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MD와 동북아] 주한미군, 어떻게 변하나?

본 기획에서는 미국의 21세기 패권전략의 핵심이자 대북·대중 군사전략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MD 문제를 중심으로 한미동맹과 동북아 균형자 사이의 관계를 집중 조명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기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 화순항 기지와 MD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보고, 두 번째 기사에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MD를, 끝으로 동북아 균형자의 조건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글쓴이 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한미간의 시각 차이가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오산에 전투사령부를 둘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가 마이니치(每日)신문을 인용해 4월 1일 보도한 것에 따르면, 미국은 해외 주둔 항공단을 재편해 미국 안팎의 주요 기지에 10개의 '전투사령부'를 창설하되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경우 제7공군 주둔지인 오산과 하와이 히캄 등 2곳에 전투사령부를 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전투사령부란 육해공군 및 해병대 사이의 통합 작전과 기동성을 강화하고 미사일방어(MD)와 대테러 작전을 핵심적인 임무로 하는 부대로서, 이 부대를 오산에 둔다는 것은 주한미군 기지를 타국 기지 가운데 최상급인 주요작전기지(main operation base)로 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예정보다 2년 빨리 2사단을 미래형 사단(UEX: Unit of Employment X)으로 개편하기로 한 것과 함께 주한미군의 해외 기동군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UEX는 주한미군의 신속성과 기동성을 강화해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의 일환으로써, 정찰·항공·C4I(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와 수송 능력을 대폭적으로 강화해 한반도는 물론이고 한반도 밖에서도 작전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UEX는 한 단계 아래인 여단급 부대 UA(행동부대: Unit of Action)를 지휘 통제하는 사단으로, 평상시에는 1개 UA만 지휘하다가 유사시 하와이와 미 본토에서 전개되는 5개 가량의 UA를 지휘 통제하기 때문에 유사시 막강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 부대에는 무인항공기(UAV), 다목적 항공기, 고속수송선박, 최신예 에이브럼스 탱크, 다연장로켓 시스템도 배치돼 유사시 원ㆍ근거리 및 육해공 통합 전투력 구사가 가능하다는 점도 중요하다. 앞으로 한반도 내에서는 물론이고 동북아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라포트 "동북아 위협 격퇴시킬 것"

실제로 미군 수뇌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날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지난 3월 18일 미국 국방부에서 앞으로 한국 방어는 한국군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미군은 지원하는 수준으로 한미동맹을 바꿀 것이라며, 이를 통해 주한미군의 공중 및 해상 임무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리온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은 작년 12월 미국 <육군> 잡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주한미군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과 번영을 훼손하는 21세기의 어떠한 위협도 파괴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원하지 않는 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며 동북아에서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제고 방침은 라포트 사령관의 3월 8일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도 거듭 확인되었다. 그는 이를 위해 ▲합동 및 연합 지휘통제통신컴퓨터(C4) ▲미사일방어체제(MD) ▲정보감시정찰(ISR) ▲사전배치 및 병참 ▲대화력 및 정밀타격 등 5가지를 핵심적인 군현대화 과제로 제시했다.

▲ 패트리어트 최신형 미사일.ⓒ미 국방부 홈페이지
라포트는 특히 MD 구상의 일환으로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의 배치를 강조하면서, 앞으로 전역고고도방공체제(THAAD), 항공기탑재레이저(ABL),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 등도 배치해 다층(multi-layered) MD 체제를 갖춰날 방침임을 밝혔다.

이처럼 미국이 주한미군의 정보력과 기동성, 정밀타격 능력을 강화하면서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는 주한미군의 달라지고 있는 임무에 있다. 럼스펠드도 밝힌 것처럼 미국은 한국 방어의 주도적인 역할을 한국군에게 넘기고 '딴 일들'을 하고 싶어 한다.

여기에는 역내 재난구호와 초국가적 범죄 퇴치와 같은 '저강도' 개입, 지역 테러지원국가 응징 및 대량살상무기 추진 국가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같은 '중강도' 개입, 그리고 중국-대만 사이의 갈등시 군사적 조정 및 주변국내 분리·독립 운동시 간접적 지원, 그리고 북한에서 급변 사태 발생시 주변국간 분쟁 개입 등 '고강도' 개입이 포함되어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주로 북한과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미국 측은 이와 같은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꾀하면서,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 5027도 바꿔 대북한 선제공격 전략을 채택한 상황이고, 최근에는 북한에 이상징후가 발생할 경우 군사적 개입을 통해 북한의 붕괴를 추진하는 5029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이 이처럼 방어와 억제에 중심을 둔 전략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적 군사개입 및 동북아 지역에서의 군사작전으로 초점을 바꾸면서 상대방의 보복 능력을 무력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용산 및 2사단을 평택으로 이전하면 주한미군은 북한의 야포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유사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다면, 미군의 피해를 크게 줄이면서 전쟁 수행이 가능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이 한국을 최우선적인 MD 배치 지역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서남부, 대중국 군사작전의 전초기지화

미국이 한국의 서남부에 공군력을 집중시키면서 MD망을 구축하고 있는 것 역시 주목해야 할 현상이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미국은 제7공군이 주둔하고 있는 오산기지를 전투사령부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작년 말에는 미국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에 있는 제35 방공포 여단 본부를 오산공군기지로 이전시켰다. 이는 오산이 동북아 MD 작전의 핵심 기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은 제7공군 제8전투비행단이 주둔하고 있는 군산공군기지를 공군력 투사의 근거지로 삼는 한편 2003년에 PAC-3 배치를 완료했다. 특히 이 기지에는 최근 F-15 전투기와 F-117A 스텔스전폭기 등이 수시로 들락거리면서 지형 숙지 훈련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를 확대해 용산과 2사단 기지를 통폐합해 동북아의 주요작전기지(main operation base)로 삼을 예정이고, 수원과 광주도 유사시 미 공군력 전개의 주요 기지로 사용하게 된다. 미국 군사력이 한국의 서남부에 집중하면서 유사시 이들 기지를 방어하기 위해 PAC-3를 대거 배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이 이처럼 한국의 서남부를 동북아 전초기지로 삼고 있는 배경에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한미군의 투입 시나리오 가운데 '고강도'는 중국과의 군사 충돌을 염두에 두고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고강도 개입' 시나리오에는 중국-대만 사이의 갈등시 군사적 조정, 주변국내 분리·독립 운동시 간접적 지원, 그리고 북한에서 급변 사태 발생시 주변국간 분쟁 개입 등이 있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서남부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인접한 지역이다. 더구나 중국의 동부에 베이징과 상하이를 비롯한 대도시가 밀집되어 있어, 한국의 서남부에 미국 군사력이 집중되면 중국으로서도 상당히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주한미군의 변형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미국이 한국 영토를 출격기지로 사용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 닿아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9∼10월에 서해와 랴오둥 반도에서 사상 최초로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로 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훈련이 육해공군이 모두 참가하는 종합훈련인 데다가, 한국 및 일본과 인접 지역에서 실시된다는 점에서 최근 재편되고 있는 한미·미일동맹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 대응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MD를 두 축으로 하는 한미동맹관계의 재편은 "한국이 원하지 않는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위험성을 높여주고 있다. 한국이 한미동맹과 군비증강이라는 군사논리를 뛰어 넘어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까닭이기도 하다.

※ 기사를 보내주신 정욱식님은 오마이뉴스의 통일-평화문제 담당기자이며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이어질 기사 : [MD와 동북아] 동북아 균형자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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