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69) 저승사자 강림과 강림의큰부인 신화3 남문 밖 동산을 올라 선 강림은 어는 길이 저승으로 가는 길인지 알 수 없었다. 주저앉아 슬프게 울다가 우연히 앞을 보니 청태산마구할망이 불붙은 행주치마 둘러 입고 오그랑 막데기를 둘러 짚어 강림의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68) 저승사자 강림 신화 2과양생이 처는 김씨 고을 김씨 원님에게, 아침이면 아침 소지(所志-청원이 있을 때 관아에 내던 서면, 소원을 적은 종이) 낮에는 낮 소지 저녁이면 저녁 소지, 하루에 세 번 석 달 열흘 백일 소지를 올렸다. 소지만 아홉 상자 반이 넘어가자 원님도 ‘아니 어떻게 하늘 저승의 염라대왕을 잡아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67) 저승사자 강림신화-강림의 큰부인-이번 회부터는 저승사자 신화다. 차사본풀이, 차사 신화라고 부를 수 있다. 강림, 강림의 큰부인, 과양생이 처 등의 신이 등장한다. 강림은 집안에도 아홉, 집밖에도 아홉, 열여덟 호첩을 거느리고 산다. 강림의 큰부인은 그의 첫 번째 부인, 큰부인이다. 옛날 동경국에 버무왕이 살았는데 슬하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66) 백주또여성 5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65) 백주또여성 4백주또 여성의 장점은 부지런하며 자립적이고 책임감이 강하다는 데 있다. 한 가족의 어머니로서 그녀의 지위에 대한 철저한 역할수행은 너무나 완고하다. 남편이나 아이들 자신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 믿는다. 마땅히 해야 할 일에 게으름을 피우거나 자신의 몫을 남에게 밀어둘 수도 있다는 것을 그녀는 상상하지도 못한다
[김정숙의 제주 신화 이야기] (64) 백주또여성3조냥정신이라고 이야기되는 제주도의 절약정신과, 생활력이 강하고 이타적(利他的)이라는 제주 여성들에 대한 평가는 백주또형 여성에게서 기원한다. 이타적이고 자존심이 강한 제주 여성들은 제주도의 절약정신을 '자린고비의 절약'과는 다른 내용으로 삶에 구체화시킨다.자린고비의 절약은 무조건 참는 인색한 느낌의 것이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백주또 여성2 제주의 어머니들은 자녀들의 짐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자녀들에게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아들 며느리가 너무 바쁘면 오히려 부모님이 바깥채에서 식사나 가사 일을 맡아 주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경제활동에 참여했고 '안 쓰는 게 버는 것'이라는 검소한 생활자세를 가졌다 자녀들에게 기대기는커녕 손자 손녀들의 진학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62) 백주또 여성1 별다른 얘기를 해주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 백주또 여성을 간단히 그리고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밭에 나가 일하며, 며느리가 지어주는 밥을 받아먹지 않으며 기어코 따로 밥을 해먹기를 고수하는 많은 제주 어머니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가난한데다 고온다습하고 바람이 강한 제주도의 기후 조건은 가옥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61) 지성인 백주또섬이라는 시공간의 한계, 자원과 재료의 부족은 절약과 재활용의 생활을 습관화시켰다. 땔감과 양념이 부족했으니 음식은 가능한 재료 그대로를 먹어야 했다. 메밀조베기(수제비)는 물만 끓으면 반죽을 떼어 놓는 순간 순식간에 익어 땔감이 부족한 제주에 딱이다. 옷감이 모자라니 질기고 땀이 잘 흡수되는 갈옷을 만들었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60) 제주, 신화, 여신, - ‘오래된 미래’ 척박한 땅에서 많은 아이들을 부지런한 것 하나로 키워야 했던 백주또처럼 제주에는 도둑질할 잉여분이 창고에 비축될 여지가 없었다. 또한 화산암설들에 의해 조각조각난 토지는 소규모의 생산과 저생산 체계로 이어져 부의 집중을 막고 비교적 평등한 구조를 만들어냈다.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59) 백주또 원형백주또라는 여신이 제주신화의 가장 중심적인 신이 된 이유는, 정착을 위해 농경이 채택되었고, 농경의 신 대부분이 여성신인 경우가 많듯 정착의 질서에 백주또라는 농경신의 이미지가 좀 더 적합해서였기도 했을 것이다. 반복적 대기의 순환과, 그러면서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자연의 혼란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끈기,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58) 백주또는 정착의 문화를 표상한다무속인들은 굿을 할 때 제주의 송당 지역을 ‘불휘공’이라 부른다. ‘불휘공’은 더 이상은 갈 수 없는 뿌리, 즉 신앙의 가장 근원적인 뿌리가 되는 곳’이란 뜻이다. 제주지역은 전체적으로 볼 때도 비교적 농경에 적합하지 않은 척박한 땅이다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57) 백주또 원형 배타적이지 않은 어머니, 땅 가르고 물 가르는 아내'모성'에 맹목적으로 매몰되지 않는 개체적인 어머니 송당의 당신인 백주또는 자립적이고 개체적인 제주 어머니들의 원형이다. 자립적인 그녀는 부지런하고 다부지다. 남편도 없이 혼자 몸으로 아들 18, 딸 28, 손자 378명을 키울 생각을 하면 까마득하게 여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56) 백주또 신화, 제주신화의 뿌리 본풀이는 ‘본(本)을 푸는 것’이다.‘본’은 ‘뿌리’, ‘근본’, ‘원리’라는 뜻이고 신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니 신화이다. 제주도 신화, 즉 본풀이는 대충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55) 가믄장 여성가믄장처럼 ‘다름’ 자체를 없애고, 남성과 차이가 없으니 차별도 받지 않는 여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은 이제는 그 ‘다름’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여성적 가치를 내세우는 쪽으로 바꿔졌다. 개인성의 추구, 공동체와 공리의 약화는 여성성이라 불리는 것들을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54) 가믄장 여성 세상은 다양함 속에서 가벼워졌고 가까워졌다. 가믄장 여성들의 입장과 기질은 단호하고 완강하다. 부모, 남편, 자식, 주위의 반대, 회유나 방해, 무시에도 그러하다.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기 위해 부모와 절연하며, 반대편에 서서 그녀를 우롱했던 언니들에게 가차 없이 보복을 했던 가믄장 여신처럼 그녀는 복잡하게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53) 자청비와 가믄장 가믄장은 신뢰일 것이고 자청비는 매혹일 것이다. 자청비 여성은 남편이 자신을 점점 여성으로는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면 화가 날 것이다. 결혼 생활이 길어질수록 무디어져 가는 사랑에도 우울함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화려한 속옷을 입어보기도 하고 교태를 부릴 수도 있다. 자청비는 자신이 가지는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52) 가믄장아기 여성 - 가믄장 아내우리는 제주도의 많은 아내들에게서 여신 가믄장을 만날 수 있다. 백주또 여신이 제주 할머니들과 그 이미지가 맞물려있다면 가믄장은 중장년의 아내들, 어머니들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여성에게 제한되었던 미지의 영역에 들어가 부를 성취하고 많은 사람에게 되돌려 주었던 김만덕은, 밭을 창조적으로 일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51) 가믄장아기 여성, 가믄장 처녀굳이 비교를 해보자면, 자청비 처녀의 매력은 그녀의 성취능력과 함께 스며 나오는 여성성에 있고 가믄장 처녀의 매력은 그녀의 성취능력과 함께 스며나오는 남성성에 있다.자청비 처녀는 열심히 일하고 능력도 탁월하면서도, 짧은 스커트 속의 쭉 뻗은 다리를 살짝 내보이기도 하고, 찬사를 받으면 기분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50) 가믄장 아기 여성 가믄장 아이는 다양한 영역에 호기심을 가지기 보다는 한 가지 영역에 호기심을 가지고 몰두하기를 좋아할 것이다. 학급의 모든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려 노력하기 보다는 자신과 생각이 맞는 몇 사람과 친하게 지낸다.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영역에 열정적으로 탐구하며, 호기심을 보이는 친구들을 선도적으로 모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