고 오근수 민주화유공자가 가족과 평소 그를 아끼던 인사들을 뒤로하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먼 길을 떠났다.

   
 
 
민주화운동가 故 오근수 동지 장례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故 오근수 동지 민주시민장'은 이날 오전7시 제주시 한라병원 영안실에서 추도식을 갖는 것으로 시작됐다.

고인의 유족과 80~90년대 그와 함께 했던 재야인사, 시민사회단체인사, 그리고 김태환 지사, 김우남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현한수 북제주군수 권한대행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추도식은 김효철 곶자왈사람들 사무처장의 고인에 대한 약력을 소개하며 넋을 기렸다.

정민구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추도사를 통해 "오늘 우리들은 오근수 동지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고자 모였으나 너무나 갑작스러움에, 너무나 비통한 심정에 차마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말문을 열기가 어렵다"고 말해 장내를 오열케 했다.

정 대표는 "민주화운동에 누구보다 앞장섰고 남을 위해 헌신하며 치열한 삶을 살아왔던 동지를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리고, 당신의 고귀한 삶을 지켜주지 못한 하늘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며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다.

   
 
 
정 대표는 "당신이 꿈꿔왔던 소박하고 아름다운 세상은 아직도 멀었는데 이렇게 말없이 우리들의 곁을 떠나야 했느냐"면서 "중앙로에서 당신 목놓아 외쳤던 민주세상, 해방세상은 이제 반의 반도 안 왔는데 이렇게 훌쩍 가버리시면 어찌해야 하느냐"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 대표는 이어 "당신은 희망세상을 꿈꿔왔고 이를 실천해 왔으며, 다른 이들의 희망을 만들고자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발 딛고 선 현실에서 뛰어 왔다"며 "그런 당신이었기에 우리에게 희망은 바로 당신이었다"고 추모했다.

정 대표는 "우리는 동지의 환한 웃음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그리워하지만은 않을 것이며, 슬퍼하지만도 않겠다"며 "희망이었던 당신을 위해 우리가 이제 희망이 되겠다"며 고인의 뜻을 남은 자들이 이어갈 것임을 다짐했다.

이어 생전 고인과 함께 재야 민주화운동을 했던 김경훈 시인의 추모시 낭송, 최상돈 민중가수의 추모의 노래를 끝으로 추도식을 끝내고 고인을 실은 운구차는 이날 오전7시50분 장지인 성산읍 수산1리 가족묘지를 향해 떠났다.

   
 
 
운구차가 한국병원을 떠나기에 앞서 그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재야 민주화운동가, 시민사회단체들은 운구차를 둘러싸고 평소 그가 즐겨불렀던 '임을 위한 행진곡' '동지가'를 부르며 그를 보냈다.

한국병원을 떠난 운구차는 제주시 시민회관 옆 고인이 나고 자랐던 집과 자활후견기관 첫 활동으로 불우한 이들을 위해 집을 고쳐주는 활동을 벌인 집수리 공동체 '늘푸른집'을 경유한 후 이날 오전9시10분 장지에 도착, 10시에 하관하게 된다.

고인은 한국기독교장로회청년회 제주연합회장 출신으로 기독교운동에 투신했고, 1987년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 제주본부 집행위원으로 6월 항쟁을 주도했다.

이후 제주민족민주협협의회 중앙위원, 민주주의민족통일 제주연합 준비위 사무처장, 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연합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민주화운동에 헌신해 왔다. 1991년에는 민주화 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고인은 2001년 제주주민자치연대 집행위원장을 맡아 활동해 오다 2004년부터 북제주자활후견기관장으로 일하면서 불우노인 일자리마련과 저소득층 청소년 지원활동을 벌여오고 있고, 곶자왈사람들 이사, 북제주군지역복지협의회 위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운영위원을 맡는 등 활발한 지역운동을 전개해 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복희씨와 1남 2녀를 두고 있다.

고인은 지난 13일 오전 9시30분 한경면 신창리 북제주자활후견기관으로 출근하기 위해 동료직원과 함께 승용차를 몰고 서부관광도로를 가던 중 짙은 안개로 캐슬렉스 골프장 앞길에서 4중 추돌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긴급 후송했으나 목숨을 잃었다.

고인은 짙은 안개가 낀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사망사고 직전에 경미한 추돌사고가 발생했으나 차량과 신체에 별다른 문제가 없자 사무실에 "교통사고나 나서 출근이 좀 늦어지겠다"고 말한 후 다시 차에 올라 탄 후 사무실로 향하려다 갑자기 관광버스가 뒤에서 덮치면서 참변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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