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트르의 도시에 가다] (1) 상트 페테르부르크 첫 날러시아로 떠나는 비행기는 3월 5일 낮 12시 45분 인천공항 출발, 당일 오후 4시 35분 모스크바 세례메티에보 공항 도착이다. 시간만 보면 네 시간 정도인데, 비행기가 시간을 앞서 갔다고 해야 하는 건지 실제 비행시간은 10시간 가까이 된다. 좌석 앞 모니터에 나타난 3D화면에는 비행기가 북서쪽으로 중국 베이징과 몽골 상공을 통과한 다음 북위 60°쯤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날아간다. 공항에서 벨라루스역을 오가는 공항철도인 아에로엑스프레스를 타서 ...
[표트르의 도시에 가다] 프롤로그 2015년 3월 5일부터 4월 5일까지 한 달 간 러시아 여행을 했다. 우랄 산맥 서쪽의 유럽권 러시아지역인데, 구체적으로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카잔에서 카스피 해에 이르는 볼가강 지역,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합병된 크림반도, 카자크들의 거주지였던 돈강 유역, 그리고 모스크바다. 원래 계획으로는 카프카즈 지역도 가려고 했으나, 당시엔 대부분 이슬람권인 러시아의 북카프카즈 지역이 여행 적색경보지역(철수권고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여행기간 동안 휴대폰으로 북카...
[양기혁 칼럼] 곶자왈은 어디에서 온 말일까? 한때는 경작이 불가능해서 원시림 상태의 황무지로 방치되기도 했던 곶자왈이 이제는 우리가 소중하게 보존해야할 자원으로 그 생태환경적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토양의 특성이나 거기에 자라는 식생의 분포와 같은 지질학적 생물학적 연구가 학자들과 공공기관에서 깊이 있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우 특이한 제주어인 이 단어가 갖는 의미와 그것이 어떻게 생겨난 말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부족하고, 잘못된 해석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
[양기혁이 떠난 러시아 여행] (12) 모스크바 세례메티에보 공항
[양기혁이 떠난 러시아 여행] (11) 오슬로 下
[양기혁이 떠난 러시아 여행] (10) 오슬로 上 - 노르웨이의 북쪽 끝 키르케네스에서 남쪽 끝 오슬로까지 비행시간은 약 2시간 10분정도 걸린다. 오후 2시 오슬로 공항에 도착하여 바렌츠 프록코스트 호텔 데스크 컴퓨터에서 검색하여 찾은 유스호스텔을 찾아가기 위해서 먼저 공항의 안내쎈타로 갔다. 안내쎈타의 나이 지긋한 여인은 내가 검색한 두 개의 유스호스텔 중에
[양기혁이 떠난 러시아 여행] (9) 키르케네스 下 몇몇 건물을 찾아다니며 물어본 끝에 간신히 비자쎈타를 찾을 수 있었다. 항구의 대형 화물 창고같은, 입구에 아무런 표시나 간판도 없는 건물의 2층 구석진 곳에서 두사람의 여직원은 밝게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그러나 그들도 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의 조언은 이 곳에 있는 여행사를
[양기혁이 떠난 러시아 여행] (8) 키르케네스 上 국경을 넘어서자 안도감과 함께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져 왔다. 버스가 지나가는 도로 주변의 자연풍광이야 그다지 다를 게 없었지만 무언가 평온하고, 안락하다는 느낌 같은 것. 조금씩 드러나 보이기 시작하는 마을의 목가적인 풍경들. 몇 시간 후에 다시 돌아가기보다 하루쯤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
[양기혁이 떠난 러시아 여행] (7) 객실 창밖으로 보이는 무르만스크는 도시를 둘러싼 언덕위에 세워진 회색빛 콘크리트 아파트 단지들이 마치 점령군처럼 위압적으로 다가왔다. 도시를 에워싸고 있는 무채색의 아파트 건물들은 도시 전체에 음산하고 침울한 분위기를 드리우고 있었는데, 그동안 지나온 여러 도시들에서 보아온 러시아의 다른 도시들과 별반 다름이 없이 무미
[양기혁이 떠난 러시아 여행] (6) 무르만스크 북극권 도시로 최대의 도시라고 하는 무르만스크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이듬해 1915년 여름부터 항구도시로 조성되기 시작하여 공식적으로는 1916년 10월 4일(구력[율리우스력]으로는 9월 21일) 건설되었다고 한다. ‘로마노프 나 무르
[양기혁이 떠난 러시아 여행] (5) 솔로베츠키 군도 2새벽녘에 일찍 서둘러 호텔을 나섰다. 바람이 불지 않는 맑고 쾌청한 날이었다. 본토보다 훨씬 더 자주, 더 거세게 바람이 분다는 이곳에서 운수 좋은 날이었다. 아침 식사 전에 섬의 남쪽으로 반쯤은 돌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을을 벗어나 인적이 없는 숲길로 접어들었다. 대나무처럼 위로 곧게 자라는
[양기혁이 떠난 러시아 여행] (4) 솔로베츠키 군도백해의 서쪽 해안 중간쯤에 위치한 카렐리아 공화국의 케미에 도착하여 기차역을 나서자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배낭에 방수 커버를 씌우고, 챙겨간 일회용 비옷을 꺼내어 입고,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정류장이라고 가르쳐준 곳은 표지판 하나 없이 낡은 나무 벤치 하나 달랑 놓여있을 뿐
[양기혁이 떠난 러시아 여행] (3) 아르한겔스크 ②새벽녘은 약간 한기가 돌기도 했으나, 날은 금세 더워졌다. 드비나 강변에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 몇 개를 보고나면 그다지 가볼 곳도 없을 것 같아 오전에 서두르면 오후엔 다음 여정으로 생각한 솔로베츠키 군도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호텔을 나서서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약도를 보고, 시내로 들어섰다.시내에
[양기혁이 떠난 러시아 여행] (2) 아르한겔스크1703년 표트르 대제가 발트 해를 장악하고 있던 스웨덴 왕국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발트 해의 핀란드만으로 나갈 수 있는 땅을 확보하고 나서, 네바 강 하구의 늪지대에 ‘유럽으로 난 창’ 상트뻬쩨르부르그를 건설하기 전까지 백해의 아르한겔스크는 러시아의 유일한 항구였다. 서쪽은 강력한
[양기혁이 떠난 러시아 여행] (1) 러시아 모스크바지난 6월 5일 모스크바 엘리베이터 전시회에 참가하는 친구와 동행하여 러시아 여행에 나섰다. 두 번째 배낭여행을 생각하고 있던 참에 친구의 호의로 조금은 갑작스럽게 떠나게 되었다. 비자와 항공권을 마련해준 호의는 고마웠지만 나는 엘리베이터 전시회에 가볼 생각이 없었고, 친구는 사흘간의 전시회가 끝나는 대로
[양기혁의 중국횡단기] (30) 보름 남짓한 중국횡단기를 마치면서 골목을 걸어 나와서 모퉁이에 작은 커피점이 있어서 들어갔다. 아담하고 예쁘게 꾸며진 실내가 편안하게 한다. 그리고 카펜터스의 낯익은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라떼 커피를 한 잔 시켰는데 하얀 크림으로 나뭇잎을 띄워놓아 더욱 흡족한 기분이 되었다.When I was young, I’d
[양기혁의 중국횡단기] (29) 공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도시 주변의 소공원에 이름만 붙였을 뿐 라오서 흉상 외에 다른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공원 끝까지 걸어가자 왠지 낯익어 보였는데 그 끝에 나 있는 도로가 칭다오에 도착한 첫날 칭다오역을 거쳐 천주교회를 돌아 나온 바로 그 길이었다. 그때는 뒤쪽에 있어서 이곳이 라오서 공원인 줄을 몰랐던 것
[양기혁의 중국횡단기] (28) 여행 첫 밤을 보냈던 꽌샹산꽁위엔으로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지난을 거쳐 칭다오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8시가 넘어서 도시는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시내로 들어와서 사람들이 내리는 걸 보고 따라 내렸는데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근처에 세워져 있는 택시에 다가가서 말했다.“꽌샹산꽁위엔!&rd
[양기혁의 중국횡단기] (27) 孔子(콩쯔), 包子(바오쯔), 祥子(샹쯔)어제 이불 속에 들어간 그대로 나왔다. 세수도 하지 않고 눈곱을 손으로 떼고 거울을 보면서 흐트러진 머리를 대충 갈무리하고 방을 나섰다. 가게에서 생수를 한 병 사면서 길 건너편의 버스터미널 위치를 확인하고 천천히 걸어갔다.옌저우에서 취푸까지는 버스로 30분 거리인데 버스를 타고 잠깐
[양기혁의 중국횡단기] (26) 옌저우로 가는 기차 안에서기차는 깨끗하고 쾌적했다. 전에 탔던 기차와는 다른 고급스런 분위기에 승객도 붐비지 않고 빈 좌석이 많아 여유가 있었다. 아마 등급이 다른 고급열차인 모양이다. 기차 내의 매점에서 산 커피 한잔과 비스킷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몇 군데 중간 역을 거치고 한적한 농촌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