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나 고사리 오늘은 한 줌 꺾어 완.”/와당탕 소란을 떨며 안채의 문을 열었는데 조용하다. 아마도 노인당에 가셨나 보다./고사리 한 줌씩이나 꺾었다고 자랑하고 싶었는데…. 나는 풀죽은 모습으로 문을 닫았다.//며칠 전 산에 갔다가 우연히 막 돋아나는 고사리를 보았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꺾었다./딱 다섯 개였다./집에 와선 아무렇게나 마루에 픽
할 일은 많지만. 딱히 손에 잡히지 않고 어수선한 기분이 나를 휩싸고 도는 날이다. 정확히 12시 50분에 달랑 휴대전화 하나만을 들고 집을 나섰다.자주괴불주머니가 지천으로 깔렸고 참꽃마리, 쇠별꽃, 주름잎, 냉이꽃, 광대나물, 살갈퀴 등이 노랗게 핀 유채꽃에 뒤질쏘냐 아우성치고 있는 들녘이다. 가까이에 산이 있다는 건 참으로 유쾌한 일이다. 냇가를 따라
고드름이란 낙숫물 따위가 밑으로 흐르다가 얼어붙어 공중에 길게 매달려 있는 얼음을 말한다. 중력의 영향을 받아 물이 흘러 떨어지는 가운데 주위의 온도가 약 0℃ 이하이면 물이 얼기 시작하는데, 흐르는 물의 운동 에너지(kinetic energy)에 의해 바로 얼지 못하고 흘러 떨어지면서 얼기 때문에 보통 기다랗고 뾰족한 원뿔형을 가진다.
대한민국 동쪽 땅끝 독도. 면적은 0.186㎢이며 동경 131°51'~131°53', 북위 37°14'00"~37°14'45"에 있다. 옛날부터 삼봉도(三峰島)·우산도(于山島)·가지도(可支島)·요도(蓼島) 등으로 불려왔으며, 1881년(고종 18)부터 독도라 부르게
저 청한 하늘 저 흰 구름 왜 나를 울리나 밤새워 물어뜯어도 닿지 않는 마지막 살의 그리움 피만 흐르네 더운 여름날 썩은 피만 흐르네 함께 답새라 아 끝없는 새하얀 사슬소리여 간밤엔 안치환의 '새'만 들으며 컴퓨터 앞에 앉았던 것 같다. 피곤하지만 그래도 여행을 나서는 기분은 홀가분하다. 표선에 다다를 즘, 키가 큰 구실잣밤나무에 만발한 꽃이 암내를 풍
5월의 첫째 주인 휴일은 잔뜩 흐린 날씨다. 바람 한 점 없는 여느 때와 똑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 무수천에서 내리고 서귀포에서 넘어오는 버스에 곧장 몸을 실었다.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고 보니 남조로행 버스 시간은 20여 분이 남았다. 지금까지도 채 가시지 않은 감기 기운을 의식하며 생강차 한 잔을 자판기에서 뽑았다. 혼자 나서는 길이기에 늘 쓸쓸하면서도
까먹는 것도 돈이 든다면 어지간히 낭비했을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타게 되는 버스 시간표는 늘 까먹는다. 정류장에 나가보니 동네 삼춘이 여덟 시 30분부터 기다렸는데 버스가 안 온다며 구시렁거렸다. 난 십여 분만 기다리면 되지만, 삼춘은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리며 지루했을 거로 생각하니 측은도 하였다. 잔뜩 흐린 날씨, 간이 의자에 발 올려놓고 운동화 끈을
한 달여 가까이 몸살기가 있더니 기어이 일을 내고 말았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프고 기침에다 가래, 눈물이 찔끔찔끔 정신이 없는 며칠이었다. 그래도 살려면 일을 하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행히도 출근하여 일하는데 정신 팔리다 보면 시간은 흘렀다. 일요일에 집을 나서는 것도 업무가 되어버렸나 보다. 담벼락에 곱게 핀 금낭화에게 다녀오마 인사하고 집을 나선
4월의 첫 휴일, 식목일이자 한식이다. 황사의 영향일까, 하늘은 흐려 있어도 제트기 한 대 지나간 길이 선명하니 화창한 날씨다. 언젠가 나의 여행에 동참해주었던 친구가 같이 나서지 못한 친구들이 안 돼 보인다고 했듯이 이번 도보여행도 난 충분히 행복했다. 간밤에 충분히 충전시켜 둔 카메라를 점검할 겸 켜 보았다니 다시 스틱 에러가 발생했다. 이미 경험이 있
시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이 만들어낸 그 이름 산자고(山慈姑) 산자고를 보러 가자고 타령한 지가 1년은 되잖았나 싶다. 산자고 있는 곳을 우연히 발견했단다. 토요일 오후, 그곳을 향하여 달렸다. 그런데 웬일일까? 그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뒤졌지만 영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는 무덤에서 봤다는데 저기 보이는 무덤에 가 볼까?" 후다닥 도랑을 건
아홉 시 30분, 이웃마을에 사는 경훈이가 선옥이와 함께 데리러 왔다. 제주시 쪽에서 넘어온 일행들과 양잠단지 입구에서 합류하고 아줌마의 수다 못지않게 화창한 날씨 따라 달리는 길, 합류지점에 세워 둔 자동차 문을 잠그고 왔는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영준이가 차를 세워보라고 했다. 7인승의 맨 뒷자리에 앉았던 그가 자동차 키를 나에게 건넨다. 무얼 하라는 거
도보여행 여덟 번째의 날, 강정천에서 천지연까지 다다르고선 나의 도보여행에 동행하여 준 중학교 동창 몇몇과 국밥을 먹으려고 매일 시장으로 가는 길이다. 지난주에 이미 들렀었지만 정확한 위치도 모르고 있었던 터라 다시 만나리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이파리라고는 하나 없이 나무에 가득한 봉오리가 팽팽하니 부풀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던 지난주와 달리 만개한
제주의 소리 창립 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며칠간 따뜻해진 날씨에 동화되어 집을 나서면서도 으레 따뜻한 줄 착각했다. 무수천에서 10시 10분, 서귀포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맨 앞자리에 앉아 환히 내다보이는 바깥을 보고서야 날씨가 흐리며 춥다는 것을 깨달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중문에서 내리고는 아무래도 안 되
도보여행 여섯째 날, 점심 먹고 가라고 중문컨벤션센터 앞으로 누가 차를 몰고 데리러 왔어요.가방에 넣고 간 제주상사화며 꽃무릇을 앞마당이며 과수원이 되는 가장자리에 심었습니다. 호미질이 어설프기만 간 시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낚아채고는 간만에 호미질도 해 봤네요. 능수버들처럼 늘어져서 능수매화라 하던가요? 구태여 코를
지난 금요일, 한 녀석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동네 동창들이 만나는 계기가 생겼다. 문상을 마치고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그냥 헤어지기가 아쉽다며 2차로 신시가지 횟골로 갔다. 두 개의 상 앞에 우린 주류파와 비주류파로 나누어졌다. 제주도 한 바퀴 도보여행 1탄에 올려진 글을 보면 진귤에 대한 기억이 둘 있다고 했는데, 그 기억 중 하나가 이 날 주류파
2009년도 두 번째 일요일, 도보여행 도전 둘째 날이다. 희뿌연 하늘을 헤집으며 머리를 내 미려는 햇살이 안타까운 날씨다. 장갑이라도 끼고 나설 걸, 수첩과 펜을 든 손끝이 시리다. 굉음을 울리며 비행기 한 대 지나는 맞은편 우체국 옥상에서 태극기 펄럭인다. 곽지 버스정류소에 도착할 즘 간간이 빗방울이 차창에 부딪힌다.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도착한 시간
물속에 사는 仙人이라는 의미의 수선. 물 없이는 살 수 없어서 수선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물이 있으면 시들지 않는다고 하여 수선이라고 했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제주도 한 바퀴를 도보로 완주하리란 목표를 가지고 도전한 첫날, 눈발이 날리다 맥을 못 추리는 날씨가 서러움인지 눈가에 침을 바르며 홀짝입니다. 가문
2009년이다. 집에서 죽쳐 지내는 일요일에 무언가 변화를 시도할 건 없을까? 궁리 끝에 제주도 한 바퀴를 도보로 완주하리라 다짐했다. 1월 4일, 열 시 40분에 집을 나섰다. 서동네 구판장 앞 버스정류소에 서 있자니 동쪽에서 버스가 온다. 텅텅 빈 버스 안, 나 혼자다. 하귀에서 내리고 11시에 만나기로 한 동료를 기다리는 동창 녀석의 약국 앞, 셔터가
지난번 석굴암을 다녀왔고 이번엔 천왕사에 가볼까 싶었다. 그러나 남편은 오름에 가자고 한다. 딱히 나로서도 싫을 이유가 없다, 그러자고 했다. 퇴근시간이 다 되어가며 전화했으나 핸드폰은 묵묵 무답이다. 집으로 전화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근간에 과음했던 관계로 몸을 이기지 못했는지 자고 있었다. 오늘은 쉬면 안 될까 하는 눈치였지만 난 미친 척 밀어붙였다.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에 찾은 무수천 계곡의 상류에 있는 돈내코. 떠올리기 싫은 태풍 나리의 여파인지 농로로 연결되던 배고픈 다리가 허물어졌었나 보다. 새로 단장한 분위기 역력하고 드문드문 사람의 손길이 닿은 듯 원예종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숲도 많이 외로웠나 보다. 호객행위를 하다 만듯한 팔등신 미녀 칸나 한 송이가 숲의 입구에서 우리 부부를 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