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자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는 내전에서 승리하는 전공을 세우고 던컨 왕으로부터 파격적인 대영주의 작위를 하사받는 이른바 “하해지은(河海之恩)”의 성은(聖恩)을 입는다. 이에 그가 나라의 은혜를 더욱 뜨거운 충성으로 보답했을까. 정반대다. “맥베스가 왕이 될 것”이라는 마녀의 황당한 예언이 문제였다. 그는 반신반의하지만 평소 주술을 신봉하던 아내의 부추김으로 결국 밤중에 잠에 든 왕을 암살하고 스스로 왕위에 오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는 반역에 대항하는 반란군에게 패배한 후 그의 목이 적장의 창끝에 매달려 조리돌림 당하는 운명으로
외세침탈국토부가 결국 환경부에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사실상 제2공항 건설에 대한 강행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지난 2월 도와 도의회의 공식적 합의하에 실시한 제2공항에 대한 도민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우세하게 나온 결과를 국토부 또한 아예 묵살하는 오만한 태도로 나가고 있다. 국토부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자신의 삶의 터전에 대한 운명을 결정하는 권리가 우선적으로 주민에게 있음은 언급조차 할 필요가 없다.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주민에게서 빼앗는 것은 단언컨대 또 다른 ‘외세 침탈’에
떡 한 접시“떡 가게 이웃에 가난한 홀아비 사무라이와 어린 아들이 살고 있었다. 하루는 아이가 떡 가게에서 놀다 돌아왔는데 떡장수가 찾아와 떡 한 접시가 없어졌다며 돈을 달라고 사무라이에게 말했다. 사무라이는 ‘아무리 가난할망정 내 자식이 사무라이 자식인데 남의 가게에서 떡을 훔쳐 먹을리 만무하다’며 항변했지만 떡장수는 수긍하지 않았다. 이에 사무라이는 그 자리에서 어린 아들의 배를 갈라 떡을 먹지 않은 증거를 내보인 후 그 칼로 떡장수를 죽이고 자신도 할복 자결해 버린다.”일본이 군국주의 시절, 그러니까 일왕이 태평양전쟁의 패배를
대법원의 최종판결에도 반성 없는 보수언론들의 대권후보 만들기선팅이명박 전대통령이 대법원에서 17년간의 형을 확정받고 결국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그동안 1심과 2심에서 모두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보석으로 풀려나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간 지 8개월 만이다. 당초 중범죄인에게 보석을 허용한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았고 전례를 찾아보기도 어려운 일이었지만, ‘유전무죄’의 법리를 흔히 보여주는 사법부의 현실임을 감안하면 ‘그들만의 각별한 휴머니즘’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없었다. 허기를 참을 수 없어 불과 몇 천원의 빵을 훔쳐 먹은 어느
모든 사람은 법 앞에 정말로 평등한 것일까칼레의 시민‘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의미한다. 본래 19세기 왕정시대 프랑스에서 유래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불과 20년 전만해도 우리에게 생소했지만 지금은 우리 표준어사전에 공식적으로 오를 정도로 친숙한 말이 됐다. 그만큼 민주화가 정착되면서 사회상류층에 대한 민초들의 사회적 위치와 마음가짐이 달라졌음을 반영하는 지표인 것이다. 하지만 본래 엄격한 신분제의 산물이며 귀족문화를 미화하는데 사용됐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일본의 ‘졸개’에 안주하는 세력의 여전한 힘을 과시한 올해 광복절 행사제 발 저림일흔 다섯 번째 광복절을 보냈다. 해마다 맞이하는 수많은 국경일 중 하나지만 올해는 유별히 분위기가 뜨거웠다. 밋밋한 ‘쉬는 날’로만 여기던 두터운 타성을 깨고 그날 선조들이 느꼈을 순수한 감격의 기쁨이 올해 들어 새삼 ‘처음처럼’의 마음으로 온전히 다가왔기 때문은 아니었다. 격이 떨어지는 말일지 모르지만, “퀴퀴한 방귀를 뀌고도 도리어 성을 내는 놈들”이 많아서였다. 둔감한 필자의 눈에는 이번 광복절이 제 발 저린 도둑놈이 잔칫상에 재를 뿌린 매우 특
방앗간 참새부고(訃告)만 아니라면 언론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것을 즐기는 것이 정치인이라던가. 더욱이 ‘핫’한 사회적, 정치적 이슈라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자신을 널리 알리고 싶은 정치인들에게는 군침을 흘릴만한 좋은 먹잇감일 것이다. 지금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검언유착 수사권 지휘를 둘러싼 추미애 장관과 윤석렬 총장 간 갈등일 것이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기 어려웠을까. 요즘 들어 지자체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중앙정치에 부쩍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원희룡 지사가 또 입을 열었다. “추 장관의 입장문을 범죄 피의자인
색의 부조화드디어 21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뜨거운 투표율에 대한 여야 간 해석이 서로 엇갈리는 가운데, 봉인된 투표함의 뚜껑이 열리자 이번에도 유니폼과 안색(顔色)의 역전극이 펼쳐졌다. 개표가 진행될수록 여당이 경합지역을 하나둘씩 승리지역으로 접수할 때마다 환해지는 여당 인사들의 핑크빛 홍안(紅顔)은 개표 상황실을 가득 메운 파란색 유니폼의 물결 속으로 더욱 세차게 번져나갔다. 반면에 국회에서 뛰쳐나와 광화문 거리의 콘크리트 바닥에서 태극기부대와 동고동락하며 지난 4년을 주로 장외투쟁에 투자한
그림의 떡‘찻잔 안의 태풍’으로 그칠 것으로 기대했던 신종 코로나 19가 이제 전 세계로 일파만파 확산일로를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서구를 비롯한 세계 전체는 강력한 태풍 앞에 운명을 맡긴 채 가련하게 떨고 있는 촛불의 처지에 몰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태 초기 정부의 발 빠른 사전대책으로 며칠 동안 불과 30명 이내로 묶었음에도 감염자가 7000명을 훌쩍 넘는데다 사망자가 50명을 상회한다. 31번 확진자를 기점으로 뚜렷한 원인도 없이 일상적으로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이른바 ‘지역사회 감염’이 대
탐욕의 막장제주 제2공항 건설이 결국 강행되는 것인가. 억겁의 세월을 지켜오며 언제나 우리들의 영원한 모태였던 제주 산하이건만, 개발의 칼날이 그 심장부까지 서슴없이 위협하는 모습을 보면 이제 절망감마저 느낄 정도다. 지역발전과 경제효과로 포장한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은 결국 막장까지 온 것인가. 제2공항 건설 추진과정을 보면 정말로 자본주의 인간의 욕망은 물질적 이익이라면 지옥까지 쫓아간다는 말을 실감한다. 일출 사진을 찍기 위해 새벽이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인근 오름에 올라서서 갓 떠오른 아침 해와, 어스름한 장막 속에서 수줍게
일곱 차례의 지옥문드디어 검찰이 조국 부인에 대한 구속영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수사에 착수한지 거의 두 달 만이다. 조국 장관 가족만을 향해 전격적으로 특수부 검사 20여 명과 수사관 50여 명이 투입된 결과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때 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수사 인력이 동원된 검찰의 집요한 장기간의 수사는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만한’ 전설의 항우장사조차 감당할 수 있었을까. 하물며 병색이 완연한 장관 부인을 ‘지옥문’으로 비유되는 검찰청 소환을 일곱 차례나 남발하고 ‘기레기’ 언론을 이용해 여론
‘바리깡’ 벌목또다시 잔인한 4월이 돌아온 것인가. 겨우내 혹독한 추위에 떨며 따뜻한 봄날만을 기다려 왔던 벚나무들의 겨우 꽃 봉우리를 터뜨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꽃샘추위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환경파괴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중단됐던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재개돼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그동안 드라이빙으로도 즐길 수 있는 호젓하고 아늑한 숲길로 도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 왔던 비자림로의 울창한 삼나무들에 대한 잔인한 집단 살육이 단행된 것이다. 아름다운 숲길이 나무들의 무덤으로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 학살의 현장
김헌범 (제주한라대학교 교수) 원 지사의 버거워진 재선도전, 지난 4년의 도정을 돌아본다 막이 오른 지방선거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인 지방선거의 막이 올랐다. 전국 각지의 광역단체장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가 줄을 잇는다. 하늘을 찌를 듯 치솟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를 등에 업은 여당 후보들의 기세가 무섭다.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지만 현 추세로는 영남의 몇 개 지역을 제외한 전역이 여당에 의해 싹쓸이될 판이다. 우리지역의 차기 도지사를 둘러싼 경합도 당초 일방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심상치 않다. 지난 선거 때만 하더...
[김헌범 칼럼] 케케묵은 냉전시대의 화석이 돼버린 일부 보수정치인들과 언론들 계란으로 바위치기 역시 정답은 대화였다. 봄이 채 오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한반도의 해빙(解氷) 무드. 남북과 북미 간 정상회담이 기적적으로 성사됐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동해와 일본의 영공으로 시험용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날아다니고 이에 대한 이른바 ‘코피’ 작전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군사행동이 임박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비단 우리 한민족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간담을 서늘케 하지 않았던가. 현실적 어려움은 차지하고라도 그간 십 년 이상 켜켜이...
[김헌범 칼럼]막장드라마 식 사학정책의 주역들 도둑놈의 회초리 벌써 한 해가 지나간다. 올해 정유년을 마감하는 고사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됐다. ‘사악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란다. 행사를 주최한 교수신문은 “올바름을 구현하고자 시민들이 촛불을 들면서 나라를 바로 세울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을 선정이유로 들었다. 지금까지 새 정부의 적폐청산이 반년 이상 끌고 왔음에도 구악의 잔존세력들의 당초 예상과 소망과 달리 국민들의 ‘피로감’이 전무한 것은 지난 십년간 켜켜이 쌓여왔던 사악함을 척결하는 것에 대한...
[김헌범 칼럼] 지정학적 이점에도 강대국들의 동네북 신세가 된 한반도 막말의 희생타 “북한과 미국 간에 전쟁이 나서 수천 명이 죽더라도 거기서 (한반도에서) 죽는 것이지 여기서 (미국에서) 죽지는 않을 것이다.” 3주 전 북미(北美) 간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언급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다. 우리에겐 여전히 천사의 나라로 남아있는 미국. 하지만 수천 명의 목숨이 희생당하는 것쯤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천사도 있는가.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남들 싸움에 내 집이 풍지박산이 날 지경인데도 볼멘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우리...
[김헌범 칼럼] 역지사지의 공감의지가 없는 재판부에게 솔로몬의 지혜는 구약시대의 신화에 불과하다 딸랑 두 쪽의 판결문 항소심 판사가 해직 교수인 강 교수에게 평생 교육자로서의 삶에 사실상 사형이나 다름없는 패소 판결을 내리는 데는 단 두 마디 말밖에 걸리지 않았다.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 비용은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지난 달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새 대통령의 취임사가 모든 언론을 일제히 장식하던 날, 대학의 재임용탈락 처분에 대해 강 교수가 제기한 민사소송 2심 판결이 드디어 나왔다. 그러나 강 ...
[김헌범 칼럼] 예상보다 거센 꽃샘바람에 다시 위태로워진 민주시민들의 촛불 그녀의 제 자리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겨울이 물러나자 갑자기 찾아 온 봄. 볼품없던 앙상한 나뭇가지에 화사한 벚꽃이 피자 눈이 부시다. 당연한 순리임에도 올봄이 자꾸만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지난 겨울이 힘들었던 탓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누구도 자연의 섭리를 막을 수는 없는 법. 이제 사람들은 두터운 겨울옷을 벗고 자연은 상큼한 녹음의 옷을 입기 시작한다.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옛 시구는 잠시 접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모든 ...
[김헌범 칼럼] 대통령 탄핵과 이 부회장의 구속은 촛불시민들이 이룩한 작지 않은 기적 법치의 성역 드디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감됐다. 근 80년의 삼성 역사에 있어서 처음 있는 일이기에 이 부회장의 구속은 가히 새로운 역사의 이정표라 할 수 있다. 그간 3대에 걸친 삼성의 제왕적 세습체제가 이어져 내려오는 동안 민주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각종 패악과 비리에도 삼성재벌의 ‘백두혈통’만큼은 처벌의 철저한 예외였던 점을 생각하면 금석지감(今昔之感)이다. 한겨울의 살을 에는 칼추위를 무릅쓰며 상식과 정의의 사회를 외쳐온 촛...
[김헌범 칼럼] 국가적 위기상황에도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정치인들의 여전한 구태 촛불의 기적 병신년의 한 해가 지나고 정유년의 새 해가 밝았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이지만 지난 일 년만큼은 세월이 덧없이 지나간 것만은 아니다. 작년 10월말 처음 시작된 촛불시위 때만 해도 시위 군중들의 한낱 호기로운 구호로만 보였던 대통령 탄핵은 이제 국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에 상정된 지 이미 한 달이 다 돼간다. 비록 여소야대의 정국이었지만 여당의원들의 머릿수가 탄핵가결을 저지하기에 넉넉한 상황이었으니, 불과 일 년 새 “뽕나무 밭이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