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19) - 바다가 그리운 돌고래 / 신짜꽃밴▲ 강정에서 와수다 / 신짜꽃밴 (2012)H는 남방큰돌고래를 처음 본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사대부중을 나온 그는 바다가 보이는 교실에 앉아 수업을 듣고 있었다. 무심코 유리창 밖을 보는데 멀리 남방큰돌고래가 수면 위를 넘실거리는 모습이 남방큰돌고래와의 첫 만남이란다. 지루한 수업 중에서 푸른 바다 위를 점프하는 남방큰돌고래의 모습은 학창시절
눈사람 레코드 (18) 백야 / 짙은▲ 백야 / 짙은 (2011)명찰이 형광등 불빛에 반짝거려서 이름을 확인할 수 없었다. 병맥주는 깨질까 봐 불안했다. 한낮에도 불안했는데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걷다가 휘청거려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병 조각들이 햇빛처럼 부서질 게 아닌가. 재수 없다고 침을 퉤 뱉거나 심하면 신세타령까지 하겠지. 캔맥주와 쥐포를 샀다. 바코드를 찍는 알바는 전혀 졸린 눈이 아니었다. 동그란 눈으로 현금
눈사람 레코드 (17) 그게 다 외로워서래 / 김목인▲ 한 다발의 시선 / 김목인 (2013)K가 내게 말했다. 고독한 시집을 추천해 달라고. 나는 잠깐 고민하는 척 하다 최하림 시집을 읽어보라고 말했다.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것은 라면이 불기 전에 어서 먹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K는 포크로 떡볶이를 찍으며 최하림 빌리러 도서관에 가자라고 말했다. 나는 그 순간 왜 최하림이 떠올랐을까. 말년에 투병을 하는 모습이 쓸쓸해 보인...
[눈사람 레코드] (16) 머리에 꽃을 / 전인권, 허성욱▲ 1979~1987 추억 들국화 / 전인권 & 허성욱 (1987)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시절에 가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에게 왔다. 글램락의 창시자인 그를 따라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서 엄마 화장대에서 푸른색 아이쉐도우를 그려 보기도 했다. ‘우드스탁’을 알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프로그레시브 락이 열여덟 살의 몸을 휘감았다. 사이키델릭에 빠져들었다. ,...
[눈사람 레코드] (15) 보물섬 / 이규호▲ Spade One / 이규호 (2014) ‘처음엔 넷이었지 어디론가 떨어졌지 잎이 셋 달린 허리가 굽은 세잎 크로바’(의 ‘세잎 크로바’) 입속에서 궁글리며 보도블록을 걷는다. 와 라는 빅밴드에서 보컬과 기타를 빼고 결성한 프로젝트는 외롭고 신선하다. 의 드러머 링고 스타처럼 파랗고 차가운 나뭇잎 같다. 자동차는 길 끝에 박아두고, 노꼬메 오름을 오른다. 요즘 중산간에 큰 건
[눈사람 레코드] (14) 청춘 / 라이너스의 담요▲ 스티키몬스터랩 - THE LONER (2011)안현미는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라고 청춘을 말했다. 이장혁은 ‘이해할 수 없었던 세상의 수상한 질서’라고 그 시절을 노래했다.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라며 기형도는 다 쓴 인주통처럼 말했다. 영화 에서는 금성무가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내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홍콩도 중국
[눈사람 레코드] (13) Antifreeze / 검정치마▲ 201 / 검정치마(2010)부동액은 겨울에 차가 얼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마음이 겨울일 때 얼어붙지 않도록 할 부동액이 필요하다. 내가 사는 동네에 ‘푸른항공 매표 대리점’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안나푸르나 너머로 날아가는 비행기의 탑승권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튜어디스가 음료 대신 음악을 권한다. 나는 를 선택한다. 마침 비행기는 사막이나 빙하 위를...
[눈사람 레코드] (12) 손잡고 허밍 / 재주소년▲ 유년에게 / 재주소년(2010).동쪽 일주도로를 지나면 생각나는 소녀가 있어. 삼양, 함덕, 동복 지나 김녕.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함께 창(窓) 문학부였던 그 아이. 고등학생이었지만 키가 참 작았던 아이. 한 손가락씩 손가락을 펼 때마다 어떤 무엇이 생각난다는 시를 썼던 아이. 시화전과 시낭송의 밤이 전설처럼 흘러. 저녁 무렵, 버스 정류장에 앉아 나누었던
[눈사람 레코드] (11) 당분인간 / 전자양▲ 숲 / 전자양 (2007).전자양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아스피린 소년’이었다. ‘창백한 약국 아주머니 / 풀린 두 눈을 보며 / 아스피린 두 알 주세요’라며 두통을 리듬으로 구현했다. 그동안 군대에 다녀왔고, 예상컨대 음악세계로 원대복귀하여 방구석 사운드 속에서 새부랑거리며 시간을 보냈으리라. 앨범 ‘숲’이 나온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이쯤이면 다시 수면 ...
[눈사람 레코드] (10) 사막의 왕 / 아무밴드▲ 이판을사 / 아무밴드(1999)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음악이 끝날 때까지 이 글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이 사막의 법칙이다. 오랜 비행 끝에 우주선이 행성에 착륙했다. 행성은 사막뿐이었다. 가도가도 모래뿐이었다. 모래언덕을 오르면 또 다른 모래언덕이 산맥처럼 펼쳐져 있었다. 전갈이 지나간 자리엔 별빛가루가 흩어졌다. 그렇다고 전갈에게 행성의 내력을 물을 수 없는 노릇이
[눈사람 레코드] (9) 은밀한 버스 / 플레이걸(2009) ▲ 플레이걸의 24시 / 플레이걸(2009).선거가 끝났다. 고승완 제주도시사 후보가 내세운 공약 중에 ‘무상버스 도입’이 있었다. 무상이라는 말은 자유와 어울린다. 무일푼 시인도 무작정 무상버스를 타고 김녕 바닷가에 갈 수 있다. 김녕 바다에 발을 적시고 나뭇가지로 모래 위에 시를 끼적일 수 있다. 물론 몇 천 원이 없어서 김녕에 가질 못하겠느냐만 복지는 평등에
[눈사람 레코드] (8) 졸업 / 브로콜리 너마저(2010) ▲ 졸업 / 브로콜리 너마저 (2010).여름에 녹산로를 지날 때는 [Pains Of Being Pure At Heart]의 ‘Say No To Love’가 어울린다. 다른 도로도 그러하겠지만 녹산로는 특히 더 계절마다 다른 음악이 어울리니 음악을 잘 골라야 한다. 정석 비행장 옆을 지날 때는 볼륨을 너무 높이면 자동차가 붕 떠오를지도 모르니 조심하고. 물론 주관성이 강하긴
[눈사람 레코드] (7) 졸업영화제 / 이랑(2012) 이상은 이상은 이상은 같은 가수가 나오지 않을 줄 알았다. 웬 유상무상상 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너랑나랑 김밥집에서 김밥 두 줄 포장하다가 노랑 단무지 빠진 소리만은 아니다. 고랑과 이랑의 구별이 아직도 헷갈리는 나는 이랑이 남궁옥분 목소리로 이랑의 리듬을 표현하는 것을 안다. 이랑은 영상원 출신의 영화감독이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시대에 영화감독으로 취직한 사
[눈사람 레코드] (6) 인생은 금물 / 언니네 이발관 (2008) ▲ 가장 보통의 존재 / 언니네 이발관(2008)춤추는 이석원. 이석원은 춤을 춘다. 리듬에 맞춰 발을 동동거리는 수준이지만 춤은 춤이다. 슬픈 노래를 부르면서도 춤을 출 사람이다. 춤은 기쁠 때만 추라는 법은 없다. 슬픈 때 추는 춤이라고 해서 느리게 추지 않는다. 슬픈 땐 도리어 흥겹게 노래 부르며 춘다. 가만히 노랫말을 들여다보면 극에 달한 것들이 많
[눈사람 레코드] (5) 오늘은 / 최성원(1988)▲ 제주도의 푸른 밤 / 최성원 (1988)장정일 소설가는 삼중당 문고를 모두 읽고 소설가가 된 모양이다. 나는 ‘동아기획’에서 나온 음반을 모두 듣고 시인이 되었다. 늘어지도록 들었던 테이프들은 거의 동아기획에서 만들었다. 들국화, 한영애, 빛과소금, 봄여름가을겨울, 어떤날, 장필순, 김현철, 푸른하늘 등. 컴필레이션 음반 ‘우리 노래 전시회’ 시리즈는 보물상자 같
[눈사람 레코드] (4) 무표정한 발걸음 / Achime▲ Hunch / Achime (2010).밴드 . 이름만 들으면 처럼 달콤하고 산뜻한 음악을 할 것 같지만 반전이 있다. 처음엔 이름이 걸렸다. ‘아침’이라는 이름은 이미 ‘숙녀예찬’이라는 노래를 히트 시킨 듀오의 이름이다. 이미 있는데 같은 이름으로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게다가 ‘아침’이라는 이름도 밝고 단순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앨범 표지가 범상치 않았다.
[눈사람 레코드] (3) 공항 가는 길 / 마이 앤트 메리 (2004) - 아무리 섬이라도 그렇지 이건 너무했다. 도시 한복판에 공항을 만들어 놓다니. 비행기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그 비행기를 바라보면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게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만 같다. 이호나 외도에서는 비행기의 배를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비행기가 머리 위를 지나가면 자동차 밑에 숨어있는 고양이가 된 기분이다. 세계지도를 펼쳐보면 제
[눈사람 레코드] (2) 서로 다른 / 서울전자음악단 (2009)
[눈사람 레코드] (1) 위험한 세계 / 윤영배 (2014) 가수 윤영배의 노래 ‘위험한 세계’를 듣다가 든 생각이다. 저음이 고음보다 울림이 더 클 수 있다는 것. 윤영배는 낮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굳이 크게 부를 필요 없다는 표정으로 심드렁하게 부른다. 대충 부르는 것 같지만 울림이 있다는 것은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빅 애스크 기후 변화법 제정 콘서트에서 사회자가 윤영배에게 어디에 사느냐고 물으니 윤영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