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의 항일 여성독립운동가로서 민족교육과 인술을 펼쳤던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교육감을 지낸 최정숙 선생. 그의 선한 영향력이 국경을 초월해 아프리카에까지 미치고 있다. ‘최정숙을기리는모임’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부룬디에 최정숙초등학교와 최정숙여자고등학교를 설립하며 새로운 희망을 전하고 있다. 가난을 벗어나 여성들이 홀로서기를 돕는 최정숙여성센터도 건립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는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최정숙 선생의 뜻과 최정숙을기리는모임의 선행적 행보 등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아프리카의
제주도에서만 보는 이 시험의 정체는?주말 오전 제주시 한 건물에 수험생들이 들어서고, 목에 수험번호가 적힌 명찰이 걸린다. 시험이 시작되니 40명의 펜 움직이는 소리 외에는 고요했다. 시험지를 들여다보니 문제가 특이하다. 다음 중 한라산에 대한 설명 중 가장 사실과 거리가 먼 것은?① 한라산은 높이 1947m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② 한라산에 일회용 도시락은 반입이 금지돼있다.③ 백록담에서는 하얀 노루(백록)를 자주 볼 수 있다.④ 한라산은 17도와 21도가 있다.제주의 쓰레기 배출 시스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이제 제주도에서도 단돈 1000원으로 아침밥 해결 가능하다?제주대학교가 빠르면 5월 말부터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동참한다.제주대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시행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선정됐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대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 관련 국비 30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다만 제주도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지방비 6000만원을 보조해주기로 하면서 제주도의회의 추경예산안 심사가 끝나는 5월 말 이후에야 사업 추진이 가능할 전망이다.제주도의회 의원연구단체 청년이 행복한 제주(대
클럽처럼 입장료 받아 '술파티' 벌인 게스트 하우스제주에서 클럽처럼 입장료를 받아 술 파티를 벌인 게스트하우스 운영자가 자치경찰에 덜미를 잡혔다.24일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에 따르면 제주시 애월읍 일대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합동단속을 진행해 4건의 불법 영업행위를 적발했다.이번 단속은 국가경찰인 애월파출소의 협조를 받아 주취자 신고가 잦은 업소를 사전에 선별했다. 제주시 위생관리과 직원들도 특별단속에 동행했다.현장 단속 결과, A업소는 여성 이용객에게 2만5000원, 남성은 이보다 많은 3만원의 입장료를 받아 클럽 형태의 이른바
최근 제주환경보전분담금 추진 소식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제주를 안가겠다’, ‘제주사람이 육지오면 육지세를 물리자’와 같은 부정적 여론도 나옵니다. 제주환경보전분담금은 급증한 관광객으로 제주의 환경오염이 심각해지자 내놓은 대안입니다. 관광객이 생활폐기물·하수 배출, 대기오염, 교통 혼잡 등에 따른 비용을 분담하자는 취지입니다. 이미 많은 폐기물매립장이 포화상태일 정도로 심각한 쓰레기 문제, 기존 인프라 한계에 다다른 상하수도 문제, 심각한 교통난, 심각한 자연훼손, 한계에 다다른 수용력
제주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강화하는 해양생태계법 개정안 시행에도 여전히 관광선박이 위험천만하게 돌고래 무리에 접근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동물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는 20일 오후 2시40분께 서귀포시 대정읍 해상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영상 속 관광요트는 엔진을 켠 채 남방큰돌고래 무리 옆에서 근접 운항을 하고 있다.해양수산부의 제주남방큰돌고래 관찰가이드에 따르면 돌고래가 있는 곳 반경 50m 이내에는 선박이 접근할 수 없으며, 관광 중 돌고래를 만지거나 임의로 먹이를 주는 행위도
제주에서 또다시 대규모 항공기 결항 사태가 발생했지만 일부 항공사들이 개선방안을 제때 마련하지 않아 제주국제공항에 대혼잡이 빚어지고 있다.18일 제주공항에는 이른 아침부터 태풍에 버금가는 순간최대풍속 25.2m/s의 강풍이 몰아치면서 항공기 운항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오전 6시45분 제주에 도착 예정이던 싱가포르발 항공기가 회항하고 7시25분 제주에서 광주로 향하려던 진에어 LJ592편이 취소되는 등 오전 10시 현재 125편의 결항이 확정됐다.제주공항 상공에 급변풍까지 몰아치면서 각 항공사마다 오전 항공기 스케줄을 줄줄이 취소하
4.3 제75주년을 앞둔 지난달 14일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는 ‘잃어버린 마을에서 보내는 선물’ 기증식이 열렸다. 이 선물의 정체는 4.3당시 큰 피해를 입었던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에서 주민들과 예술가, 도민 참가자들이 함께 빚은 고소리술이다. 토벌대에 의해 불타 사라져 ‘잃어버린 마을’로 불리는 무등이왓에서 함께 조를 키우며 전통방식으로 함께 담은 결과물이다.선물을 전달받은 고희범 4.3평화재단 이사장은 “기증된 고소리술에는 4.3의 역사가 오롯이 담겼다”며 “4.3영령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잃어버린 마을에
어머니가 밭일을 할 때면 옆에서 사탕수수를 입에 물고 동생들을 돌봤다. 70여년 전이지만 장난을 치며 놀던 기억이 선하다. 어머니, 아버지와 남동생 셋, 그리고 사촌언니와 함께 살던 행복한 시절이었다. 1948년 11월은 그녀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지금은 사라진 마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무등이왓이 그녀가 살던 곳이다. 4.3문화해설사로 활동하는 홍춘호(86)씨의 어린 시절 얘기다.그녀의 11살 가을은 ‘해안선에서 5km 떨어진 중산간지역 통행자를 사살하겠다’는 초토화 작전이 시작된 때다. 중산간 마을 동광리의 주민
제주시는 2023년 제주들불축제에서 오름불놓기를 포함해 불과 관련된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오름불놓기는 주행사장인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 불을 피워 커다란 오름 일대가 불꽃에 일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축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메인 프로그램이 사라지면서 불 없는 들불축제가 된 겁니다.최근 평년보다 많은 산불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산불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국가 상황이 위중하고 건조한 날씨로 안전 우려가 큰 것이 취소 이유입니다. 그런데 축제가 개막하고 나서야, 해당 프로그램을 눈 앞에 두고야 이를 공식한 것
유퀴즈에 나온 3000원 김치찌개 식당 가봤습니다...신부님이 사장님?3000원 김치찌개의 시작은 한 청년의 죽음이었다.“2015년 여름에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한 청년이 굶주림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는데요, 뉴스를 보시던 (글라렛선교수도회)한 수녀님께서 청년들 중에서 식사를 제대로 못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자각하신 거예요. 그렇게 청년들을 위한 식당을 만들어서 운영해달라고 말씀을 하셨던 것이 계기였습니다. 당시 저희가 청년들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시기였어요. 청년들에게 필요하다면
유해동물 지정으로 급감한 제주노루 개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본부장 고영만) 한라산연구부는 2022년 제주노루 개체수 모니터링 전수조사 결과 4300여마리로 집계됐다고 22일 밝혔다.제주도는 매년 구좌, 조천, 애월, 남원, 표선, 안덕 등 6개 읍면지역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5년 단위로 도 전역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중이다.이번 전수 조사 결과, 지난 2021년 진행한 표본 조사에서 집계된 개체수 4200여마리에 비해 100여마리가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노
여름 끝자락, 절기는 이미 가을입니다. 너른 품의 후박나무 아래 모여 앉은 어른들의 부채질도 사라졌습니다. 한낮 막바지 뙤약볕을 뚫는 매미 울음도 곧 정적으로 남겠지요. 사람은 나무를 닮는다고 했습니다. 어느 마을이든 정자나무 아래엔 그 나무를 닮은 사람들의 역사가 구구절절 쌓여 있습니다. 누구라도 이 그늘에 등을 기대고 쉬어가면 사람이 보이고 마을이 보일 겁니다. 이미 가을입니다. / 김봉현 기자
여름 꽃 수국. 일주문 건너 푸름 짙은 절 입구는 온통 청보라 빛이다. 한조각 바람과 질긴 까마귀 울음. 벙그려진 수국꽃은 그래도 웃으며 살라 한다. 소나기 기다리다 거북 등처럼 메말라진 세상. 웃기는 세상이니 더 웃으며 살라는건가. 장맛비 기다리는 수국이 시퍼렇게 멍든 가슴을 감추며 웃는다. / 글=김봉현 기자
제주시 건입동 도로변의 아담한 1층짜리 건물. ‘수제 도장’이라는 문구가 간판에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문을 열면 휠체어에 앉아 작업에 몰두하는 박효민(62, 훈민당 대표) 장인의 모습이 보인다.도장을 고정하는 틀과 조각칼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오랜 기간 동고동락한 그의 동료들이다. 컴퓨터나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고집스레 손으로 도장을 깎아온 지도 40년이 훌쩍 넘었다. 그 동안 나무와 뿔에 새긴 이름은 셀 수도 없다.뛰어노는 대신 지우개를 깎다 그는 2살 때 고열을 겪고 소아마비를 앓았다. 목발과 휠체어에 기대야 했던 그는
흡사 초록빛 바다 같다. 하얀 포말이 일렁이는. 연약하기만 한 줄기는 서로 엇대듯 기대었다. 붉은 핏줄 드러낸채 거친 바람을 온몸으로 이겨낸다. 생명의 경이로움이다. 언뜻 슴슴할뻔한 모멀밭 풍경은 생명을 간구하는 핏줄이 이어지며 살아있는 모든 것을 정화한다. 모멀밭, 모밀밭, 제주 사람은 메밀밭을 그렇게 불렀다. 이모작이 가능한 제주는 지금이 모멀꽃 필 무렵이다. / 글=김봉현 기자
잠시 머뭇거리는 찰나가 쌓여 흐르니 시간이 된다. 시간이 흐르니 사람도 익어간다. 나이 먹고 익어가는 게 어찌 사람뿐이랴. 저 들판의 생명에도 새로운 서사가 익어간다. 볶은 보리 맷돌에 갈아 개역 한 숟가락 입에 털어 넣던 유년의 기억도, 저 누런 들판에서 윤회하며 익어간다. 익어가는 너, 아름답구나 / 글=김봉현 기자
찻잎 따는 이 차 덖는 수행자찻잎 따는 잰 손울력 걸음에 들뜬 운수납자풀어헤친 안개비 사이로푸름이 너울거린다. 저마다 혓바닥 내민 아침 차밭에서문득, 화두를 틀고 섰다.이뭣꼬?/ 글 = 김봉현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습니다. 오색영롱한 저기 저 꽃밭. 저 꽃밭을 따라가니 거기엔 연꽃이 피었습니다. 달 같고, 해 같고, 꽃 같은 연등이 찬란히 피었습니다. 줄줄이 꿴 상념들이 해탈의 길 끝에 다다르면 진리의 연꽃으로, 꺼지지 않는 연등으로 피어 오릅니다. 가난한 여인이 바친 꺼지지 않는 등불. ‘빈자일등(貧者一燈)’으로. / 글=김봉현 기자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 1920년대 아일랜드 독립전쟁을 배경으로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 앞에 놓인 어느 형제의 우애와 갈등을 묘사한 비극의 서사시. 영국 출신의 명장, 켄 로치 감독의 영화다. 영화 전편을 수놓는 푸른 초원, 북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쉴새없이 일렁이는 보리밭. 그 흐트러짐은 역설적이게도 슬프도록 강인하다. 형제의 비극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 묻힌 지 오래다. 허나, 쓰러진 보리는 죽지 않고 피고 또 자란다. 역사는 그처럼 지울 수 없는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