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 인간'은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 질 들뢰즈의 말처럼 결국 영화가 될(이미 영화가 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한 글이다. 가급적 스포일러 없는 영화평을 쓰려고 하며, 영화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들이다. [편집자 주]그때는 좋았다모두가 가난하게 태어났으나사람들의 말 하나하나가풍요로운 국부(國富)를 이루었다시인 심보선의 시 의 일부다. 시인은 언어로 말미암아 무언가 나타낼 수 있던 때가 좋은 시절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말의 힘마저 발휘되지 못하는 시대는 암담한 시절로 불리
'영화적 인간'은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 질 들뢰즈의 말처럼 결국 영화가 될(이미 영화가 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한 글이다. 가급적 스포일러 없는 영화평을 쓰려고 하며, 영화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들이다. [편집자 주]제주도에도 전설의 영웅이 있었다. 사까닥치기. 흔히 “정신 사까닥치기하고 있네”라는 식으로 정신 사납게 할 때 쓰는 말인데, 사실 이 말은 시모노세키로 도일을 해 일하다 무술을 배운 재일제주인이 완성해낸 무술이다. 후계자가 몇 있었는데, 베트남전쟁과 교통사고로 죽고 유일하게
'영화적 인간'은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 질 들뢰즈의 말처럼 결국 영화가 될(이미 영화가 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한 글이다. 가급적 스포일러 없는 영화평을 쓰려고 하며, 영화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들이다. [편집자 주]대전에서 문학 공부를 할 때의 일이다. 고시원보다 더 저렴한 방이 있을 줄 몰랐다. 월세 8만원. 재개발구역의 집이었다. 동네 반은 이미 포클레인에 의해 헐렸다. 곧 아파트 단지 공사가 이루어질 예정지였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삶은 현재형이었다. 술 마시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영화적 인간'은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 질 들뢰즈의 말처럼 결국 영화가 될(이미 영화가 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한 글이다. 가급적 스포일러 없는 영화평을 쓰려고 하며, 영화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들이다. [편집자 주]내가 사는 도시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관광도시다. 범죄야 어느 곳에서나 발생하는 것이지만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걸 수긍하지 못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남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이 작은 도시에서도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영화 (봉준호, 2003)과 영
‘영화적 인간’은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 질 들뢰즈의 말처럼 결국 영화가 될(이미 영화가 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한 글이다. 정상적인 영화 리뷰의 전형성을 지양하고, 생산적 측면에서 영화를 통한 글쓰기를 지향한다. 영화 잡지 를 애독했으며, 영화 의 잭 블랙처럼 뚱뚱하고, 영화 의 장국영처럼 이기적인 사랑을 주로 한다. [편집자 주]나는 나를 알 수 없다. 나에 대한 판단은 내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도 만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그건 쉬운
넷플릭스가 없던 시절에는 동네에 있던 비디오 가게가 넷플릭스였다. 화신비디오. 내가 주로 빌려보는 영화를 꿰차고 있던 그 비디오 가게 아주머니는 내게 맞는 영화를 골라주곤 했다. ‘델리카트슨 사람들’을 반납할 때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를 알려줘 장 피에르 주네의 세계에 빠질 수 있었다. 같은 감독의 영화뿐만이 아니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플라이’가 좋았다고 말하자, 그녀의 안내를 받고 ‘내추럴 본 킬러’, ‘더치맨’, ‘파고’를 보게 됐다.그리고 ‘키노’라는 영화 잡지가 있었다. 나중에 ‘씨네21’이 있긴 했지만 영화에 대
시가 슬픔을 위로할 수도 있지만 시로 위로가 되지 않는 슬픔도 있다. 모든 이야기가 노래로 불러질 수도 있지만 멀리 가지 못하는 노래들이 더 많다. 시와 노래는 해질녘 강처럼 흘러간다. 한강을 처음 봤을 때 그 크기에 놀랐다. 강, 기차가 없는 지역에서 태어난 나는 강이나 기차의 정서를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뭍에 가면 강가에 가거나 기차를 타는 걸 좋아한다. 대전에서 살 때는 기적소리를 듣기 위해 일부러 기찻길 근처 동네로 이사한 적도 있었다. 차단기가 내려진 건널목에서 기차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시간이 좋았다. 어떤 아픔이 기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Inglourious Basterds, 2009)’ 중에서 스크린이 불타는 장면이 있다. 히틀러를 미화한 영화를 상영하는 중에 영화관에 불이 난다. 그것은 히틀러라는 우상에 대한 화형식이었다.몇 년 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가 발행 취소되었다. 우리는 우상을 만들고 그 우상을 지운다. 이 영화에서는 감히 이순신 장군 동상의 머리를 폭파한다. 영화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머리나 련화의 이복언니 머리나 똑같다. 단지 번호가 다를 뿐이다.이제 고등학생이 된 조카는 빅뱅
어렸을 때 내가 살던 마을에 말모래기가 있었다. 아이들은 그 아이에게 말을 못한다고 놀리지는 않았지만 함께 놀기를 꺼려했다. 그 아이의 엄마는 무당이었다. 심방 정도는 아니었고, 넋들이를 하거나 동네에서 부적을 만드는 정도였다. 그 아이의 엄마는 직업이 하나 더 있었다. 학교 옆에서 쥐포를 팔았다. 그냥 파는 것이 아니라 뽑기를 통해 팔았다. 500원을 내고 산통 비슷한 상자에서 가로로 길게 접힌 종이를 하나 뽑는다. 그러면 그 종이에 꽝, 하나, 둘, 셋 등이 표시되어 있었다. 원래 쥐포 한 장에 500원이니 운이 좋으면 세 개도
막내외삼촌은 사진 찍는 걸 좋아했다. 집에 암실을 만들어놓을 정도였다. 막내외삼촌은 초등학생이었던 나를 모델로 삼곤 했다. 나는 빨랫줄 아래 서서 여러 표정을 짓기도 하고, 집 밖으로 나가 시냇가에 앉아 막내외삼촌의 카메라를 바라보기도 했다.“택훈아. 오늘은 달리는 모습을 찍어 보자.”막내외삼촌이 카메라 렌즈를 조절하며 내게 말했다.“달리기하는 모습?”내가 운동화 끈을 묶으며 막내외삼촌에게 물었다.“움직이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어서.”“응. 알겠어.”나는 막내외삼촌의 말을 듣고 운동화 끈을 더 단단히 묶었다.막내외삼촌과 나는 학교
[영화적 인간](18) 오목소녀(Omok Girl), 백승화, 2018 movie_image.jpg▲ 영화 포스터. 출처=네이버. ⓒ제주의소리 엑스트라는 말을 하면 안 된다. 소리를 내는 것은 비명이나 함성 정도. 그리고 엑스트라는 티 나게 움직이면 안 된다. 원래 그곳에 붙박여 있던 것인 양 자연스럽게 화면에 녹아나야 한다. 그것이 엑스트라의 연기라면 연기다. 우리가 장삼이사로 살아가듯. 만약 주인공 뒤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엑스트라라면 어디서나 볼 법한 장면으로 배경이 되어야 한다. 이 영화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
[영화적 인간] (17) 극한직업(Extreme Job), 이병헌, 2018. 나는 서른아홉 살에 결혼했다. 많이 늦었다. 그런데 주위를 살피면 마흔 넘어 아직 결혼하지 않은(못한) 사람들이 많다. 내 동창 중에는 아들이 이제 대학생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아직 아이가 없다. 이제 낳는다고 해도 그 아이가 스무 살이 되면 나는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다. 결혼이나 출산 비율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명절이 되면, 미혼남녀들은 친척들의 화살을 방패로 막아야 한다. 노래
[영화적 인간] (16) 패터슨(Paterson), 짐 자무쉬, 2016. 어렸을 때 꿈 중 하나는 버스 기사였다. 버스를 타고 먼 곳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노선을 상상했다. 사람들은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탄다. 각자의 목적지에 가기까지 사람들은 차창 밖을 보거나 생각에 잠긴다. 옆사람과 얘기를 나누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고, 얘기를 듣기도 한다. 나는 버스에 탄 사람들의 분위기를 보고서 음악을 선곡해 튼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라디오를 틀기 위해 주파수를 맞춘다. 지금은 버스 기사는 되지 못했지만 버...
[영화적 인간] ⑮ PMC: 더 벙커(Take Point), 김병우, 2018 조카가 좋아하는 모바일 게임이 있다. 배틀 그라운드. 낙하산을 타고 전장에 떨어진 플레이어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게임이다. 혈혈단신으로 떨어진 플레이어는 사방에 있는 적을 피해 무기를 찾고 전략을 세워 전투에서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전장은 광활하다. 끝에는 낭떠러지와 바다도 있지만 적은 그곳까지도 찾아온다. 풀숲에 숨어서 생명을 연장할 수 있지만 어느새 등에 대고 조준사격을 가한다. 다리라도 빠르면 도망 다니며 살겠지만 체력이 떨어지면 헉헉...
[영화적 인간] ⑭ 에스코바르(Loving Pablo),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2018. 마약왕(The Drug King), 우민호, 2018. 스티브 바이의 를 들으면 남아메리카의 정글이 떠오른다. 낯선 풍광은 낯선 비를 만든다. 이 노래가 실린 (1999)은 태평양 이남의 심장을 말하는 것 같다. 영화 에스코바르 원제가 ‘Loving Pablo’이듯 국경만 넘으면 사랑스럽다. 국경을 넘는 사람과는 사랑에 빠질 수밖에. 낯선 길만 나와도 좋았었지. 로베르토...
[영화적 인간] ⑬ 미여지 뱅뒤(Strangers In Paradise), 변성진, 2018. 병호 삼촌은 거의 말이 없었다. 나이가 마흔을 넘었는데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 그때는 놀라웠다. 내가 서른아홉에 결혼한 것은 어쩌면 병호 삼촌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어렸을 때 마흔 넘어서 결혼 안 한 사람은 병호 삼촌이 유일했으니까. 병호 삼촌은 감귤 수확 철에만 일을 했다. 감귤밭이나 선과장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평소에는 감귤창고에 기거해 살았다. 술이나 담배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가 감귤이 노랗게 익기 ...
[영화적 인간] ⑫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브라이언 싱어, 2018. 지미 헨드릭스, 제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 프레디 머큐리, 커트 코베인……. 락 스타는 락엔롤의 운명으로 살다 간다. 1955년 빌 헤일리 앤 더 코밋츠의 노래 이 이후 락은 청춘의 상징이 되었다. 격정적인 사랑. 빠른 비트로 심장을 뛰게 만드는 음악은 거친 청춘을 닮았다. 스무 살 무렵, 누군가 자취하는 사람이 있으면 술자리의 마지막은 한 친구의 자취방으로 가는 게 정해진 코스였다. 남...
[영화적 인간] ⑪ 여교사(Misbehavior), 김태용, 2017. 국어교육학과에 편입한 나는 다른 학생들이 하니까 졸업하는 해에 덩달아 임용고시를 준비했다. 합격선에는 턱 없이 부족한 성적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험을 몇 번 봤다. 아버지가 경마장에 배당 높은 말(누가 봐도 허약해 보이는 말)에 돈을 걸면서 늘 하는 말이 있다. “재수 보기로 하는 거지.” 내가 처음 임용고시를 봤을 때는 교육학은 객관식이었지만 전공 과목은 문제가 모두 서술형이었다. 객관식이면 몰라도 서술형이라면 글로 가득 채울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영화적 인간] ⑩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Turtles Swim Faster Than Expected), 미키 사토시, 2005. 중학생 시절부터 친구였던 한 녀석이 내게 고백했다. “사실 나 국정원에 다녀.” 친구는 이미 술에 취해 있었다. 그래, 네가 국정원이면 난 FBI이다. 서귀포에 있는 중국집 덕성원은 짜장면이 맛있는데 한식집 간판으로는 조금 어울릴 것 같다. 국정원. 장사가 되지 않는 게 눈에 다 보이는데 아직 폐업을 하지 않은 가게들이 있다. 사진관, 도장집, 시계수리 전문점, 구두수선 가게, 이발소, 목...
[영화적 인간] ⑨ 작은 사랑의 멜로디(Melody), 워리스 후세인, 1971 삼양동 선사유적지는 추억의 팝송과 어울린다. 바위그늘유적이 뮤직 비디오처럼 다가온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남는 건 음악뿐이라는 것이 나이가 들수록 선명해진다. 흘러간 유행가를 듣는 늙다리를 탓할 수 없다. 귀에 익은 노래에 만족하며 귀도 늙어가겠지. ‘비지스(Bee Gees)’의 를 들으면 그 옛날 빨간 지붕집이 떠오른다. 가끔 오래된 영화를 꺼내 볼 때가 있다. 낡은 LP판처럼 먼지가 가시지 않는다. 하지만 그 사랑,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