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전격사임…“제주발전 역할 모색” 향후 거취 ‘관심’
“금주중 거취 결정” 내정설 뒷받침…'빈곤한 인재풀' 확인

6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유덕상 제주도 환경부지사의 거취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공모 중인 제주발전연구원장 ‘내정설’도 솔솔 피어나고 있다.

임기를 불과 한달 정도 남긴 유 부지사가 만약 차관급 대우를 받는 제주발전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긴다면 제주도정은 ‘회전문’ 인사란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6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유덕상 환경부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향후 거취와 관련해 ‘유미의’한 2가지 발언을 해 주목된다.

유 부지사는 먼저 “3년 전 승선한 특별자치도호에서 33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며 “부임 당시 생각했던 제주자치도 완성에 필요한 초석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 떠나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관광미항 추진상의 문제로 도지사 주민소환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앞두고 떠나는 심정은 매우 착잡하다”면서 “이는 자치도 3년간의 농사로 이제 푸른 새싹이 여기저기 돋아나고 있는 판국에 난데없이 찬 서리가 내려는 격”이라며 ‘주민소환 정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거취를 묻는 질문에는 “좀 더 심사숙고해 보겠다”는 정도로 말을 아겼다.

하지만 기자회견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향후 행보와 관련해 유의미한 대목 2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유 부지사는 향후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주특별자치도의 일원이 됐으니까 제주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심사숙고해보겠다”고 말했다.

일단은 제주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이든 주어진다면 맡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 지사는 또 ‘고뇌’를 금주 중으로 매듭짓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역시 거취를 묻는 질문에 “금주 중으로 거취를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것. 또 다른 기자의 ‘현재 공석인 제주발전연구원장으로 옮길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것은 생각을 차차 해보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유 지사는 또 “향후 주 무대가 제주가 될 것이냐, 서울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도 “생각하도록 하겠다”는 말로, 제주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제주발전을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것’과 ‘금주 중으로 거취를 결정하겠다’라는 2가지의 대목에서 그의 행보를 조심스럽게 예측해 볼 수 있다.

우선 지난 2일 시작된 제주발전연구원장 공모가 11일 마감된다. “금주 중으로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유 부지사의 발언내용과 일단 시기가 일치된다.

여기에 “특별자치도 일원으로서, 제주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는 발언도 제주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으로 읽히며 제주발전연구원장 자리와 ‘오버랩’ 된다.

하지만 발전연구원장이 제주도정의 ‘싱크탱크’로, 그동안 학계 출신이 맡아왔던 점을 감안할 때 행정가 출신으로서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그렇잖아도 제주발전연구원이 제주도정의 ‘주문 제작’식 용역을 주로 맡아왔던 점을 볼 때 이러한 종속 관계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발전연구원장은 공모를 통해 선출하게 된다. 하지만 공모 시작 초반부터 고위공직자 출신의 ‘내정설’이 돈다면 공정한 게임 자체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만약 항간에 떠돌고 있는 ‘내정설’처럼 유 부지사가 공모에 응하고, 원장으로 임명될 경우 제주도정은 퇴임 공직자를 또 다시 기용하는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역설적으로 이는 ‘인재풀의 빈곤’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편 유 부지사는 행시 18회 출신으로 기획예산처 예산관리국장과 건설교통부 국토정책국장 등을 역임하고,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직후인 2006년 8월 환경부지사로 부임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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