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지 유치 당위성 논리전개 '부실' 기존 입장 되풀이…'동원' '세과시' 여전김성찬 해군소장 "감추는 것 없이 솔직하게 가고 싶다" 피력

   
 
 
제주도민간에 첨예한 찬반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제주해군기지 관련 도민 대토론회가 어렵게 열렸지만 정작 도민 갈등과 정보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찬성측은 '전통적인 국방력'과 힘의 안보론'을 주장하는 다소 과거 방식의 시각에 매몰되는 경향을 보였고, 반대측은 해군측과 찬성측의 주장에 대해 여전히 '의혹과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특히 찬성측은 반대측이 제시한 각종 의문과 의혹에 대해 타당성 있는 논리를 전개하지 못하면서 '해군기지 유치 당위성' 역시 해군측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등 설득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다.

더욱이 찬.반을 떠나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제주특별자치도정이 시작전 부터 '공무원 동원령'으로 관제토론회' 시비에 휘말렸는가 하면 찬성측 단체가 해군과 해병대전우회 등을 동원하며 '세 과시'하는 모습을 보여 눈총을 사기도 했다.

찬성단체측은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피켓시위는 물론 행사장 안팎 곳곳에 '찬성 유치'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기도 했다.

   
 
 
해군측 "화순항 아직은 아니다...위미항 놓고 결정 중" 밝혀

반대측 논리제기에 대해 찬성논리 '빈약'...정부입장 빠진 토론회 '한계'

여기에 일부 토론자의 상호 인식공격성 발언이 표출됐고, 사전 토론 방법에 대한 고지 및 숙지 부족, 제한된 토론시간 등으로 인해 토론자 선정과 방식에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해군기지 토론자 명단

<발표>고부언 제주해군기지영향조사연구팀장
<찬성측>
홍석표 제주산업정보대 교수
서은숙 제주관광대학 교수
고성진 재향군인회 안보부장
강종훈 제주대학교 재학생
강승식 제주해군기지사업준비단장

<반대측>
이규배 제주도군사기지대책위 상임공동대표
양길현 제주대학교 제주평화연구소장
고유기 제주도군사기지대책위 집행위원장
김봉필 안덕면 대책위 집행위원장
강숭식 위미2리 대책위원회 간사

무려 14명의 토론자가 참여한 가운데 1, 2부로 나눠 3시간 반이라는 토론시간이 주어졌지만 찬성과 반대측의 주장만 소모적으로 되풀이되는는 등 서로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채 끝이 났다.

결국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참석자들로부터 "한정된 시간에 토론자만 많아 결국 요식행위로 끝난게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왔고 "오히려 찬반 갈등만 키우며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한 참석자는 "이번 토론회는 승패를 가리자는 토론회가 아니"라며 "앞으로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견해의 차이를 인식하고 서로간 입장을 좁혀가는 토론회가 되어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해군측은 2부 토론회에 앞서 "아직 화순항인지 위미항이지 결정짓지 않았다"며 "두 군데를 놓고 결정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 자주국방네트워크가 나눠준 홍보물에는 '제주도민들도 73%가 해군기지 유치를 희망하고 있습니다'(제민일보 설문조사)라는 사실과 다른 문구가 적히는 등 '안보 논리' 홍보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 홍보물에는 '정부는 나라를 망치는 소수의 무장해체론자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하루빨리 제주해군기지를 착공하십시오!'라는 다소 과격한 문구도 실렸다.

▲ 이날 학생문화원에서 열린 대토론회에는 700여석 좌석을 꽉 채웠다.

▲ 찬반 입장 팽팽 '되풀이'=서로 주장 속에 가려진 진실 '의혹' 여전

제주대 한삼인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는 ▲ 해군기지와 미국 MD(미사일 방어) 체제간 연계성 ▲ 군사기지화 확대 문제 ▲ 공군기지와의 연관성 ▲ 지역경제 효과 ▲ 평화의 섬 영향 등에 대한 사실 검증 공방이 이어졌지만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풀린게 없었다

먼저 해군기지 반대측은 "해군기지 영향분석보고서를 보면 정작 해군기지가 필요하느냐에 대한 검증은 하나도 없으며 미군이 제주도 기지를 어떻게 이용할 지에 대한 해명도 없다"며 "심지어 미국 MD와 어떻게 관계가 있는지도 나와 있지도 않다"며 보고서의 부실성을 거론했다.

이어 "제주해군기지는 미국의 해양패권을 위한 전진기지일 뿐이며, 일본과 공동협력해서 MD기지를 설치하겠다는 의미"라며 미 태평양 해군사령부가 말한 사실을 근거삼아 공세를 벌였다.

이에 찬성측은 "군사기지가 있으면 적의 도발을 유발한다는 것은 군사의 ABC를 모르는 소리"라며 "힘이 없으면 평화도 지키지 못한다. 해양 주권은 남의 주권이 아니라 우리의 주권이며 이를 반대하는 것은 우리의 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부국강병론으로 맞섰다.

이에 강승식 제주해군기지사업준비단장은 "제주해군기지는 평화의 섬과 충분히 양립이 가능하다는 정부의 입장이 있었다"며 "반대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은 전협 사실 무근이다"고 거듭 주장했다.

   
 
 

▲  '호불호' 심정의 문제 아니다= '정확한 근거 제시돼야...그 후 도민 선택 요구 바람직"

경제효과 역시 마찬가지로 서로의 입장차만 현격히 드러낸 채 기존의 평가내용만 되풀이, 서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소모적인' 한계를 보였다.

결국 찬성측인 이규배 제주도군사기지대책위 상임공동대표는 "여론은 해군기지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좋고 나쁨의 '호불호'의 문제여서 정서의 수단인 여론에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수단이며, 보다 과학적인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보다 정확한 자료가 제시돼야 하고, 행정당국은 도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의무를 다 해야 한다"고 여전히 계속되는 '불투명한 정보'에 따른 '불신론'을 제기했다.

이어 "진실싸움이 계속되고 있는데 진짜 좋아질지 나빠질지에 대해 판단할 만한 정확한 근거가 없다"며 "심정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와 자료를 갖고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한 후 그 근거를 도민에게 공개, 도민이 선택하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양길현 제주대 평화연구소장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를 왜 제주도민에 떠넘기는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국가 안보상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이 필요하다면 '필요하다'고 발표를 하고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제주도민들을 설득을 했어야 한다"며 정부의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이에 찬성측 대표격인 강승식 제주해군기지사업준비단장은 "똑같은 해군기지를 보면서도 찬성과 반대가 달리 해석하고 있다. 안타깝다"며 "언론 보도성향도 극과 극이다. 좋은 기사를 쓰는데도 많고 어떤 데는 똑같은 사물을 놓고 부정적인 데도 있다. 허구다 진실이다는 책자와 언론을 보고 내려달라"는 말로 응수했다.

이어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달라"며 "송악산 개발이 10여년이 지났지만 달라진게 없지 않느냐.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재차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앞서 고부언 제주해군기지영향조사연구팀장은 "제주해군기지 추진을 위해서는 주민 동의가 선행돼야하고 제주가 해군기지를 양보할 경우 공군기지 계획은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 팀장(제주발전연구원장)은 미국의 비사일방어체계(MD) 편입 논란과 관련해서도 "이지스함급의 함정들이 제주 해군기지에 정박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미국이 추진중인 MD체계와 연관성에 대해 의구심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점에 대해서도 해군측이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 토론회 평가는?=차후 토론회, '일방 주장 보다 양측 모두 논리로 설득해야'

이날 대부분 참석자는 일부 토론자가 감정에 치우치는 등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참석자는 "찬성측 토론자 대부분 60~70년대의 개발 논리로 일관하는 등 해군기지에 대한 유치 당위성도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며 "찬성측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진지하지 못하고 감정을 앞세우는 등 성의가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정부측이 빠지는 바람에 해군기지 유치에 대한 논리적 설득이 매우 부족했다"며 "그 동안 제기된 오해를 푸는 토론회를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결국 도민들이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냐"며 "합의정신에 맞게 어느 한쪽에서 물리적 동원 없이, 설득 논리를 통해 토론회가 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김성찬 해군소장(해군 전력기획참모부장)은 토론회가 끝난 후 "미국 MD체계와의 연관성은 거듭 국방부에서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느냐"며 "이는 정부차원에서 명시한 약속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그대로 말하는 것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니 안타깝다"며 "예전과는 달리 솔직하게 입장을 밝히며 가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 토론회를 지켜보는 해군과 국방부 관계자들. 가장 오른쪽에 앉은 김성찬 해군전력기획참모부장(소장)은 "감추는 것 없이 솔직하게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양보없는 토론으로 끝나면서 지난해 11월 해군의 수장으로 취임한 송영무 해군참모총장이 31일 제주를 방문, 김태환 도지사를 만나 얼마나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나올 지도 주목된다.

송 참모총장은 발송 서신을 통해 "제주남방해역은 해저자원을 둘러싼 주변국들간 배타적 경제수역 및 대륙붕 경계획정으로 해양영토분쟁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수출입 물동량의 99.7% 이상이 오고가는 핵심 해상 수송로로서 국가경제의 사활적 운영이 걸려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 "해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는 제주남방 해역을 지키는 우리 해군함정의 수리와 군수지원을 위한 기지로서 반드시 건설해야 할 국가 주요사업"이라고 밝혔었다.

한편 KCTV는 이날 생방송에 이어 30일 오후 10시부터 새벽 1시, 31일 새벽 3시~7시, 내달 4일 오전 9시~12시, 오후 2시~5시, 오후 6시~9시 각 3시간씩 세 차례 방영한다.

녹화방송을 하는 JIBS제주방송은 30일 오후 10시~11시(1시간), 4일 오전 7시 50분~ 8시 50분 뉴스현장을 통해 1시간 방영한다. 이에 앞서 '해군기지 논란,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내용으로 29일 오후 7시~8시(1시간 동안)에 방영한 바 있다.

▲ 이날 찬성단체측이 내건 현수막이 행사장 안팎 곳곳에 내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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