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한 사진이 화제가 됐다. 이날 한국일보 1면에는 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지면을 장식했다.‘제4회 대한민국 청년의 날’ 조직위원회 발대식 행사가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는 내용이다. 행사에 참석한 의원과 내빈들은 빈자리를 두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행사의 주인공인 청년들은 빼곡하게 통로 계단을 채우고 앉아있는 모습의 사진이 공개된 것이다.코로나19의 위험이 아직 여전한데 꼭 이런 방식으로 행사를 했어야 하는가는 제쳐두더라도, 청년이 주인공인 행사에서 의전에
제주 제2공항 1차 공개토론회가 지난 2일 열렸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둘러싼 쟁점을 해소하고, 찬성과 반대의견을 지역사회에 종합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다. 1차 토론회의 주제는 ‘공항 인프라 필요성’이었다. 토론회는 약 4시간 동안 진행됐다. 토론의 구도는 사실상 제2공항 건설을 찬성하는 국토부와 반대하는 도민으로 나뉘었다. 양 측은 수요예측, 환경수용력, 절차적 정당성 등과 관련하여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지난 백상예술대상 중 ‘당연한 것들’이란 축하공연이 있었다. SNS 공개 후 3일 만에 조회수가 100만이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이끌었다. 거리를 걷고, 친구를 만나고, 마주 보는 것들. 이런 일상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힘내고, 웃어보자는 이 무대는 우리 일상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했다.코로나19로 우리는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지인과 만나는 일에 조심스럽고, 축하와 위로가 필요한 초대하거나 참석하는 일도 미안함을 느낀다. 활기차던 공간들은 기약 없이 문을 닫았
‘바다는 너무 극성스럽고 욕심을 부리고 안달하는 사람들에겐 보답을 베풀지 않는 법. 보물을 찾아 파헤친다는 건 무엇인가. 초조하게 안달하고 탐욕스럽다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은 곧 신념의 결핍을 나타낸다. 참을성, 참을성, 참을성. 이것이 바로 바다의 가르침인 것이다. 참을성과 신념, 사람들은 텅 빈, 시원스레 트인, 허심탄회한 해변 같은 마음으로 바다가 보내는 선물을 기다려야 한다.’린드버그가 쓴 ‘바다의 선물’이라는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바다의 선물’은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찰스 린드버그 대령의 아내가 휴가를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살고 싶어 했던 제주, 그 제주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제주살이 열풍이 식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주를 떠난 사람이 제주로 이주한 사람보다 더 많아졌다.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호남지방통계청 제주사무소가 발표한 ‘2020년 1분기 제주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제주지역 인구는 전입 인구보다 전출 인구가 많아 568명이 순유출됐다. 지난해말 전출 인구가 전입 인구를 앞선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2009년부터 불어온 제주 열풍. 아니 '광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 많은
지난 4월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와 카카오 ‘같이가치’ 팀은 카카오의 ‘마음날씨’ 플랫폼을 통해 한국인의 행복도를 측정한 ‘안녕지수’를 발표했다. 2019년의 안녕지수는 10점 만점에 5.12점으로, 2018년의 5.18에 비해 조금 하락했다. 말하자면 한국인의 행복도는 100점 만점에서 간신히 50점을 넘긴 수준이다. 한국인이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안녕하지 못한 한국’은 이미 자명한 현실이기 때문에 우리는 삶은 원래 불행한 것임을 받아들이거나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를 극복하려 노력하기도 한다. 그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논의 끝에 경기도는 전 도민을 대상으로, 서울은 중위소득 100%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제주 역시 중위소득 100% 이하로 긴급생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원금을 주는 것에 이견은 없어 보인다. 다만, 지급대상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정부도 긴급재난지원금을 중위소득 70%이하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필요한 재정이 약 14조3000억원 규모다. 국채발행, 세출 조정 등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다행히 지난 주말동안 여·야가
어릴 적, 봄이 오면 어김없이 할머니와 어머니는 비밀의 숲으로 갔다. 이름도 없는 숲이었지만, 할머니가 '그디 걸라(거기 가자)'하면 어머니는 척하고 알아들으시며 얼른 채비를 하셨다. 주말이면 나도 따라나섰는데, 숲의 입구에는 새빨갛게 익은 산딸기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숲에 가면, 내가 하는 일은 바로 입구를 지키며 산딸기를 따는 것이었다. 산딸기는 조심스레 만지지 않으면 부서지기 때문에 아기를 다루듯 살살 달래며 바구니에 담아야 했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서로를 불러가며 숲을 둘러보셨다.가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면 괜히
연분홍 벚꽃이 만개하고, 거리를 노랗게 물들인 유채꽃이 봄날을 알리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마음엔 갑갑함이 가득 채우고 있는 시간이 지나고 있다.주춤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해외 확진자 급증 등으로 장기화가 예상되고, 이로 인한 불안도 함께 커져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 인한 신조어도 등장했다. ‘코로나 블루’. 감염병이 퍼지면서 사람들 간 모임 또는 만남이 줄고 이 때문에 생긴 우울감을 뜻한다. 실제 지난 1월 29일부터 3월 3일까지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접수된 코로나19 관련 심리상담이 1만80
'기생충'은 계단 영화라고 불릴 정도로 계단이 많이 등장한다. 계단은 영화에서 계급적 은유로 활용되곤 한다. 영화 속 계단은 주로 계급격차와 갈등, 계급상승의 욕망과 좌절을 나타낸다. '기생충'의 계단은 대저택으로부터 시작되어 반지하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이어진다. 영화는 계단을 통해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에서 계단이 가장 많이 나오는 장면은 후반부에 있다. 비가 억수로 내리는 날, 주인공 가족이 저택에서 몰래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다. 빗물은 계단을 타고 내려와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을 가득 채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테이블 위가 수입맥주들로 가득찬 적이 있었다. 한 분이 왜 우리나라에는 맛있는 맥주가 없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또 다른 지인이 주세법 때문이라고 했다. 주세법에서는 맥주의 주요 원료인 싹을 틔운 보리 씨앗(맥아)의 비율로 세금이 매겨진다. 2012년 한 영국기자는 한국 맥주 맛을 따분하다고 기사를 쓰기까지 했다.각자의 평가가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맥주의 맛은 맥아의 비율에 따라서 큰 차이가 있다. 독일의 경우는 맥아비율이 100%까지, 일본은 66.7%인 반면 한국의 경우 10%가 그 기준이다.
지난 가을, 대학다닐 때 가장 친하게 지냈던 언니가 오랜만에 제주를 찾았다. 나는 육지에서 친구들이 방문하면 대개 그들이 세운 여행 일정을 따라가는 편인데, 때론 이곳에 살고 있는 나보다 멀리서 온갖 SNS에서 정보를 알아본 친구들이 요즘 가장 따끈따끈한 ‘핫플레이스’는 더 잘 아는 법이기 때문이다. 언니는 제주에 오기 전부터 서쪽에 있는 ‘비오토피아’에 가고 싶다고 했다. 동쪽 사람이 서쪽 동네로 가는 일은 흔치 않지만, 언니를 위해 오랜만에 한라산을 넘어 서쪽 동네로 놀러갔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비오토피아에 도착했더니, 한 경비
2월 4일, 입춘(立春), 봄이 다가왔다. 그런데 이번엔 유달리 입춘이라는 느낌이 안 들기도 하다. 올 겨울이 너무 따뜻했기 때문이다. 1월 최고기온은 23.6도 기상 관측 이래 1월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정말 ‘이상’한 기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변화는 그저 잠깐 이상한 기후가 왔다고 할 수 없다. 이미 이전에도 갑작스러운 폭설이나 폭염, 폭우 등이 발생했다. 실제 1961년 기상 관측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제주의 최고 기온은 1.3도, 최저 기온은 2.6도 상승했다.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는 6.9일과 23.9일
유독 기억에 남는 설날이 있다.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모처럼 맑은 날씨에, 차례를 마친 집 앞 마당에서는 윷놀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먼 발치에서 힐끔힐끔 쳐다보곤 했었는데, 당시에는 그 모습이 마냥 부러웠던 것 같다. 밖에서는 연신 호쾌한 웃음소리가 이어졌고, 부엌에서는 설거지를 마친 어머니와 할머니들의 이야기 소리가 가득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설 명절의 풍경이었다. 밖에서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어갈 즈음, 한 분께서 출출하셨는지 부엌에 국수를 끓여줄 것을 부탁하셨다. 차례 음식이 아닌 국수를 끓여줄 것을 부탁하신 것은
2016년 6월 제주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되면서 청년들의 삶을 위한 예산과 사업들이 마련됐다. 조례에 의해 제주청년정책기본계획 수립 후에는 청년들의 소득·자립·참여 및 활동·문화 및 여가 등 4개 분야에서 청년 정책 운영방안이 마련됐다.담당부서도 팀 단위에서 과 단위로 승격됐다. 또한 제주청년센터가 2017년 개소하면서 청년들의 지원 창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제주도의회에서도 ’청년이 행복한 제주‘라는 청년정책 연구모임도 진행 중이다. 지역사회의 많은 노력과 관심으로 청년들을 위한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활기찬 제주 청년, 더 밝은
빈손 국회, 효율성 최하위 국회, 사상 최악의 국회.19대 국회에 붙었던 수식어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약 2만3000건으로, 이중 처리된 법안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역대 최저다. 법안처리 수만으로 국회를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를 끝내가는 와중에도 국회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엉망진창 그 자체다. 수 많은 민생법안들은 뒷전으로 밀려있고,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둘러싼 정당 간 셈법 나누기만 판치고 있다.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나, 그 외에 법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건만 도대체 이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TADA)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지난 6일 이른바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하면서 타다 서비스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타다는 일종의 렌터카 호출 서비스로, 스마트폰을 통해 렌터카를 호출하면 기사가 차량으로 이용자를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켜주는 서비스다.사실상 택시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점이 문제가 된다. 한국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통해 렌트카를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택시업계에서는 타다 업계를 현행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결혼한 지 1년이 지났다. “너 애는 언제 낳을 거니?” 올 것이 왔다. 아니 더 정확히는 결혼을 결심한 그 순간부터 ‘해명’해야 할 난제가 찾아왔다. 가족뿐만 아니라 많은 지인들로부터 듣는 질문이기도 하다.결혼하고 나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출산 계획을 묻는 질문 끝에는 내 자신에게 나는 묻는다. “과연 나도 애를 가질 수 있을까?”우리는 어디쯤 있을까?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출산율 ‘0명대’ 국가가 됐다. 지난 8월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출생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합계출산율
지난 10월26일 제주시청 거리에서 열린 ‘2019 청년의 날’에서 꼰대발언 B.O.B(베스트오브베스트)라는 주제로 미니포럼이 진행됐다. 기성세대와 현 청년세대 간 문화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회사생활, 사회생활, 가족생활 등 많은 부분에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는 달랐다. 최근 ‘라떼는 말이야’ 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한 광고에서 직장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소위 꼰대발언을 하려다 말을 돌리며 던지는 말이다. 광고는 시대가 변하면서 자사의 상품도 변하고 있는 내용을 담았다. 광고에서는 시대의 변화를 단편적인
‘공정’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부정입학,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대학 입시 논란 등을 거치고, 정부가 대입 과정에서 정시를 확대하겠다는 발표까지 이어지면서 한국사회는 말 그대로 공정 논쟁에 휩싸여 있다.그러나 지금의 공정 논쟁이 과연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모든 진영에서 ‘청년팔이’가 펼쳐지고 있어 더욱 안타깝다. 언젠가부터 청년은 공정에 예민한 세대가 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대학 입시 논란을 둘러싼 광화문 집회와 서초동 집회 모두 우리 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