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개발은행(ADB)의 총재를 8년씩이나 하고 나서 아베 정권의 출범과 함께 일본중앙은행(BOJ) 총재가 된 하루히코 쿠로다는 말한다. "환율은 재무성 소관이고 중앙은행의 관심은 오로지 물가안정이다." 그의 물가 안정이란 인플레이션 2% 타깃 달성을 말함이다. 지난 3년 반에 걸친 '아베노믹스'를 돌아보면 재무성의 존재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BOJ가 국채매입이라는 방법으로 돈을 풀어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린 것만 눈에 들어온다. 돈을 찍어 국채를 매입한 것은 오직 인플레이션 타깃을 달성하기 위해서였을 뿐이고 엔화의 평가절하를 ...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 "영국인들이 후회를 한다" 또는 "탈퇴파들의 약속이 거짓말이었다"는 등의 뒷담화는 영국민의 나름 결정에 대한 지나친 폄하다. 구매자의 후회(Buyer's remorse)는 흔히 있는 일이고 영국이 EU에 내는 분담금을 내국인 복지에 사용할 수 있다는 약속은 금액 면에서 다소 과장이 있었을 뿐이다. 더구나 EU 비회원인 노르웨이도 유럽단일시장 접근을 위해 이민을 받고 있는데 브렉시트로 이민을 막을 수 있겠는가 하는 성토와 관련해서는 일단 노르웨이 모델을 좀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노르웨이는 EEA(유럽경제...
수요 공급 곡선이 'X'자로 교차하는 가격균형 이론은 일반 상품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가격이 오르면 사려는 사람은 줄어들고 물건을 내놓으려는 사람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인간심리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은 그 때문에 시장에서 적정한 균형점을 찾게 된다. 그러나 재산 형성의 목적도 포함된 자산의 가격에 있어서는 이런 가격 메커니즘이 통하지 않는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덩달아 오르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즉 집값이 오르니까 더 오르기 전에 사려고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어 가격이 더 오른다. 그래서 누군가는 찬물을 끼...
지난 5월말 서방 선진국 G7 회의가 맥없이 끝난 직후 프린스턴 대학의 역사 및 국제관계 교수 헤롤드 제임스는 “반격을 당하고 있는 세계화”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여러 선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족주의 및 포퓰리즘을 걱정했다. 또한 차기 G7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프랑스의 마린 르 팽, 영국의 보리스 존슨, 이태리의 베페 그릴로, 독일의 후라우케 페트리 같은 자들의 모임이 되는 악몽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무역 및 이민에 있어서 극단 보수주의 내지 고립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보호무역의 양상도 예전...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할지를 결정할 국민투표일이 23일로 다가왔다. 사전 여론조사는 찬반이 팽팽한 가운데 잔류파가 약간 우세하다고 보도되지만 투표 결과와 무관하게 이것은 유럽연합의 진로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는 유럽 경제를 통합함으로써 전쟁이 없도록 하자는 목적으로 1957년에 여섯 나라 사이에 체결되었다. 각 나라의 상품과 자본이 관세 장벽 없이 이동될 뿐 아니라 모든 회원국의 시민들에게 이동의 자유가 보장된다. 1963년에 영국이 가입을 신청했을 때는 미국의 트로이 목마,...
베트남과 중국이 해상에서 영유권 분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시점에 미국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여러 정상과의 만남의 첫 기착지를 베트남으로 정하고 5월 23일 대 베트남 살상무기 판매금지를 풀었다. 슈퍼파워, 즉 패권국가(覇權國家)의 힘은 군사, 경제, 정치, 문화라는 네 개의 축으로 이루어진다. 이 중 문화부분을 하버드대학의 죠셉 나이(Joseph Nye)는 소프트 파워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프트파워란 무력과 같은 하드 파워가 아니라 신뢰와 소통을 통해 상대방을 설복시키는 힘을 말한다.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슈퍼파워로 행세...
현지 시간으로 5월 10일 이후로 미국 워싱턴 소재 '국제 탐사보도언론인 컨소시엄'은 소위 파나마 페이퍼의 제2단계 폭로에 돌입한다. 파나마 페이퍼란 파나마의 법무법인 모삭 폰세카의 내부 기밀문서를 말하는 것인데 이 법무법인이 한 일은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세계 도처의 조세회피지역에 껍데기회사의 설립을 도와준 것이었다. 이런 회사들의 대부분은 파나마 이외의 지역, 즉 영국령 버진아일랜드(플로리다반도 남쪽의 카리브해에 위치한 섬으로 소득세가 전무함) 등 제3국에 소재하므로 이 스캔들의 이름에 파나마라는 국명이 포함된 것은 오도의...
정치는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질문이다. 21일자 블룸버그 뉴스는 일본중앙은행 간부 출신으로 현재 다국적 투자은행인 크레딧스위스 금융그룹의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히로미치 시라카와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기업이 사내에 유보하고 있는 현금에 대해 과세를 하여 이들이 그 돈으로 투자 또는 임금인상을 하도록 유도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더 강력한 양적완화를 실시했는데 그것의 거의 유일한 성과는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경쟁력을 높인 것이었고 이에 따라 수출기업들이 ...
양적완화가 양적 한계에 부딪쳤다. 이자율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고 채권매입도 더 이상 사들일 채권이 없다. 중앙은행의 금리는 스위스를 필두로 해 유럽과 일본이 이미 마이너스로 되어 있고 이러다가 중앙은행의 대출금리도 마이너스로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지경에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채권매입 규모를 월 800억 유로로 증액하면서 매입대상 채권에 일반 회사채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일본이 계획하고 있는 연 80조 엔의 정부채 매입은 일본 국채 연간 발행 분량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들이 양적완화에 이와 같이 매진하는 이유는 어디...
유사이래 가장 길었던 미국의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마지막 인상으로부터는 9년 6개월, '제로금리' 이후 만 7년이 지났다. 이것을 금리의 정상화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지나친 저금리의 시대에는 기관투자가들이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고위험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킨다. 마찬가지로 일반인들도 은행금리에는 만족하지 못하여 예금보다는 주식, 부동산, 금 등 위험자산에 손을 댄다.다른 한편으로는 중앙은행의 채권매입으로 풀린 막대한 구매력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다시 금융자산 매입에 사용된다. 이리하여 양적 완화의 두 갈...
무엇이든 '처음'이라는 것은 두렵게 마련이다. 제로 수준에 머물러 있던 미국의 기준금리가 7년 만에 처음으로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리 '첫' 인상에 대한 두려움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월요일(9일) 세계은행도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3.3%로 낮추어 발표했다. 중국 경제의 속도 둔화에 더하여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 미칠 영향을 감안한 것이다.그 동안 미 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은 분주하게 머리를 돌려왔다. 금리인상 시기를 너무 조급하게 잡았다는 오명을 남기기가 겁이 난 듯, 처음에는 실업률을 이유로 삼았다가 실업률이 개선...
실비오 게젤(Silvio Gesell)은 케인즈의 유동성선호 이론에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하는 20세기 초 독일의 경제학자다. 그는 프라이겔트(Freigeld) 즉 모든 현찰에 유효기간을 표시해 그 기간 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휴지조각이 되도록 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돈을 가지고 있지 말고 될수록 빨리 사용하도록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은 과거에도 필요했던 모양이다.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에 예금하면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이자를 내는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인데 돈의 사용을 장려한다는 점에...
미국에서 금리인상 이야기가 나온 지가 꽤 오래 되었다. 제로금리를 곧 정상화한다고 운을 떼고는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상황이 2년째 되풀이되고 있다.미국 이외의 나라에서도, 그리고 금융전문가들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일반인의 경우, 한편으로는 은행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자금들이 약간씩 위험한 금융자산에 투자되어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초 저금리라는 점에 용기를 내어 각종 사업에 착수한 사람들의 부채 규모가 만만치 않게 커져 있기 때문이다.또한 금융전문가들, 특히 채권형...
제로 금리를 올리는 것을 금리 정상화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만 7년을 끌어오고 있는 미국의 제로 금리는 비정상적인 금리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지난주 금리 정상화의 시기를 또다시 늦추면서 미 중앙은행이 든 이유는 중국과 인플레이션 두 가지였다. 시장은 혼돈에 빠졌다. 정상화를 두려워할 만큼 상황이 비정상적으로 안 좋은 것인가?그러자 요 며칠, 그 금리 동결 결정에 참여했던 미국 각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차례로 등장하여 미국의 경제가 중국의 저성장에 타격 받을 만큼 취약한 것은 아니라면서 위 두 가지 이유 중의 하나의 의미...
요즘 세계 주요국들의 주식 및 외환시장이 불안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성장둔화, 두가지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마치 미지의 세상으로 들어서는 관문인 것처럼 그 문전에서 시장의 긴장이 극에 달했다. 중국의 경우도 중국이 홀로 경제성장의 견인차인 양 중국 내부의 불안이 중국 밖에서 더욱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양상이다.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채권시장이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채권시장 규모는 39조 달러에 이른다. 미국 GDP의 2.3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크기다. 흔히 주식...
숫자 8이 부를 상징한다고 매우 귀히 여기는 중국인에게 마이너스 8은 부를 잃는 상징일 터이다. 한달 전 27일 월요일에 상하이 주가지수 하락 폭이 8%를 넘었을 때 그것은 이미 블랙먼데이(Black Monday, 검은 월요일)가 되기에 충분했다. 블랙먼데이의 유래는 월요일이었던 1989년 10월 19일에 미국 주식이 하루 22% 하락한 데서 비롯되었지만 중국인에게 하루 8%의 하락은 그에 필적하는 것이리라.그리고 한 달이 지난 전 주, 일주일 내내 하락하던 지수가 주말을 지나고도 다시 크게 하락해 주간으로는 20%, 월요일인...
최근 세계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착시현상 중의 하나가 미국의 양적완화가 끝났다는 인식이다. 채권매입은 이미 작년 말에 종식되었고 기준금리도 곧 인상된다고 하니 이것이야말로 양적완화의 끝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그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로 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시장에 반영되어 왔다. 그러나 스탠리 피셔 미국 중앙은행 부의장의 지난 월요일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 내용은 다르다. 그는 중앙은행에게 주어진 고용증진과 물가안정이라는 두개의 미션 중 고용은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으나 물가는 아직 미흡하다고 말한다. 그의...
서울의 강남에 테헤란 로(路)가 있듯이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도 서울 로가 있다. 우리나라의 중동 건설 붐이 불고 있던 1977년, 양 도시의 자매결연을 추진하며 붙였던 이름이다. 당시의 이란은 친미적인 팔레비 왕조(1925-1979)가 집권하고 있었다.미국과 이란이 적대국으로 변한 것은 이란이 왕정에서 공화국으로 바뀌는 1979년부터다. 그로부터 36년이 지난 지금 역사가 다시 바뀌고 있다. 지난 14일 P5+1, 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다섯 나라(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와 독일은 이란과 중요한 약속을...
제국주의란 한 나라의 힘이 매우 커서 다른 많은 나라들과 지역을 지배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학 제국주의에는 양면성이 있다. 한편에서는 경제학이 자기의 고유 영역이 아닌 분야에 경제학의 분석 도구를 들이대 환경경제학 교육경제학 범죄경제학 등으로 연구 분야를 확대해가고 있어 이 분야들을 학술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서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경제학의 '침범'은 그 역효과로서 넓게는 사회 전반, 좁게는 관공서의 각 부처에서 환경 교육 치안 등 분야의 중요도 서열을 '경제'에 비해 한참 떨어진 것으로 만들...
지난 주말의 IMF와 세계은행의 합동 연차총회를 며칠 앞두고 미국 재무성은 한국정부의 외환시장 개입과 독일의 무역흑자 확대를 비난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 행정부가 연례적으로 미 의회에 제출하는 세계 외환시장동향보고서였는데 미국 혼자서 세계경제의 견인차 노릇을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마당에 이 두 나라의 이기적인 행태는 유감이며 따라서 해당 정부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내용을 실어 더욱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독일 정부는 즉각 독일의 무역수지 흑자는 독일 상품의 우월한 경쟁력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거기에 최근 유로화의 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