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노릿ᄀᆞ심 : 며느릿감 * 보컬랑 : 보려거든, 볼 것이면 훈시조이면서도 매우 흥미로운 말이다. 집에 새 며느리를 물색 중이거든 딴 건 관두고라도, 그 어머니를 보고 택하라 하고 있다. 아버지는 아예 제쳐두고 어머니를 내세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부분 딸은 얼굴도 어머니를 닮지만 성격이며 자태(맵시), 인품이며 교양에 이르기까지 어머니를 빼놓고 닮는 경우가 많다. 얼굴이며 솜씨나 손매야 타고나는 것이라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인격이며 언행 그리고 대인 관계 등은 후천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한다. 딸은 아들보다 어머니 그
머거볼 거 엇인 식깨에 절ᄒᆞᆫ다(먹어 볼 것 없는 제사에 절한다)* 엇인 : 없는* 식깨 : 제사(祭祀)제사가 파제(罷祭)하면 제사 음식을, 곧 반기를 나눠 먹는데 그것을 ‘음복(飮福)’이라 한다. 신위 전에 올렸던 음식을 먹으면 복이 된다는 의미다. 조상의 덕을 기리며 제주도 곁들인다. 분향으로 시작한 제 의식이 끝나려면 파제를 해야만 한다. 파제를 한자로 ‘罷祭’라고 마칠 파 자를 쓰는 것은 절차상 그런 뜻을 지닌다. 마칠 파 자, ‘학교가 파하고 하굣길에 섰다.’처럼 끝나다 혹은 마치다는 뜻을 지닌다. 제사를 마친다고 할 만
말은 요구리, 똥은 싸구리, 머긋은 황밧갈쇠(말은 요구니, 똥은 싸구리, 먹성은 황소) * 요구리 : 약아 빠진 사람 * 머긋 : 먹성 * 황밧갈쇠 : 밭 잘 가는 황소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말은 하라면 청산유수에다 약삭빠르기 이를 데 없는데, 하는 짓이라곤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말쟁이에다 볼일도 큰 것 작은 것 가릴 줄 모르는가 하면 먹성만은 밭 가는 황소 식량이라 함이다. 이럴 수가. 말만, 말만 앞서서 무엇이든 금방 해낼 것 같은데, 행동이 영 말 같지 않다. 말 같기는커녕 대소변도 구분하지 못한다. 그
말글로 배왕 되글로 쓴다(말글로 배워서 되글로 쓴다) * 말글 : 글을 말[두(斗, 말 두)]처럼 크게 배움 * 배왕 : 배워(서) * 되글 : 글을 되[승(升, 되 승)되처럼 작게 배움말글은 공부를 많이 했다는 뜻이고, 되글은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말글이 대학을 나왔다면 되글은 초등학교를 나와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학력에나 비할까.보통교육과 고등교육인 대학과는 하늘과 땅 차로 천양지차(天壤之差) 또는 운니지차(雲泥之差, 하얀 구름과 까만 먼지 차)라 할 수 있다.옛날에도 집밭 팔면서 큰 공부를 시킨 부모들이 적지 않
막둥이 부모 직ᄒᆞᆫ다(막내아들이 부모 지킨다)* 막둥이 : 막내아들* 직ᄒᆞᆫ다 : 지킨다. 곁에서 보살핀다. 부모를 지킨다 함은 나이 든 부모를 가까이서 보살피면서 모신다는 뜻이다. 아들딸을 여럿 두었으면서도 실제로 집에 남아 부모를 지키는 것은 막내 차례가 되는 수가 많다. 딸이야 출사외인이라 시집 보내고 나면 친정 일을 보살피지 못하니 예외로 하는 것이지만, 아들은 부모를 모실 의무가 있다. 아들이 여럿일 경우, 위로 형들은 장성해서 일찍 장가들어 분가하면서 본가에서 일단 분리되지만 막둥이는 그렇지 않다. “아이고, 야인 여
똘 부젯집 지둥 굽 흥근다 (딸 부잣집 기둥 굽 흔든다)* 부젯집 : 부잣집* 지둥 굽 : 기둥 굽* 흥근다 : 흔든다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한다. 이 말에 아들딸의 구별이 들어 있지 않고 ‘자식, 자녀’라 해서 통째 묶어 일컫고 있다. 자식이 많으면 재정적 지출도 많지만, 이 일 저 일 크고 작은 걱정거리도 많이 생겨 정신을 못 차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똘 부젯집’이라 했으니, 한 집에 딸이 적어도 네다섯은 되는 셈일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미래가 여간 심각하지 않다. 출산율이 0.81, OECD 국가
애기 밴 예펜 ᄆᆞᆯ석 안 넘나 (아이 밴 여자는 말줄 안 넘는다) * 예펜 : 여인, 여자, 남편에 대한 예스러운 말 여편(女便) * ᄆᆞᆯ석 : 말줄(말을 방목할 때 길게 매는 줄)임산부는 출산 전까지 자신을 잘 보살펴야 한다. 매사에 조신해야 함은 물론이다. 새 생명을 잉태했기 때문이다. 까딱 잘못될 때는 유산의 위험이 따른다.예전 제주에는 시골길에 말이 매어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덩치 큰 놈이 풀 뜯던 걸 멈추고 눈 껌뻑이며 경계심을 나타낸다. 한길을 말이 막아서는 수도 있었다. 그럴 땐 으레 돌아가야지, 말 줄을 넘으면
* ᄒᆞ멍 : 하며, 하면서* ᄎᆞᆯ : 꼴(마소의 먹잇감이 되는 풀, 산에서 다량으로 베어다 말려 마당에 눌 눌어 놓고 건초로 먹였다.)일을 공평하게 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바르게 나눈다고 하다 봐도 한쪽으로 치우치는 게 사람의 일인지도 모른다. 세상사를 돌아보면 고르지 못한 경우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집안 형제간에 더 가기도 하고 덜 가기도 해서 불만을 터트리는 일이 많다.이 말은 예로부터 많이 화자돼 온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엄청난 힘으로 농민들을 도왔던 가축으로 사실 말에 비할 바 아니다. 말은 우마차를 끌고 등
* 뜬 쇠 : 느린 소* 울 : 울타리소는 우직한 데다 굼뜨고 미련해 보이는 가축이다. 꾸물럭꾸물럭 어기적거린다. 저를 매어 놓은 외양간에 불이 났으면 모를까, 사람이 욕을 하거나 말거나 답답할 정도로 시종 느리다. 회초리로 몇 번 때려도 그때뿐, 천하에 이런 느림보는 없다.하지만 소라고 다 느린 것도 아니다. 동작이 느린 놈이 대부분이지만 빠른 놈도 있다. 빠른 놈은 길을 가다 앞을 가로막는 담장을 펄쩍 뛰어넘기도 한다. 농촌에서 자라 이런 의외성을 눈으로 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고정관념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놀라운 일이
* 촘솔 : 참살* 토락토락허곡 : 토실토실하고* 북솔 : 부풀어 오른 살* 물랑물랑헌다 : 물렁물렁한다사람마다 체형이 다르듯 체질 또한 천차만별이다. 몸을 어떻게 단련하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체질을 잘 다진 사람은 근육이 쇳덩이처럼 단단한 데 비해, 그렇지 않고 타고난 대로 놓아둔 사람은 아무래도 근육이 약하다. 물론 상대적인 것이긴 하다.근육은 운동하면 할수록 발달하는 것이다. 보디빌더들은 놀랄 만큼 불룩거리는 근육을 가지고 있다. 보기만 해도 건강미가 넘친다. 각종 운동기구를 사용해 보통 사람에
* 자릿도새기 : 새끼돼지* 두싀 불차 : 두세 번째(次)* 윤진다 : 굵다. 튼튼하다, 옹골차다옛 선인들은 사시사철 밭 갈아 씨 뿌려 김매고 거둬들였을 뿐 아니라, 소나 말, 돼지와 가금류인 닭을 기르며 자급자족하며 살았다. 밭농사만 아니라 가축을 기르는 데도 온 정성을 다 쏟았다. 지금처럼 돈만 가지면 해결되는 시대가 아니어서 직접 생산해 살림을 꾸리다 남은 것을 시장에 대가 팔아 살아갈 밑천을 장만했던 것이다. 여인들은 날씨를 보아가며 웬만하면 바다로 나가 물질해 해산물을 캐고 따다가 가계에 충당했음은 말할 것이 없다.밭 갈고
* 대천 바당 : 대천 바다, 너른 바다의 뜻* 페적 : 표적, 표시해 놓은 흔적 따위* 엇(읏)나 : 없다당연한 얘기다. 바다 위로 배가 지나갈 때는 순간순간 바닷물이 뱃전에 부딪혀 물거품이 일 뿐, 배가 지나가고 나면 잔잔해지면서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다.그처럼 세상에는 어떤 일을 했었음에도 자취가 남아 있지 않고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허무함을 직설하지 않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럴싸한 빗댐이다. 우리 제주 선인들, 사물의 이치에 통달했기로 이런 비유가 나온 게 아닌가. 제주의 속담을 음미하다 보면 색다른
* 간 듼 : 간 데는* 떼여 먹곡 : 떼어 먹고* 더 부튼다 : 더 붙는다당연히 떡은 먹다 보면 축나게 마련이다. 끊어 먹다 보면 양도 줄어들고 그 수도 줄어들지 않는가. 먹는 음식이라는 게 다 그렇다. 하지만 말은 다르다. 어떤 사실이 이 사람 저 사람을 거치는 사이에 달라져 버린다. 말에 말이 더 붙었으니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어늣새 그럴싸하게 내용이 바뀌어 있기도 한다. 듣는 이의 귀에 거스르지 않아 듣기 좋게 꾸며지는 것이다. 이른바 글을 좋게 한다고 화려한 말로 다듬어 윤문(潤文)하는 것과 같은 이
* 못 존디게 : 못 견디게 * 굴민 : 굴면* 용시 : 농사 / ‘용시’ 또는 ‘농소’→ 농사땅도 숨을 쉰다고 한다.이따금 한두 해 농사를 쉬었다 해야지 계속 작물을 재배하면 소득이 매우 안 좋다는 얘기다. 땅도 무리해 농사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못 견디게 군다’고 의인화한 표현이다. 사람이 일하다 지치면 고단한 신체에 휴식을 취해서 원기를 회복해야 하듯이, 땅에 농사짓는 것 또한 같은 이치라는 것을 매우 실감 나게 나타냈다.워낙 토질이 척박한 제주도는 예로부터 농민들이 이로 인해 보통 골머리를 앓았던 게 아니다. 5년이고 10년
* 독새기 : 달걀, 계란* 묻곡 : 묻고, (깊이) 품고* 조식 : 자식, 자녀옛날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이 어디 있었겠는가. 김치를 담가 두고 일 년 내내 먹으려면 기온 변화로 빨리 시어 버리므로 뒤란 같은 데 땅을 깊이 파묻었다. 오래 두고 먹기 위한 지혜였다. 갈치, 고등어, 우럭, 멸치 같은 어물을 볕에 말려 두었다 먹는 것도 부패를 막기 위한 경험칙의 소산이다.잘 말린 우럭을 고팡(광) 보리쌀 항아리에 넣었다가 제삿날 내놓아 바람 쐬고 석쇠에 구워 제사상에 올리던 기억이 난다.달걀을 잿속에 묻는 것도 한가지다. 재는 독한
* 소중이 : 고쟁이* 아덜 : 아들이 말엔 깊은 속뜻이 내포돼 있다. 그 속뜻을 음미해야 말속에 스민 부모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 낼 수가 있다.‘소중이’가 어떤 옷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소중이는 (제주방언으로 표준어로는 ‘고쟁이’) 고쟁이라 해서 한복 입는 여자의 속옷의 하나다. 속옷 위, 단속옷 밑에 입는 아래 속옷으로, 통이 넓지만 발목 부분으로 내려가면서 좁아지고 밑을 여미게 돼 있다. 쉽게 얘기해 치마 안에 입는 헐렁한 반바지 모양의 옷인데, 여름철에 많이 입으며 바람이 잘 통하게 무명, 베, 모시 따위를 홑으로 박아
* 모슴 : 마음* 달르곡 : 다르고, 같지 않고어떤 일을 시작할 때와 그 일을 끝낼 때의 마음이 다르다는 말이다. 어쩌면 기미(機微) 곧 낌새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시작이 반이라 하듯 일을 시작할 때는 그 일을 실현하려는 욕구로 충만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도 하려니와 정신적으로 몰두하게 마련이다. 반드시 이루고 말겠다는 성취동기가 강렬할수록 그런 행태 또한 강하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집념을 가지고 억척스레 시작한 일도 뜻한 것처럼 진행되지 못하면, 점차 느슨해지면서 애초의 적극적 자세가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
* 신칙이 : 신발 뒤축, 신발 발굽* 노픈 거 : 높은 것직설하지 않고 에둘러 말해 흥미로운 표현이다.앞뒤 대구(對句)를 구성하고 있는 두 구절의 뜻부터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신축이 노픈 거’는 신발 뒤축 곧 신발 굽이 높다 함인데, 이는 한 집안의 수준이나 위상이 높다는 뜻으로, 사둔(사돈) 집안의 가세(家勢)가 쟁쟁함을 우회적으로 빗대어 말한 것이다.그러니까 신 뒤축의 높이와 사돈의 지체가 엇비슷해야 한다는 비유다. 신 뒤축이 너무 높으면 걷기에 몹시 불편하다. 매한가지로 사돈 집안이 권세를 부리는 세도가이거나 하면 매
* 놈의 : 남들과, 타인들과(하고)* 대동 : 대동(大同), 새력이 하나의 튼 줄기에 합쳐짐, 대세(大勢)를 따름지금도 우리 지역에서 많이 쓰인다. “무스 걸 기영 어렵개 생각햄시니. 기냥 놈들 허는 냥 허는 게 수여 (뭣을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는 거냐. 그냥 남들 하는 양 하는 것이 상책이여.)” 사람은 개성을 갖고 있는 만큼 사고방식이 다 다르므로 어떤 일을 함에도 똑같을 수가 없다. 요령껏 쉽게 처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낑낑대며 어렵게 치르는 사람도 많다. 하도 굼떠 진전이 더디니 옆에서 보기에 답답할 수는 왜 없겠는가
* 뒈 : 되(升)* 골리곡 : 곯려, 곯게, 기준보다 부족하게 주고* 줄봉서 : 줄봉사, 여럿의 봉사도량형(度量衡)은 물건을 사고팔고 하는 상행위에서 기본이 되는 것이다. 길이와 분량과 무게를 재는 도구가 일정한 규격으로 만들어져 나와야 하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법에서 정한 도구를, 그것도 정직하게 사용해야 한다. 그게 질서다.물건의 길이를 재는 자(척·尺))가 규정대로 사용되지 않거나, 분량을 재는 되가 크고 작아 일정하지 않거나, 저울눈을 교묘하게 속이게 되면 나라의 상도덕이 근본적으로 무너진다. 도량형의 타락하면 상업이 피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