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89) 원강아미 원형 2 원강아미 원형은 ‘관계’에 집착한다. 부모님들 간 ‘구덕혼사’를 하여 ‘관계’를 맺는 데 그녀의 감정과 의사는 별반 개입되지 않았으나 그녀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관계’다. 그녀의 행복이나 불행, 기쁨이나 고통은 자신이 관계를 맺고 있는 남편이나 가족, 사회 내에 있다. 그녀의 삶을 규정하는 관계는 어릴 적엔 아버지, 크니 남편, 나이가 드니 자식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88) 원강아미 원형 1원강아미는 애기구덕에 눕혀 키우는, 아직은 어린아이일 때, 부모의 의사에 따라 결혼을 한 ‘구덕혼사’를 한 여신이다. 남편은 사라도령이다. 아들은 할락궁이로 나중에 서천꽃밭의 꽃감관이 된다. ‘모성 원리’는 신화에 많이 등장하는 화소이다. 특히 일반신화에서는 ‘모성 원리’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는 대체로 어머니로서의 여성 역할이 강조되고 출산의 고통, ...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87) 이공신화와 원강아미 이야기3“어떤 무지렁이 총각이 앉아 있었단 말이냐? 여봐라, 꽃밭지기는 가서 어떤 놈인지 자세히 알아보고 오거라.”꽃밭지기는 사라도령에게 가서 할락궁이에게 아버지 어머니가 누구인지 물어보았다. “우리 아버지는 사라도령이고 어머니는 원강아미입니다. 아버지는 내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서천꽃밭 꽃감관으로 왔다고 어머니께 들었습니다. 어머니는 제인장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86) 이공신화와 원강아미 이야기2 그날부터 원강아미의 모진 종살이가 시작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강아미는 잘 생긴 아들을 낳았다. 사라도령의 말대로 신산만산할락궁이라 이름 지었다. 제인장자는 계속 원강아미를 탐하며 몸 허락을 요구하였지만 원강아미는 그때마다 이러저런 핑계를 대면서 위기를 모면하였다. 그러던 하루 제인장자가 원강아미 방으로 밀어 들어오려 했다. 원강아미는 방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85) 이공신화와 원강아미 이야기1 *** 제주도 무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서천꽃밭은 목숨을 살려내는 생명꽃, 자손을 번성케 하는 번성꽃,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환생꽃, 피오를꽃, 살오를꽃, 웃음웃을꽃, 울음울을꽃,싸움하게할꽃, 수레멜망악심꽃, 검뉴울꽃(시들시들 죽어가는 꽃) 등 신비한 여러 꽃들이 있는 곳이다. 이공신화는 이 서천꽃밭의 꽃들을 관리하는 주화신(呪花神)인 이공신(二公神)...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84) 노일저대구일의딸 여성2개인적인 삶의 추구가 확대되면서 사리사욕에 눈이 밝은 노일저대를, 이제는 우리 모두의 분신으로 스스럼없이 내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최근에는 공명심, 명예, 정의, 승리와 같은 가치들이 찬미되지도 않지만 그 반대편의 양보, 희생, 조화 등의 가치가 찬미되고 있지도 않다. 돈에 대한 욕망에만 파묻혀 나눔과 협력, 공감과 감동이라는 사회적 감수성들을 ...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83) 노일저대구일의딸 여성 1*노일저대구일을 노일저대라 부르기도 합니다. 노일저대는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속성입니다. 노일저대의 딸은 그 노일저대의 ‘딸’이니만큼 ‘노일저대’가 중첩된 개념일 것입니다. 한 세대의 이기심과 욕심이 두 세대까지 이어졌으니 이기심도 욕심도, 위험함도 그만큼 더 셀 것입니다. *‘노일저대구일의딸’이라 쓰니 호명 자체가 이중으로 중복되는 경우가 ...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82) 노일저대구일의딸 원형 4뻔한 아줌마.‘아줌마’, ‘아줌마 부대’는 노일저대 원형이 가장 대중적으로 발현되면서 희화화되어 가는 경우다. 처음에 당당함의 의미를 가졌던 ‘아줌마’는 지금은 방정맞고 뻔뻔하다는 기의를 가진 단어가 된 듯하다.‘나는 나이고, 세계의 중심‘이라 외치는 새로운 세대와 그 성향의 일부가 시간이 지나 노일저대 아줌마가 되었다. ’종잡을 수 없이 자기 멋대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81) 노일저대구일의딸 원형 3** 글의 전개상 두 번째 부인이라는 단어 대신 첩이라는 용어로 씁니다. 마찬가지로 일부다처제라는 용어 대신 처첩제란 용어로 쓰겠습니다. 한 남자가 여러 여자와 관계를 맺는 처첩제 역시 일부다처제의 한 종류라고 볼 수도 있지만, 처첩제의 경우 처와 첩의 지위는 엄격히 다르고 첩 쪽과는 남자 개인 관계를 넘어선 가족, 사회관계는 맺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80) 노일저대구일의딸 원형 2욕망의 화신 노일저대구일의딸은 미성숙하고 자신만 아는 딸아이의 원형이다. 세상의 서러움과 기쁨을 경험하지 못한 채 자기 욕심만 내세우는 딸아이 같다. ‘이것 하나 못 해주냐,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는 말에 한없이 초라해지는 어머니의 서글픔을 모르는 철없는 아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온갖 방법을 동원하며 얻어내었던 이 원형은 자신을 희생하거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78) 문전신화와 노일저대구일의딸** 이번 글부터는 제주의 문전신화 속에 등장하는 ‘노일저대구일의 딸’에 대한 글입니다. 신화 속에 나타나는 노일저대구일의 딸이라는 여신의 원형을 살피고, 현실에서 이 여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노일저대 유형의 여성들에 대한 글들이 이어집니다. ** 말씀드렸듯 고대 신화학에서 신화 속 이름들은 속성을 나타낸다고 하는 연구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78) 문전신화와 노일저대구일의딸 3남선비가 돌아와 말을 하자 노일저대가 탄식하며 말했다. “아이고 세 점쟁이가 모두 아이들 간을 내 먹으라고 똑같은 말을 하니 이를 어찌한단 말입니까? … 할 수 없습니다. 낭군님, 내 말 들어보십시오.”“….”“나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77) 문전신화와 노일저대구일의딸 2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76) 문전신화와 노일저대구일의딸 **이번 글부터는 문전신화이고, 제가 집중적으로 다룰 여신은 노일저대구일의딸입니다. **고대 신화학에서 신화 속 이름들은 속성을 나타낸다고 하는 연구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노일저대구일의 딸이 보여주는 것들을 ‘어떤 조건과 속성들’로 생각하고, ‘노일저대구의의딸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75) 강림의큰부인 여성3강림의큰부인 여성은 세상의 좋은 안내자나 문제해결의 행운을 가져다주지는 못할지라도 상심에 빠진 자녀나 친구들에게 따뜻한 둥지를 마련해 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강림의큰부인 여성들은 새로운 틀 짜기의 힘은 아니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바람직한 시민 원형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양보와 희생을 향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74) 강림의큰부인 여성2강림의큰부인 어머니이 여성의 일생은 안정적으로 보인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주어진 역할에 순응하고 엄청난 수고에도 화를 내지 않으며 살아가는 이 여성은 차분한, 많은 주부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강림의큰부인 어머니는 아이들을 따스하게 보살펴 주고 그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나, 아이들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73) 강림의큰부인 여성1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72) 강림의큰부인 원형 2 강림의큰부인은 다음에 얘기될 원강아미 원형과 함께 전근대적 남성중심의 사회가 요구하는 표준여성형(스테레오 타입)의 원형이다.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자는 남자의 집에서, 남자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큰 부인의 자리를 보전하고 있으니 그 그늘아래서 어떤 무시와 억압에도 함구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요구된다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71) 강림의큰부인 원형 1강림의큰부인은 이름이라 생각하여 붙여쓰기를 합니다. 큰 부인은 첫째 부인이라는 자리로 생각하여 띄어쓰기를 합니다. -필자 주강림은 문밖에도 아홉, 문안에도 아홉의 처를 거느리고 산다. 강림의큰부인은 이 열여덟 중의 첫째 부인이다. 신화의 이 부분은, 가정이라는 곳이 폭력적인 남성지배가 여지없이 표출되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70) 저승사자 강림과 강림의큰부인 신화 4성문 안에 사는 아홉 첩들, 성문 밖에 사는 아홉 첩들과 살림을 가르고, 강림은 그날 밤 오랜만에 큰부인과 사랑을 나누었다. 다음날 아침 강림의 삼년상 첫제사만 넘으면 강림의큰부인과 혼인하여 같이 살아보려 기다리던 뒷집 김서방이 큰부인을 찾아왔다. 찾아와보니 웬 망건이 벗어 걸어져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