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명齋名도 예쁜 「차 보금자리」에 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시집이다. 『시골 시인-J』도시도 아니고 제주도 아니며 그렇다고 산촌이나 농촌도 아닌 시골의 시인은 누구인가? 급기야 이니셜이 누구를 지칭하는지도 궁금했다. 얼른 들어 슬쩍 읽어보았는데, 아차 싶었다.견고한 은유의 껍질 시인은 “달빛 환한 봄날 / 절름발이 개와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신다.”(고주희, 「로이 하그로브에게 인사를!」)고 하면서 “누가 내 사물함에 죽은 토끼를 넣었어요.”(「조로아스터교식 화장」)라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리고 있다. “걸음이 느린 나는 / 모서리를 걷
“아프리카의 한 국가에서 고문을 받다가 탈출해 우리나라에 난민으로 정착한 청년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꾸 폭행 등의 범죄를 저지르자 정부가 강제추방 명령을 내렸는데요. 범죄를 저지른 난민은 우리나라를 떠나도록 하는 게 맞을까요?” (2022.8.20. MBC뉴스,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00029_35744.html ) 서울 행정법원은 보편적 난민 인권은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댓글은 온통 이 난민 청년을 쫓아내야 한다는 주장으로 도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양동규. 그의 예술은 ‘학살로서의 4.3’을 살피는 일에서 출발했다. 카메라를 든 그의 시선은 늘 제주 땅과 사람에 고정돼있다. 그러나 섬의 항쟁과 학살이라는 특수성의 조명은 결국 한반도와 동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평화라는 보편성으로 확장하기 위한 평화예술의 길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실천적 작가다. 매주 한차례 [양동규의 필·필·필 film·筆·feel]을 통해 행동주의 예술가로서의 그만의 시각언어와 서사를 만날 수 있다. / 편집자 글 …… 의도는 없다. 애써 의미를 찾을 필요도 없다. 목적, 취지 같은 것도
road [roud] n. 길바깥으레 난 길, 안트레 난 길(밖으로 난 길, 안으로 난 길)road의 인도유럽어족 어원(origin)은 reidh-(=to ride ‘타다’)로서, 중세영어(Middle English) 시대까지도 주로 ‘말을 타고 가는 여행(a riding, a journey on horseback)’을 뜻하였다. 그런 여행들이 무수히(in countless numbers) 거듭되면서 오늘의 ‘길’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보면, ride라는 행위(performance)의 과거(past)를 뜻하는 rode가 road의
정체성에 걸맞지않는 각종 인위적 시설물 설치로 최근 비판 여론이 높아진 제주돌문화공원의 본래 조성 취지를 되돌아보게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기고를 릴레이로 싣습니다. [편집자 주]뭍에서 온 친구와 제주를 여행할 때였다. 제주 사람들은 다루기 쉬운 나무를 두고 왜 돌을 썼느냐고 물었다. 돌이 나무보다 쉽다고 했더니 농담이냐며 웃었다. 돌문화공원으로 데려가 한 방 먹여 주었다. 공원을 나올 때 친구는 네가 돌을 닮았다며 웃었다. 그럴 수 있다. 돌을 다루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쓰기에 불편한 일인지는 쉬운 상상이다. 나무를 자르고 운반하고
오늘(2022년 8월 18일)부터 20인 이상 노동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의 휴게시설 설치가 법적 의무화가 된다. 대학 청소노동자가 화장실 한편에서 숨죽이며 도시락을 먹는 현실이 알려지면서 노동자의 휴게시설 설치가 사회적으로 화두가 된 이후 이제는 법제화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 도내 많은 사업장의 휴게시설은 부족한 처지다. 규모가 작으면 작다는 이유로, 규모가 크면 크다는 이유로 휴게시설이 부족하다. 제주공항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의 휴게시설은 공항 내의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확충되지 못하고 있다. 정문부터 광택이 나는 특급
대통령의 언행은 하나하나가 모종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아무 생각없이 내뱉거나 행동하는게 아니라면 말이다. 더구나 대통령 주변엔 두터운 참모진이 포진해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단행한 광복절 특별사면에는 어떤 메시지가 들어 있을까.윤 대통령 스스로 밝혔다. 이번 사면은 무엇보다 민생과 경제회복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하지만 특정 경제인 사면을 ‘경제위기 극복 기회 제공’으로 포장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사실, 근거가 부족했다. 재벌 총수는 뭘해도 용서가 된다는 또 하나의 선례를 남겼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는 시대적 가치를 창조하는 고상한 작업이다. 그러나 그 수단인 권력을 잡고 그 권력을 유지.확장시키는 일은 비루한 짓일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정치는 거짓말의 수렁, 정치자금의 수렁, 이전투구의 수렁 등을 건너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 정치인이 이 수렁을 건너다 익사체가 되거나 중상을 입기도 한다. 그래서 정치인이 이 수렁을 잘 건너기 위해서는 남다른 자질이 요구된다. 그러면 어떤 자질이 요구되는가. 그중에서도 후흑의 자질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국민 동의에 의한 지배체제가 확립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양동규. 그의 예술은 ‘학살로서의 4.3’을 살피는 일에서 출발했다. 카메라를 든 그의 시선은 늘 제주 땅과 사람에 고정돼있다. 그러나 섬의 항쟁과 학살이라는 특수성의 조명은 결국 한반도와 동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평화라는 보편성으로 확장하기 위한 평화예술의 길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실천적 작가다. 매주 한차례 [양동규의 필·필·필 film·筆·feel]을 통해 행동주의 예술가로서의 그만의 시각언어와 서사를 만날 수 있다. / 편집자 글노인의 방 한쪽에 꽃무늬 천으로 만든 오래된 옷장이 있다. 그리고 옷장을 장식
emo·tion [imóuʃən] n. 감정(感情)무사들 영 감정적으로 말을 골암신고 (왜들 이렇게 감정적으로 말을 하는가)emotion은 e- ‘밖으로’와 mote- ‘움직이다’의 결합이다. 이 mote-라는 어근(root)에서 나온 낱말로는 motion ‘동작(動作)’, promote ‘진전(進展)시키다’, motive ‘동기(動機)’ 등이 있다. emotion의 어원적 의미는 ‘밖으로 움직이다’이다. 우리말 ‘감정’은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기분을 뜻하지만, 영어의 emotion은 ‘마음 안에 저장(store)하
지금까지 도내에서 이뤄진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이토록 많은 의혹과 논란이 있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공무원들이 마을 주민 개인정보 유출, 세계적 멸종위기식물 군락지에 들어서는 개발사업,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사업부지 임대계약 효력 논란에도 이뤄진 도의회 동의, 사업승인 전 사전공사와 불법 산림 훼손, 영리행위가 불가능한 공무원이 환경영향평가 용역에 참여해 빚어진 공무원법 위반 논란….구좌읍 동복리에 들어서는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에 얽힌 이야기다.사업설명회 때부터 사업부지 적합성을 놓고 논란이 일었던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은 추진과정
제주도는 평화의 섬입니다. 항쟁과 학살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은 더욱 간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주4.3이 그렇듯이 비극적 전쟁을 겪은 오키나와, 2.28 이래 40년간 독재체제를 겪어온 타이완도, 우산혁명으로 알려진 홍콩도 예술을 통해 평화를 갈구하는 ‘평화예술’이 역사와 함께 현실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 네 지역 예술가들이 연대해 평화예술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평화예술운동에 대한 창작과 비평, 이론과 실천의 공진화(共進化)도 매우 중요합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네 나라 예술가들의
바람(風)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제주의 바람은 누대로 제주의 언어, 건축, 농경, 무속, 의식주 등 모든 삶의 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기후위기라는 생태적 기로에 선 오늘날에 제주 바람은 풍력에너지라는 대체에너지 자원의 사회적 성격까지 갖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풍력발전 시설 개발이 이어지면서 바람자원의 이용 · 개발 및 그 수익 분배와 관련해, 도민과 기업 간의 역사 · 문화 · 생태적 불평등 문제가 제기돼 제주특별법 개정법률에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 조항’이 신설되기도 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환경정책칼럼 [제
지난달 29일 교육부장관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불거진 만 5세 입학 논란이 열흘 만에 교육부장관 사퇴로 정리되는 모양새다.지난 열흘 동안 한국사회 뉴스의 중심에 ‘만 5세 입학’ 논란이 있었다. 논란은 전문가들의 분석과는 별개로 뿔난 민심으로 정리되었다. 만 5세 입학 정책을 저지시킨 것은 뿔난 민심을 주도한 부모들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만 5세 입학 정책에 대해 과감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 그간 눌려온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이 이번 사안을 계기로 폭발한 모양새다. 성난 부모들의 절박한 마음을 갓 취임한
1.일상을 살면서 대화를 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엄밀히 말해, 이 대화는 살아 있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것뿐만 아니라 그 대상이 무엇이든지 뭇 존재들과 소통하는 것을 두루 아우른다. 심지어 대상과 어떤 소통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침묵도 대화의 한 형식이다. 그러므로 대화를 너무 협소하게 인색하게 경직되게 이해할 필요는 없다. 말의 과잉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여기에서, 정녕, 우리는 대화를 잘 하는 일상을 사는 것일까?2.라틴아메리카 문학 연구자 우석균과 김현균의 유려한 번역으로 소개된 미겔 로차 비바스의 ‘아르카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양동규. 그의 예술은 ‘학살로서의 4.3’을 살피는 일에서 출발했다. 카메라를 든 그의 시선은 늘 제주 땅과 사람에 고정돼있다. 그러나 섬의 항쟁과 학살이라는 특수성의 조명은 결국 한반도와 동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평화라는 보편성으로 확장하기 위한 평화예술의 길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실천적 작가다. 매주 한차례 [양동규의 필·필·필 film·筆·feel]을 통해 행동주의 예술가로서의 그만의 시각언어와 서사를 만날 수 있다. / 편집자 글대만의 조그마한 섬 ‘진먼(金門島, 금문도)’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다. 우리
door-stepping [dɔːr-stepiŋ] (주로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지는) 약식회견국민이 ᄇᆞ레는 건 안정감(安定感)이다(국민이 바라는 건 안정감(安定感)이다)door-stepping은 door ‘문(門)’과 step ‘발걸음하다’의 결합이다. 기자(reporter)가 취재(coverage)를 위해 반기지 않는데도 특정 정치인(politician)이나 주목받는 인사들(people under the spotlight)의 집이나 기관의 문 앞으로 찾아가 예정에 없던(unscheduled) 인터뷰를 하는 걸 말한다. 당연히 do
‘강충민의 보·받는 사람’은 필자의 기억을 소환해 전하는 편지 글입니다. 새하얀 편지봉투 앞면의 아래위로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칸에 볼펜을 꾹꾹 눌러 누군가와 나의 이름을 써 넣던 ‘우리 시대의 편지’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을 공유하게 하는 코너입니다. 편지는 모바일 메신저나 인터넷 이메일로 소통하는 요즘엔 경험할 수 없는 공감의 통로입니다. ‘강충민의 보·받는 사람’은 풀이 없어 밥풀을 이용해 편지봉투를 붙여본 적 있는 세대들에게 바치는 연서(戀書)이기도 합니다.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그립습니다. / 편집자 덥
4‧3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1개월이 지나던 1948년 5월, 악화되어 가는 제주사태의 실정을 조사하기 위해 제주를 찾은 고위급 기관은 검찰이었다. 이후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직전인 1948년 8월 초까지 검찰총장을 위시하여 다수의 검찰들이 삼엄한 제주 땅을 밟았다. 이 무렵, 일부 경찰 고위관계자들이나 극우인사들은 제주사태를 ‘공산세력의 폭동’으로 지목하던 살벌한 때였다. 과연 이들 검찰 관계자들은 제주에서 무엇을 보았을까?검찰총장의 명을 받고 제주실정 조사차 가장 먼저 내도(5.6~5.17)한 사람은 광주지검의 김희주(金禧
큰아이가 대뜸 ‘아부지! 라면 하나 끓여 줄까요?’라고 묻는다. 의아한 표정을 바라보는데, 아이는 나의 불안함을 느꼈는지 ‘나도 라면 끓일 줄 알아!’라고 먼저 답을 내놓는다. 평상시 창문을 닫아놓으라면 바깥 창문은 놔두고 안쪽 창문만 닫아놓고, TV 앞 빈 과자 봉지 치우라고 하면 동생이 먹은 과자 봉지는 골라서 그냥 놔두고 자기가 먹은 것만 겨우 쓰레기봉투 언저리에 올려놓은 아이이다. 그리고 귀찮은 것은 아빠를 부려먹을 줄 아는 영악한 아이이기도 하다. 그런 아이가 대뜸 라면을 끓여준다니 ‘이 아니 반가울 수가 있을까?’ 귀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