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백두산 날개하늘나리 - 지방행정연수원 중견리더과정 중 중국역사문화탐방에서 유명을 달리한 친구 고 조영필에게 바치는 시 뉴스를 봅니다, 역사문화탐방에서 날개 달고 저 하늘로 날아간 내 친구 영구차 뒤를 따라서 장맛비가 내립니다 손 한 번 흔들어 봐 마지막 인사인 걸 네 목소리 예 있는데 영정은 말이 없네 백두산 자락을 따라 꽃이 되어 돌아온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어느 곳에든지 있다. 하지만 우린 그 상황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희로애락을 인생이라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해다. 7월이 열리...
[시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자귀나무 유월이다. 유월이면 구태여 숲으로 가지 않아도 내 눈을 즐겁게 하는 풍경이 있다. 바로 자귀나무 꽃이다. 마치 쥘부채를 펴고 하늘하늘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은 언제 봐도 즐겁다. 분단에 쐐기를 박아버린 한국전쟁. 해마다 유월이면 평화를 주제로 한 필독서가 선정된다. 물론 필독서 속엔 그 쐐기를 뽑기 위한 바람이 담겨 있다. 작년 6월엔 황선미 선생님의 《희망의 단지 DMZ》가 5학년 필독서로 선정되었다. 읽는 내내 나의 무식을 확인하며 ‘언젠가는, 언젠가는 비무장지대라는 그곳에 가보고 말리라...
[시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등심붓꽃 내게는 우렁각시 손이 하나 더 있지 벌나비와 종일토록 마당을 맴돌다가 구십 줄 다다른 당신 내리사랑 피어나 볕이 들면 얼굴 펴고 흐린 날은 저도 아파 꽃잎조차 펴지 못해 굽은 허리 두들기며 저물녘 쌀을 퍼내어 치대기는 손끝에 붓끝으로 쓰지 못한 당신의 마음결이 전기밥솥 그 안에서 밥알로 날 반기시네 등신아 이제 알았니, 죽어 여한 없단다. 해마다 5월이면 전령인 듯 내 집 마당에선 등심붓꽃이 피어난다. 뭘허자고 허드렁헌 검질덜만 주워다 심느냐고 타박하던 어머니께서도 이들이 피어난 걸 보면 ...
[시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갯메꽃 2014년 4월 16일. 안오름에 갔다가 내려오던 그 길 그 순간은, 2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생생하다. 날마다 보는 풀꽃들이지만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휴대전화의 갤러리 화면을 넘기다 무심코 인터넷에 접속했다. 인터넷이 술렁였다. 바다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세월호와 함께 다급한 목소리의 현장중계. 덜컥, 무슨 일이랴 싶었지만 모두 구조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구조된 사람도, 시체로 돌아온 사람도, 유가족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우리도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시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개불알풀꽃 꿈, 희망, 생명……. 봄은 역시 활력을 가져다주는 긍정의 계절이다. 무심코 짓밟고 지나던 잡초에 꽃이 피어 되레 우울한 내 가슴을 어루만진다. 발길을 멈추고 무릎을 구부렸다. 마치 신선의 세계에서 내려온 별들이 오종종 모여앉아 봄날 일기를 쓰는 것 같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식물들에도 글씨체가 있다. 예를 들면, 붓꽃은 궁서체, 등심붓꽃은 명조체, 광대나물은 안상수체, 요 녀석 개불알풀꽃은 굴림체다. 나는 과연 어떤 글씨체로 살아가고 있을까,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시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백매화▲ 백매화. ⓒ고봉선코앞에 설이고 보니, 치러야 할 일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며느리로서 죄의식이 앞선다.얼마 전, 시모님께서 보내주신 매실차를 마시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아들 녀석들이 차지하고 앉았던 컴퓨터. 실로 몇 년 만에 내게 왔는지 모른다.지금 내가 마시는 이 매실차는 시댁 마당에 열린 매실로 담근 것이다.달랑 한 그루 있는 나무에 얼마나 달렸으랴만, 그래도 시모님께선 항상 우리 몫으로 2리터 남짓 보내오신다.올 설에도 시댁 마당엔 매화가 피었을까?컴퓨터를 아무리 뒤져봤지만 시댁에서 ...
[시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철쭉▲ 철쭉. ⓒ고봉선도전이란 졸린 눈 비비고 등산화를 신는 것. 이십 키로 감량 목표 7개월째 다이어트, 목표치 얼마 안 남았다 싶으면 다시 멀어지려 한다. 힘들다. 인제 그만 주저앉고 싶다. 형체도 모를 그 누군가, 자꾸만 그만하라 속삭인다. 에라 모르겠다, 이불을 걷어찼다.라이트를 켜고 오름으로 향했다. 빗방울이 하나둘 차창에 와 닿는다. 악셀을 밟던 발끝이 잠시 주춤거린다. 머
[시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봉선화▲ 봉선화. ⓒ고봉선봉 선 화 - 김형준 작사, 홍난파 작곡/노래 김천애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어언 간에 여름 가고 가을바람 솔솔 불어 아름다운 꽃송이를 모질게도 침노하니 낙화로다 늙어졌다 네 모양이 처량하다. 북풍한설 찬바람에 네 형체가 없어져도 평화로운 꿈을 꾸는 너의
[시를 먹고자라는 식물원] 장미‘장미꽃’ 하면 저는 왠지 유럽의 화려한 파티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많은 종의 장미 원산지는 대다수가 아시아라고 합니다. 색깔도 다양하거니와 야생 장미도 있고 재배되는 장미도 있습니다. 한 송이씩 피는 장미가 있는가 하면 무리 지어 피는 장미도 있습니다. 홑꽃이 있는가 하면 겹꽃도 있습니다. 이렇게 각양각색의 모습을 지닌 장미는 가시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