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14) 세경본풀이2#. 자청비는 청미래덩쿨 귀에 찔러넣어 정수남이를 죽이다. 겨울이 가고 봄은 왔지만, 기다리는 문도령은 오지 않고, 남의 집 종놈들이 땔감을 싣고 가는 쇠머리엔 진달래가 꽂혀 있었다. 저 꽃이라도 얻어 시름을 달랠까 하여 밖으로 나오다 정이으신(정이 가지 않는) 정수남이를 만났다. 정수남이는 바지허리를 뒤집어 이
[문무병의 제주, 신화] (13) 세경본풀이 1자청비 사랑 수업 #.1 빨래를 배우다.옛날 김진국 대감과 조진국 부인은 동개남 은중절에 가서 석 달 열흘 백일 불공을 드리고, 합궁일을 받아 천정배필을 맺어 여자아이를 낳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였다. 이름은 부부가 자청하여 낳은 자식이라 ‘자청비’라 하였다. 소녀는 자라나 열
[문무병의 제주, 신화] (12) 두 남자에게 사랑의 기술을 가르치는 자청비 자청비 그녀는 사랑의 기술자인가? 그렇다. 그녀는 사랑에 미숙한 두 남자를 교육하여 성인으로 만든다. 그녀는 노련한 교사다. 그런데 파트너가 되는 두 남자, 하늘사람 ‘숫붕이’ 문도령도 ‘두르웨’ 정이 없는 정수남이도 자청비의 행동과 몸짓이 교육임을 깨닫지 못하며, 한참을 지난 뒤
[문무병의 제주, 신화] (11) 세경할망 자청비 이야기#. 하늘굿[天祭]과 입춘굿자청비네 올레에 들어왔다. 땅의 여왕, 농경신 자청비는 어떤 신일까? 아름다운 여신이다. 그러나 ‘아름답다’는 것은 어떻게 아름다운가 하는 문제를 제기할 뿐이다. 그것은 십여 차례의 연재가 끝났을 때, 완성될 “막 곱딱헌 우리 할망”
[문무병의 제주, 신화] (10) 아름다운 농경신 자청비네 올레신화를 이야기할 때는 ‘신나는’ ‘들뜬’ ‘기분 좋은’ 상태에 놓여 있어야 한다. “귀신의 본(本)을 풀면, ‘신나락 만나락 하고’, 생인의 본을 풀면 백년 원수가 되는”(본풀이를 하여 신
[문무병의 제주, 신화] (9) 설문대할망, 어부와 해녀의 신 되다오늘 설문대할망 이야기를 마치려 한다. 그런데 할망 이야기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하르방 이야기다. 설문대하르방은 있었는가? 없었다. 후에 만들어낸 이야기다. 마지막 이야기는 ‘할망과 비슷한 하르방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하기엔 뭔가 어색한 이야기 같
[문무병의 제주, 신화] (8) 설문대할망의 오줌에서 생겨난 것들"옛날 성산 일출봉에 아침 해가 떠올 때 쯤 되었을 거라. 할망이 바당에 빨래하러 왔다가 오끗 오줌이 마려운 거라. 거기서 참던 오줌보를 클러분 거라(풀어버린 거야). 그 순간, 할망 음문에서 괄락괄락 오줌이 쏟아져 나오는데, 내 터져 내려오는 듯, 홍수지 듯, 물소리 바람소리 범벅되
[문무병의 제주, 신화] (7) 신의 항문에서 태어난 오름 [肛門出産 寄生火山]이번에 하는 할망 이야기는 똥으로 만든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다. 그것도 키가 크고 힘이 세기가 제주도보다 큰 거대한 여신 설문대할망의 똥, 양도 많고 힘도 세어, 치우기도 힘든 거대한 똥 이야기니 말로만 끝내기도 어렵다. 게다가 똥이란 선입견 때문에 더럽고 냄새나는 이야기니 이
[문무병의 제주, 신화] (6) 설문대할망, 인간에게 불을 전하다#. 인간시대를 준비한 설문대할망의 죽음-인류발생신화나는 심벡허멍(사력을 다해) 설문대할망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쉽게 쓰려고 하면 할수록 글은 괜히 개똥철학이 되어간다. 신의 뜻을 잘 헤아리지 못해서,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계를 절감하며 고민에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문무병의 제주, 신화] (5) 설문대할망의 문명창조2-토목공사와 무역제주 땅을 만든 설문대할망은 세상이 제법 사람이 살만한 세상으로 완성되어갈 때쯤에 제주 사람들에게, “탐라 백성들아. 너희들이 내게 속옷 하나 만들어 주면,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주마”하고 제안을 했다. 설문대할망이 인간에게 던진 ‘속옷(A) 이면 다리(B)
[문무병의 제주, 신화] (4) 설문대할망의 문명창조“바당은 자락자락 물게꿈 지치는디 할락산에 아장 설문대할망 서답허는 서늉을 좃좃이 봅서.(바다는 철썩철썩 파도 철썩이는데 한라산에 앉아 설문대할멈 빨래하는 모습을 자세이 보소.)” “어떵 헌 일이지. 설문대할망은 세상을 만든 그 날부터 매날 세상을 빨아부난(빨았으니) 이 땅
설문대할망이 설계한 제주의 겉 표면은 할망이 누워 자는 제 그림자의 크기로 만들었기 때문에 크고 힘이 센 할망 홀로 살아가기 엔 너무나도 비좁은 땅, 하나의 외로움을 키우는 땅이 되어버렸지만, 할망이 만든 제주 땅속은 ‘생명의 지하수가 넘쳐나는 물통’이어서 그 깊이를 더듬어 들어가면, 측량할 길 없는 심연으로, 사람들은 뒤에 그것을 할
[문무병의 제주, 신화] (2) 할망의 창조 작업 “설문대할망은 제주 땅을 어떵 만들어신고?”라고 누가 묻는다면, 제주 사람들은 누구든지 시원하게 말해줄 수는 없는 문제다. 준비된 말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이건 틀림없다고 말할 수 있는 설문대할망 이야기는 없다. 있다면 무엇일까. 무언가 잡힐 듯 말 듯, 알 듯 말 듯 우리의 세상 제
[문무병의 제주, 신화] (1) 거대 담론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신화를 꿈꾸며 살고 싶다. 나에게 제주신화는 꿈의 세계로 들어서는 올레에 속한다. 나의 신화에 대한 지독한 관심은 며칠 전 이런 제의를 받았다. 신화를 통해 제주도의 전통문화를 얘기하는 글, 제주신화 담론 같은 글을 써 달라는 대표의 제의였다. 그와 막걸리 한 잔을 걸치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