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쉐 : 소* 말앙 : (하지) 말고* 촐 : 꼴, 소의 먹이가 되는 풀(소의 자연산 사료)‘치레’란 어떤 일을 실속보다 낮게 (못하게) 꾸민다는 뜻이다. 용례를 들면 치레로 하는 인사 같이 쓰인다.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옛날로 올라갈수록 소는 농가에 없어서는 안될 보물과 같은 가축이다. 가축으로서의 존재감이 대단했음은 물론이다. 파종하기 위해 밭을 갈지, 수확한 것을 실어 나르지, 심지어 방앗간을 돌리는 데도 부렸다. 그뿐인가. 새끼를 낳아 부(富)를 이루게 했다. 타고난 근면성과 지구력에다 근력이 대단해 웬만한 일은 끄떡
* 쉐걸름 : 소 거름* 돗걸름 : 돼지 거름요즘은 시골에서도 ‘걸름’이란 고유의 제주방언을 쓰는 사람이 아주 드물다. 거의 안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표준어인 ‘거름’은 더러 쓰이지만 한자어인 ‘비료’ 쪽이 훨씬 많이 쓰인다. 순우리말보다 한자어를 선호하는 관념 때문이다.걸름이란 말을 쓰던 시절과 비료란 말을 쓰는 오늘을 비교할 때 격세지감을 어쩌지 못한다. 옛날에는 ‘밭을 걸뤄야 한다’는 말을 했다. 농사지어야만 입에 풀칠을 하던 농부들 입에서 끊임없이 나오던 말이다. 밭을 기름지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흙을 비옥(肥
* 손엣물 : 손의 물* 개안티 : 개한테우리 몸에서 제일 불결한 곳이 손일 것이다. 청소를 하거나 쓰레기를 수거하거나 수챗구멍을 씻어 내리거나 할 때만이 아니다. 사람이 손을 가질 수 있어 노작(공장)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호모 파베르(Homo Fabel)다. 손의 재능은 탁월한 것이라 사람의 존재감을 극대화해 준 것은 말할 것이 없다.사람은 손으로 쓰고 그리고 칠하고 조각하고 파고 만들고 세운다. 창조주가 부지런히 하라고 만들어 놓은 게 분명하다. 이렇게 쉴 새 없이 일을 하다 보니 손이 안 가는 데가 없을 정도다. 깨끗
* 존 : 좋은 * 예펜 : 여자 * 팔저 쎈다 : 팔지 세다목소리도 타고 나는 것이지만, 목소리가 낭랑해 좋은 것은 옛 사람들은 별로 탐탁하게 생각지 않았다. 소리가 좋다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이 그렇다는 유추 해석일 것이다. 특히 여자가 목소리가 좋으면 생애가 그리 순탄치 않을 것으로 여겼다. 여자가 소리가 고우면 노래를 잘하게 마련인데, 노래를 잘하게 되면, 자연히 이곳저곳에 가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재능을 뽐내게 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보면 남성들의 유혹을 받게도 되어 뜻하지 않은 남녀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 메노리 : 며느리* 물 질어당 : 물 길어다(가)* 보민 : 보면옛날 제주도에서나 있었던, 아마 가장 ‘제주적’이 이야기일 것이다.제주에는 물이 귀했다. 물을 찾아 산촌에 살다 해변, 바닷가로 내려왔지만 물이 귀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우물을 동네 사람들이 팠지만 물이 풍족하지 못했다. 장마가 긴 해에는 여름 한 철(우기) 우물에 물이 가득 찰 때도 있었지만. 비가 적으면 우물이 바닥을 드러내기 일쑤였다.우물 바닥에서 물이 촐촐촐 약하게 솟아나면서 조금씩 고이기를 기다려, 그 물을 작은 사발로 떠 허벅(찰흙으로 구워서 만든 물을 나
* 맹질밥이 :명절밥이* 아니 호(ᄒᆞ)키여 : 않겠다아마 다른 지방에 이런 속담은 없으리라. 명절밥이 달지 않겠다니, 말 그대로 명절날 먹는 밥인데 이 무슨 소리인가. 화산토라 푸석푸석 척박한 농토에 농사지어 태풍과 폭우가 두세 번 휩쓸기라도 하는 날에는 장에 가 팔아 가용(돈) 장만하기는 고사하고 입에 풀칠하기조차 어려웠던 게 농촌의 실정이었다. 입을 것 제대로 입고 다리 쭉 펴고 잠이나 실컷 자면서 살았는가. 닭(ᄃᆞᆰ)도 울기 전 동새벽에 깨어나 서숙밥 한두 술 뜨는 둥 마는 둥 잰걸음으로 먼 밭에 나가 종일 땡볕 아래 밭
* 산썹 : 산기슭 두메 산골* 물썹 : 물기슭, 바닷가, 해변의식주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요소다. 특히 주(住)는 사람이 삶을 부려 생활하는 주거(住居)로, 삼시세끼 먹고 철철이 입어 사람으로서 체면을 꾸리는 옷에 조금도 덜하지 않는 것이다.아무리 잘 먹고 잘 입으며 산다 해도 집이 없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노릇이다. 여건이 되지 않으면 비바람과 눈보라는 막고 살 수 있는 ‘집’이라는 건축물은 기본이다. 그게 움막이라 해도 몸을 쉴 수 있는 구조물은 있어야 한다. 그것의 크고 작고 또는 살기에 편하고
* 늙으민 : 늙으면, 나이 들어 노쇠해지면참 참혹한 얘기다.이런 장면을 상정해 볼 수 있겠다. 긴긴 겨울밤, 늙으면 잠도 멀리 달아나 버리고 머리맡에 외로움만 웅덩이의 물처럼 잔뜩 고인다. 게다가 밤 이슥할수록 배가 출출해 입 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하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눈이 펄펄 내리니 우영밭(텃밭)에 묻어 놓은 감저(고구마)를 몇 개 파오거나, 무수(무)를 몇 뿌리 뽑아다 잘 드는 식칼로 슥슥 슥슥 껍질 벗겨 먹으면 이런 풍미(風味)라니, 천하 일미(逸味)가 따로 없다. 한순간에 요동차던 뱃속이 잠잠해진다. 한데 어느 주
* 웨상제 : 외상제, 외상주농경사회 시절엔 특히 한 가문(집안)이 융성할 것을 선호했다. 집안 대소사에 형제간이 많아야 남의 힘을 빌지 않고도 무난히 일을 치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돈만 주면 척척 해결되지 않아, 크고 작은 일 하나에서 열까지 낱낱이 사람 손이 있어야 했던 것이다.자녀 결혼은 마을 잔치로 치러야 했으므로 처리해야 할 일이 셀 수도 없었다. 손님 접대를 위해 음식을 차려야 했는 데다 제일 힘들었던 게 돼지를 잡아 고깃반을 장만하는 일이었다. 잔치는 궤기만 이시민 된다(잔치는 고기만 있으면 된다.) 했는데.
* 우의 : 위의* 보름 : 바람왜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혼신을 다해 심혈을 기울이는가. 왜 부모들은 자식을 교육시키기 위해 죽자 살자 정성을 다 바치면서 시종일관 매달리는가.말로만 하지 않는다. 나는 학교 마당에 발을 놓아 본 적도 없지만, 내 자식만은 공부를 시켜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남들이 가는 대학까지는 보내야만 한다. 집에 기르는 소를 팔고, 사는 막사리(작은 집)며 밭을 팔아서라도 남들이 하는 대학을 졸업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대학을 나와야 직장을 가지고 당당하게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가 있다.자식 교육열 하면 제주인
* 인섬 : 인삼‘밥이 인섬이여.’간결하면서도 기가 막힌 비유다. 하루 세끼를 챙겨 먹는 밥은 주식(主食)으로 영양소의 기본이다. 사람에게 건강을 유지하는 데 밥만큼 중요한 음식이 없다. 밥을 굶던 시절이 있었다. 비근한 예로 ‘보릿고개’란 가요가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는 데는 겨울 지나 보리를 거둬들이는 6월 사이, 양식이 바닥나 소위 굶기를 밥 먹듯 했던 그 고난의 시기를 회상하며 가슴 쓸어내리는 바로 그것이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어머님의 한숨, 어머님의 통곡’이 들리는 듯 울컥하지 않는가.없어서 못 먹었지 밥 먹어 배를 불
* 부지땡이 : 부지깽이* 불기만 : 버리기만* 남죽 : 배수기, 죽젓개아궁이에 솥을 안치고 불을 땔 때, 불이 잘 붙도록 공기가 잘 통하게 쑤시는 데 사용하는 막대기가 부지깽이다. 땔감이 무슨 짚일 때, 특히 그 짚이 비에 젖었을 때는 불이 잘 붙지 않아 입으로 후후 불면서 불이 잘 붙게 쑤셔 공기가 들어갈 틈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때 아궁이 한가운데를 쑤시는 구실을 하는 게 부지깽이다. 만날 불붙는 아궁이만 쑤시다 보니 불에 만날 데어 까맣게 타들어 간다. 손에 들고 아궁이를 쑤시기에 힘들 정도로 닳게 되면 가차 없이 버려진다
거미의 생태부터 살펴야 한다.거미는 워낙 다산(多産)이라, 바글바글 한 마리의 알에서 수백 마리의 새끼들이 나온다. 어미가 태어난 제 새끼들을 온몸으로 품어 보살피게 되는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어미가 꼼짝 않고 있다 보니, 새끼들이 어미 몸에 달라붙어 있으면서 어미의 살을 야금야금 갉아 먹어 버리는 것이다. 결과는 보나 마나, 어미는 껍데기만 남아 바람에 팔랑거리게 된다. 새끼를 위해 육신을 내놓다니 놀라운 일이다. 생명의 존귀함과 더불어 어미의 새끼사랑의 극한을 생각하게 된다.그처럼 사람의 경우도 매한가지. 부모는 제 자
* 봉서 : 봉사* 어멍 : 어미* 거물수록 : (비가 안 와서)가물수록사람이란 누구나 입장에 따라 좋은 쪽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자신에게 좋아야 편해서 좋다. 이를테면 자기중심적인 사고라 할 수 있다.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비가 와 질척이고 물웅덩이가 파인 길을 걷는다고 상상해 보면 알 것이다. 걸음걸음 한 걸음이 아쉬울 것이다. 얼마나 힘들 것인가. 더듬으며 걷다 넘어지는 날에는 크게 다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더 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아기 어미도 마찬가지다. 어린 것을 손잡고 걸리다 갈 바닥에 나뒹굴기라도
* 돌앙 : 데리고* 흐린 조 : 차조* 버신다 : 번다, 벌어 들인다1940~1970년대의 농촌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먹을 것만 귀했던 게 아니라 농민들 삶이란 게 이루 말로 하지 못할 지경으로 열악했었다. 동편 하늘이 비지근히(희붐하게) 밝아 올 무렵이면 입에 서속밥 두어 술 떠 맬젓(멸치젓) 한 조각 얹어 등에 붙은 배 달래 가며 먼 밭으로 걸음을 재촉했다.농사일을 쉬는 겨울 빼고는 봄·여름·가을 어느 한철 다름이 없었다. 여름철 조밭 검질(김) 매는 것만 해도 여간 힘겨운 게 아니었다. 초불 두 불 세 불까지, 할머니 어머
*방에 : 방아*굴무기 : 느티나무*절귀 : 절구*도에낭 : 복숭아나무지금은 옛날 방아를 만들던 엄청나게 굵은 굴무기(느티나무)가 있을까. 절구를 만들던 굵직한 복숭아나무가 있을까. 하긴 마을의 정자목으로 수백 년 수령을 거느려 온 느티나무가 기억에 떠오른다. 성읍 민속보호마을에 오랜 풍상을 견디며 시퍼렇게 살아 있는 마을 가운데 자리 잡은 그 느티나무. (얼마 전까지 살았던 조천리 조천초등학교에도 서쪽 교사 앞에 늙은 느티나무가 위의을 뽐내며 서 있다. 그 학교 교목으로 개교 당시 심었다 하니, 수령 백 수십 년이 너끈히 될 것이
* 맹마구리 : 맹꽁이* 울민 : 울면* 갇나 : 멎는다, 걷힌다.맹마구리는 제주 방언이다. 맹꽁이 또는 쟁기발개구리라고도 한다. 하지만 역시 사투리 맹마구리가 훨씬 친숙하다.6월 첫여름만 되면 요란하게 운다. 그도 그럴 것이 장마철이면 물가에 모여 알을 낳는다. 산란은 보통 밤에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에 한다. 수컷이 울음소리로 암컷을 유인한다. 장마철에 번식하는 것이다.이런 습성으로 해서 산란기 외에는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좀처럼 눈에 띄지도 않는다.날이 흐리거나 비가 올 때 요란하게 울어대는데, 적이 나타나거나
* 세영 주곡 : 세어서 주고예로부터 거래는 분명히 하라고 했다. 물론 돈을 빌려준 사람인 채권자와 빌린 채무자 사이의 얘기다.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앉아 눈앞에서 돈을 세어 주고받아야 한다는 말이다.쉬운 일인데 뜻밖에 꼬이는 수가 왕왕 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함에도 어쩌다 소홀히 하는 수가 있는 게 사람의 일이다. 더러는 친한 사이에 무슨 돈을 세면서 주고받나, 주는 사람이 한 번 세었으면 된 것이지 하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일하는 중에, 거기 두고 가게 하는 등 주는 대로 받고 넘어간다. 하긴 그게 예전
* 도 : (드나드는) 길 * 호리본다 : 싸게 깎아 내린다. 제 값 받지 못한다 문득 어릴 때 생각이 난다. 우리 밭에는 드나드는 길이 없었다. 맨 안쪽에 있어, 남의 밭을 지나야 했다. 어머니와 누님과 내가 밭담을 넘어 지나가려 하면, “아이고, 맹심ᄒᆞ라이. ᄇᆞᆲ지 마랑.(아이고, 명심하하. 밟지 말고.)” 조밭에 조가 막 자라기 시작할 때면 안 그래도 밟힐까 봐 한 발 한 발 사이사이로 골라 디디곤 했다. 그러는데도 나이 많이 잡순 밭 주인 할머니가 큰 소리로 얘기하면 듣기에 몹시 기분이 상했다. 해마다 그러니 참 성가셨다
* 초멘 : 초면(初面), 첫 대면말재간 한번 좋다.세상에 글이란 걸 읽고 써 본 적 없는 일자무식한 자는 글을 대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당연히 글도 그 사람을 대면한 적이 없다. 글을 난생 처음 대하고 있으니 글 또한 난생 처음 만나는 것이 아닌가. 한마디로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사람’이다.하지만 사람의 체면이란 게 그렇지 않은지라 대인관계에서 “나는 글을 전혀 모르는 무식자요” 하고 실토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러니 남 앞에서는 차마 자신의 위신을 세우지 않을 수 없은즉, “글을 처음 보고 있고, 글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