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후 칼럼] 모두 변명하고 책임떠넘기기에 바쁘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가습기 살균제가 일으킨 사회적 죽음이라는 재난에 시달리고 있다. 2001년 유해물질로 판명된 첫 제품 출시, 2006년 폐질환 사망자 발생,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사용 자제 권고, 2016년 정부의 진상규명 착수까지 15년이 걸렸다. 그동안 200명 넘게 사망했다. 앞으로 완벽한 진실을 밝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 알 수 없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이슈화에 성공했지만 곳곳에 지뢰가 널려 있는 형국이다. 4만종이 넘는 화학물...
[권영후 칼럼] 오늘 하루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지배할 것이다 4.13선거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저성장구조가 고착되고 있는 대전환기에 열린다. 4년전 이맘 때 신문의 정치면을 들춰본다. 공약 평가 보다는 흥미위주의 판세분석에 집중하는 ‘경마식 여론조사’로 도배한 지면은 서로 닮았다. 등장인물만 달라졌지 가십성 기사가 넘쳐나는 것은 그대로다. 4년마다 판박이로 되풀이되는 선거의 모습은 우리 스스로가 그린 정치 자화상이다.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정치, 시대정신과 같은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보다는 정치인들의 극장정치가 보여주는...
[권영후 칼럼] 풀뿌리 민주주의에 던지는 질문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과 를 규모가 작은 군 소재지의 작은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서울에서도 보기가 어려운 저예산 독립영화다. 지역마다 올레길, 둘레길, 마실길, 에코길로 호명되고 있는 도보길이 생겼다. 길들마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매력있는 길 만들기에 정성이 넘쳐난다. 매년 전국에서 1000개가 넘는 축제가 열린다. 일부는 단체장 치적용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김제 지평선축제, 함평 나비축제, 화천 산천어축제, 보령 머드축제, 화성 해양축제는...
[권영후 칼럼] 선거 앞두고 판타지로 둔갑하는 마법의 언어 ‘개혁’오늘날 어느 분야에서나 남발되며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유행어가 있다. 정책을 책임진 정부, 경쟁하는 정당이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에서 프레임으로 사용된다. 바로 ‘개혁’이라는 마법의 언어다. 개혁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걸쳐 임의적인 구호로 사용되면서 공동체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개혁은 판타지로 둔갑한다. 모든 위기의 탈출구는 개혁에 있는 것으로 부각된다. 개혁은 문제해결의 만능열쇠인 셈이다.개혁의 역사적 연원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시...
[권영후 칼럼] 지역에 근거해 우리 사회 이해해보기올 4월에는 인간의 권력욕구가 치열하게 각축하는 선거가 있다. 국민들은 늘 기대에 못 미치는 정치를 욕하며 혐오한다고 하면서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선거에 임할 것이다. 국회는 여당과 야당이 각기 다른 이념과 정책, 갈등사안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논의하며 합의점을 찾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국회에 대해 부정 평가를 내릴 뿐만 아니라 욕구불만의 배설장치로 여긴다.선거의 해가 도래하면 유권자들을 유혹하기 위한 갖가지 전략과 홍보 선전...
[권영후 칼럼] 파리 테러와 김영삼 전 대통령을 떠올리다일상적으로 사람들의 많은 죽음과 마주치면서 죽음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부분의 죽음은 조금 있다가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지난 11월에 만난 죽음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11월 13일에 일어난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공격으로 129명이 사망했다. 이어진 시리아 보복공습으로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87세로 별세했다. 테러로 인한 죽음은 인류역사에서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으며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나 평...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로 나라가 들끓고있다. 각종 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확인됐는데도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 "국정화!"를 외치고 있다. 범위를 좁혀, 제주에서는 4.3 왜곡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정화 추진의 배경과 몰고올 폐해 등을 릴레이 칼럼을 통해 짚어본다. [한국사 국정화 ⑤] “광기란 개인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예외가 되지만 집단, 당파, 민족 등에는 규칙처럼 광기가 존재한다”는 독일 철학자 니체의 말이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목도할 수 있다. 보수측은 좌편향, 종북이라는 낙인찍기에 몰입...
[권영후 칼럼] 무한대로 변주되는 공간의 의미인간은 매일 공간을 이동하며 살아간다. 공간은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며 시간을 따라 역사를 창조한다. 인간은 공간에서 태어나 배우고, 노동하고,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일생을 마친다. 행복과 불행, 즐거움과 고통의 흔적을 남긴다. 이 과정에서 공간을 폐허로 만들거나 되살리고, 강남과 강북과 같은 양극화된 공간을 만들어 낸다. 공간은 스스로 말하고 매일 새로움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사람들은 이렇게 변화무쌍하고 의미심장한 공간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공간은 스펙타클한 이미지로 인간을 압도...
[권영후 칼럼] 유용한 의제는 자기부정적인 패러독스를 안고 있다올 8월에는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국가적 의제가 많았다. 생태계 파괴 논란에도 불구하고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조건부로 통과되었다. 노동개혁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성장을 위해 ‘쳐부술 원수, 암덩어리’로 지목한 규제들이다. 전국을 태극기로 수놓고 애국주의 열기가 넘쳐나게 한 광복 70주년 행사가 열렸다. 북한의 지뢰도발로 야기된 일촉즉발의 충돌위기는 남북 고위급 접촉의 결과로 ...
[권영후 칼럼] 정치권력의 무기가 될 때, 개인의 자유와 생존은 뒷전으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문래공원은 집에서 가까워 자주 가는 곳이다. 공원을 걸으며 공간의 역사적 기제에 대해 가끔 생각하곤 했지만 국정원 해킹 의혹사건이 공개된 후에 들러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문래공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과 경멸을 불러 일으키는 정치적 논쟁 장소 중 한 곳이다. 자의적 애국주의로 무장한 보수세력에게는 성지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반박정희세력은 박정희의 역사적 흔적을 지울 것을 주장한다. 문래공원에는 육군 제6관구사령부가...
[권영후 칼럼] 과거를 쉽게 잊으면 위험은 반복된다휴일에 생필품을 사러 간 대형 쇼핑몰은 사람들로 붐볐다. 사람들의 표정에는 메르스를 다 잊은 듯 활기가 넘쳐난다. 구름 한 점 없는 한낮의 밝은 빛에 사람들의 삶은 화려하게 보이지만 밀물처럼 들어와 썰물처럼 나가고 있는 메르스의 공포와 두려움은 아직도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빛과 어둠이 함께하는 2015년 6월말 하루의 풍경이다. 지난 5월 20일 첫 메르스 환자가 공식 확인된 지 40여일이 지났다. 사망자는 30명이 넘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병상에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
[권영후 칼럼] 공포마케팅, 교묘한 선전술사람들은 평소에 불안이나 공포감을 싫어한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두려움을 일으키는 대상과 접촉하길 꺼려한다. 더욱이 엄습하는 불안과 미래의 죽음이 연결되면 정신적인 공황에 직면할 수 있다. 미래의 위험을 상상하면 불안감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불안의 종착역과 안식에 대한 갈망으로 생기는 인간의 번뇌는 새로운 대상에 대한 광적인 열광이나 극단주의로 방향을 전환하게 만든다. 뉴스는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흥미를 유발하고 선전의 목표를 달성한다.우리는 ...
[권영후 칼럼] 주민들이 지역언론에 요구하는 게 뭔지 생각해봐야미디어 기술의 발전으로 전통미디어인 종이신문은 소비자의 손을 떠나고 있다. 현재 미디어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적인 노력도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이러한 외부환경은 ‘자생적 복원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지역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언론의 미래를 전망하기는 어렵지만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디어 콘텐츠가 신문과 방송을 벗어나 다양한 플랫폼과 기기로 유통된지 오래되었다. 이제 거의 모든 신...
[권영후 칼럼] 걷기 열풍 정착 위한 새로운 도시공간 창조 필요얼마전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집에서 50km 떨어진 직장에 출퇴근하는 문제가 큰 고민거리였다. 자가용 승용차에 대한 미련이 없지 않았으나 나이가 들면서 친숙해진 대중교통 수단을 선택했다. 이제는 매일 수도권 전철이나 광역버스를 1시간 넘게 타고 3km를 걸어 출퇴근하는 일이 익숙해졌다. 집에서 직장까지 2시간, 전철과 버스에서 책을 읽고 두발로 서서 땅과 밀착하며 자연과 함께 걷고 나면 큰 성취감을 느끼게 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대중교통은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보...
[권영후 칼럼] ‘소통하는 애국주의’ 만들어내야 봄을 시샘하는 쌀쌀한 날씨와 황사바람이 부는 3월1일 오전에 삼일절 기념식을 다녀왔다. 예년과 다름없이 태극기에 대한 경례부터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독립선언문 낭독, 주요인사의 기념사, 만세삼창 순으로 진행되었다. 매년 삼일절이면 대통령의 대북한 대일본 메시지가 등장하고, 지역마다 해당 지역의 독립운동에 대한 역할과 기여도를 강조하는 일이 반복된다.국경일마다 정부는 태극기를 달자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집에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언론의 보도 때문에 망신을 당...
[권영후 칼럼] 소통은 솔직성, 투명성을 요구한다“거짓말을 되풀이하면 대중은 결국 믿게 된다”는 말이 있다. 연말정산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정부는 ‘증세는 아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한다. 시민들은 새로 시행된 세액공제 제도에 따라 정산해보니 환급은 커녕 세금을 더 납부해야하는 결과에 분통을 터트리며 정부의 ‘거위의 털 뽑기’ 증세를 매섭게 비판하고 있다. 연말정산 사태를 두고 정부는 ‘증세가 아니다’, 시민은 ‘실질적인 증세다‘는 주장이 맞서 있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옳다고 봐야 하는가. 정부의 반증세프레임 전략의 ...
[권영후 칼럼] 신자유주의 넘어 공동체 재건으로신자유주의가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가. 1980년대 영국의 대처리즘이나 미국의 레이거노믹스가 강한 이미지로 다가오면서부터 윤곽이 드러난 것 같다. 그 이후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고 표준화한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을 우리 사회에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1995년 1월에 세계 무역기구(WTO)가 공식 출범하고, 김영삼 정부가 ‘세계화’를 국가정책으로 공식 채택하면서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로부터 20년간 우리는 ...
[권영후 칼럼] 벽에 걸렸거나 책상위에 놓였거나 스마트폰에 내장되었거나 올해의 모든 달력은 달랑 한 장만 남았다. 2014년이 과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는 지나간 것, 이제는 다가오는 미래만 생각하자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졌다. 현실의 삶이 고통스러울수록 과거는 빨리 망각속으로 던져버리고 싶은 대상일 수 있다. 과연 과거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닌가? 과거를 소환하는 이유는 인간은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가 되고 있는 올 한해를 돌이켜보면 기억과의 싸움이 아주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한다. 기억을 소환하...
[권영후 칼럼] 우선 개발, 문제는 나중에?얼마 전에 들렸던 서해안 간척지는 갯벌의 풍광은 사라지고 황량했다. 너른 벌판은 갈대로 가득 찼고, 간혹 염생식물이 눈에 띄었다. 가을은 모든 식물들이 다음 세대를 위해 온 힘을 기울여 씨앗을 튼실하게 하는 시기다. 가을 바람은 갈대의 마른가지에 남아있는 열매를 사방으로 흩날렸다. 갈대는 내년을 기약하며 지난 여름에 흠뻑 머금은 물기를 버리고 뻣뻣한 줄기에 달린 열매에 정성을 쏟는 모습이다. 해안 절벽의 자취와 폐허로 변한 해변의 횟집 마을, 거창한 개발계획과 그럴듯한 슬로건을 보여주...
[권영후 칼럼] 가출을 상상한다는 것가을이 되면 서점에 들르는 일이 잦다. 올 가을 서점에서는 예년과 달리 중년 남성이 부쩍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교보문고의 조사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시·소설 분야의 구매층 중 50대 남성의 비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1998년 경제위기 이후 직장을 나온 수많은 중년들이 몰려든 등산 문화와는 다른 양상이다. 현재 중년세대는 직장에서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다.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