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를 찾아 헤매던 어느 날이다. 무조건 억새를 찾아간다는 게 하필이면 쓰레기처리장 옆이다. 억새포기 하나하나 제치다 보니 어렸을 때도 가끔은 보았다 싶은 요상스런 이 녀석. 마치도 지나던 들쥐가 억새에 포섭당한 모습이다. 한둘이 아니다. 억새의 날카로운 잎은 그래도 하늘거린다. 어렸을 적엔, 소가 먹을 건초가 없을 즈음 들에 나가
아마도 난 전생에 남자였나 보다, 때가 되면 이들의 부름에 안달이 나 못 견딜 지경이니 말이다. 지난 토요일, 수정란풀을 찾아 나섰다. 몇 해 전에 갔던 곳이라 여기며 열심히 찾았으나, 조릿대만 무성할 뿐 수정란풀은 만날 수 없었다. 알고 봤더니 엉뚱한 곳이었다. 일요일, 다행스럽게도 남편의 휴가 기간이다. 휴일이라 있는 늑장 다 부
오래전, 산길을 가다 노랗게 피어 있는 곰취를 보며 '털머위다!'라고 외쳤던 기억이 선하다.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곰취와 털머위를 아는 사람이라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터인데도 난 그러지 못했다. 곰취를 몰랐던 그때의 내 눈엔, 꽃의 색깔도 이파리의 모습도 영락없는 털머위였던 것이다. 곰취와 털머위는 어딘가 분명히 비슷한
저 산 저 멀리 저 언덕에는~ 무슨 꽃잎이 피어 있을까 밤이 오면은 해가 지면은 꽃은 외로워 울지 않을까 차례를 마치고 산으로 가야지 했던 계획은 내리는 빗물에 녹아 흘러가고 말았다. 어둡기 전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래도 미련이 남아 천백도로로 달리는 길이다. 지난주에 주렁주렁 열렸던 다래는 익어서 떨어졌는지 몇 알 없었다. 보랏빛 휘파람 소리가 4분의
8월의 마지막 토요일, 미령씨와 그의 동서 그리고 아이들이랑 어리목에 갔다. 널따란 공그리 주차장에 또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 현장을 바라보자니 때아닌 물난리가 퍼뜩 뇌리를 스쳐갔다. 차라리 ‘송이 흙을 깔아준다면 지하로 물도 흡수되고 좋잖을까?’ 하는 아쉬움의 발만 동동 가슴으로 굴렸다. 연못가에 자리 잡고 앉
울적한 마음 달래려고♬ 산길로 접어 섰다가♪~ 나는 정말 반했다오 정말 멋있는 산아가씨♩~구두도 못 신고요♬ 의복은 낡았어도♪~ 맑고 밝은 그 눈동자 정말 멋있는 산아가씨♩~생각지도 않았던 날 생각지도 않았던 그 만남은 퍼뜩 이 노래를 떠올리게 했으며 나를 폴짝폴짝 뛰게 했다.야고를 만난다는 목적 하나를 달성하고 다시 찾은 습지대에서 몰봉선 무리를 만나고
제주의 억새에 기생하는 식물 야고. 난 언제부터인가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이를 만나서 불륜을 저질러야만 하는 관계가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아는 남편은 행여 그 불륜의 시기를 놓칠까, 이제 지고 있을 거라 보내는 염려에 난 안절부절못했다. 조금은 미치광이(?)다운 나의 행위를 이해해 주는 유일한 사람 남편. 나와 휴일을 맞추려는 마음과 달리 상황은 늘
잔뜩 화가 났지만 꾹 참았습니다. 터트려 봐야 좋을 거 하나 없다는 게 지금껏 살아오며 겪은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진리 실천이란 게 알면서도 영 쉽지가 않습니다. 퇴근도 안 하고 책만 읽었습니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란 아동문학인데 쓰레기 처리장에 사는 아이들과 고다니 선생님, 아다치 선생님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정말 정말 가슴 따뜻해지는
사진기술에 관하여는 전혀 지식이 없는 나로서 이 작은 식물의 얼굴을 담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건 무엇 때문일까? 이미 노안에 접어든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셔터를 누르고 컴퓨터에 올리고 보면 미처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드러난다. 이네들의 숨겨진 그 모습이 하도 고와 멈출래야 멈출 수 없는 나의 행진(?)
아침엔 네 발, 점심엔 두 발, 저녁엔 세 발로 걷는 동물이 있는데 사람이라지요. 그렇다면, 네발짐승은 어떨까요? 물론, 아침 점심 저녁 변함없이 네발이겠지요. 그러나 호랑이는 아니었나 봅니다. 늙어 기력을 다한 호랑이에게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지팡이가 필요했던가 봅니다. 아주 옛날에,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 말이어요. 걷기가 어려
토끼섬은, 제주시 하도리 굴동포구 150m 지점에 있는 난도는 천연기념물 제182-3호로 지정된 문주란 자생지이다. 나지막한 오름형의 모래밭으로 이루어진 난도의 면적은 960평. 원래는 난들여(바깥쪽의 여)라 불렸는데 1927년에 주민 윤석후 氏가 토끼를 이곳에 방사한 뒤로는 '토끼섬'으로도 불린다고도 하며, 문주란이 필 때면 마치도 토끼가 뛰어노는 모
난, 식물의 이름을 익히는데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늘 보아오던 꽃, 그래서 자연스레 이름을 익히게 되고 사진으로 혹은 그림으로만 접하며 그 모양을 익히다 어느 날 발견하고는 '이게 그 꽃이구나' 반가울 뿐입니다. 해녀콩은, 재작년에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어느 섬에서 발견하고는 '응, 바닷가에 있으며 이파리가 꼭 칡을 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