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열대우림은 한때(?) ‘지구의 허파’로 통했다. 지구 산소의 20% 이상을 생성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를 연 10억톤씩 흡수하는 것으로도 알려졌었다. 지금은 아니라고? 의문부호가 달린 이유가 있다. ‘브라질 아마존’이 더이상 ‘산소공장’이 아니라는 최신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미 ‘CO₂ 굴뚝’으로 변했다는 것이다.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동안 브라질 아마존 숲은 166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내뿜었으나, 흡수한 양은 139억톤밖에 안된다는게 과학 저널 에 실린 연
해마다 4월이면 제주도민들이 시린 가슴 부여안듯 광주시민들도 5월이면 심한 가슴앓이를 한다. 정부에서는 4월3일을 희생자추념일로, 5월18일을 민주화운동기념일로 지정해 제주4.3과 광주5.18을 대한민국 역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두 사건은 그 자체로도 참혹했지만, 그 후에 그 진상을 세상에 드러내고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도 항쟁이라 할 정도로 어려운 과정이었다. 그럼에도 그 진상들은 아직도 완전히 규명되지 못했으며, 깊은 상처는 아물지 못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제주4.3과 광주5.18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정치사적
“과거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이 한마디를 내뱉고는 다시 양로원으로 발길을 돌리던 할아버지의 뒷모습은 쓸쓸하다 못해 처연하기까지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덤덤한 듯한 말투가 외려 먹먹함을 더했다. 간첩 누명을 벗은 직후였다. 고(故) 오재선 할아버지(1941년생). 간첩으로 몰려 1986년 구속된 그는 30여년이 지난 2018년 8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복역 기간은 5년2개월. 특사로 풀려났으나 모진 고문으로 몸은 만신창이가 된 뒤였다. 그때 오른쪽 청력도 잃었다.뒤집어쓴 것이긴 해도, 혐의 자체가 우스웠다. 조총련
떡 한 접시“떡 가게 이웃에 가난한 홀아비 사무라이와 어린 아들이 살고 있었다. 하루는 아이가 떡 가게에서 놀다 돌아왔는데 떡장수가 찾아와 떡 한 접시가 없어졌다며 돈을 달라고 사무라이에게 말했다. 사무라이는 ‘아무리 가난할망정 내 자식이 사무라이 자식인데 남의 가게에서 떡을 훔쳐 먹을리 만무하다’며 항변했지만 떡장수는 수긍하지 않았다. 이에 사무라이는 그 자리에서 어린 아들의 배를 갈라 떡을 먹지 않은 증거를 내보인 후 그 칼로 떡장수를 죽이고 자신도 할복 자결해 버린다.”일본이 군국주의 시절, 그러니까 일왕이 태평양전쟁의 패배를
“내년 도지사 선거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도지사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는다. 분명하게 말씀드린다”임기를 1년 이상 남긴 원희룡 제주지사의 불출마 선언을 어떻게 봐야할까. 쿨한가 아니면 즉흥적인가. 일각의 지적대로 도백으로서 무책임한 면은 없는가?아무리 정치인의 말이라지만,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되지 굳이 따질 필요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선언 이후 레임덕 우려 속에 차기 후보군, 지사직 사퇴 시점 등을 놓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현안
투표는 민주주의 꽃이라 한다. 대부분 민주주의 사회는 투표제도를 운영하고 유권자는 공정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자로서 대표를 뽑거나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하지만 민주주의 꽃인 투표행위가 늘 공적 목적에 충실하지는 않는다.유권자들은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되는 0.5㎡ 공간에서 억눌렸던 감정과 불만, 욕구를 담아 선택한다. 지난 4월 7일 서울과 부산 보궐 선거는 정권 심판이라는 이름으로 요구와 욕망이 반영된 선거다.지난 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중 하나는 부동산 문제였다.집을 가진 사람들은 규제 강화로 재건축을 못해 개발이득이
2021년 4월 7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 보궐선거가 끝났다. 두 곳 모두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시장에 당선되었다. 예상된 결과였지만, 엄청난 표차에 놀랐다. 여러 실정(失政)이 원인이었고, 막판에 터진 LH 사태에 민심은 크게 움직였다. 국민들은 분개했다.여당인 민주당은 지지율이 한동안 높았고 이전 선거에서 연이어 승리했었다. 자만심이 쌓였던 걸일까? 높이 올라가면 내려가는 게 순리인 것인가? 정권 말에 인기가 높기는 쉽지 않다. 국정 책임을 지는 진영은 이를 비판하는 진영보다 훨씬 큰 고충을 감내해야 한다. 그럼에도 더불어민
동백이 원래 붉은 꽃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더 붉고 더 많이 피었다. 지난 3일 제73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되었다. 이날 추념식은 코로나19 방역으로 참석인원이 70여 명으로 제한되었지만,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방장관과 경찰청장이 참여하여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영령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헌화함으로써 4.3추념식에 새로운 전기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난 3월 23일 추가 진상조사와 희생자 특별재심, 특별 지원방안 강구 등 명예회복과 상처 치유를 위한 내용이 담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백년대계가 정치적 노름판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우려된다뒷맛의 찝찝함 원희룡 지사가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도민들의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강행”의사를 천명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여론 결과에 대한 입장문에서 원 지사는 “국토부에 있는 그대로 전달하겠다”고 밋밋하게 말하면서도 “주민들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정치적 수사(修辭)는 한 마디도 없었다. 단지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그의 공언으로 당연히 수용 가능성을 추론했을 뿐이다. 그러나 3년 전 공론화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국내최초 영리병원
본란을 통해 원희룡 도정의 제주미래비전을 높게 산 적이 있다. 도백이 누구든 평소 도정 칭찬에 인색한 편이라 오글거림이 없지 않았으나, 기대와 바람을 드러낸 것이기도 해서 글에 대한 반응에 신경쓰지 않으려 했다. ‘제주판 3김’의 폐해 종식을 고하며 등장한 원 도정이 청정과 공존을 핵심 가치로 삼은 것은 잘했다는 내용이다. 수십년의 제주 개발사(史)에서 빚어진 문제점을 제대로 짚었다고 판단했다.제주미래비전은 반드시 수립해야 하는 법정계획도 아니었다. 그만큼 난개발과의 결별, 변화에 대한 의지가 대단하다고 여겼다. 비전 수립에는 16
지난 3일 제주도 개발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났다.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가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가 신청한 사업계획 변경 승인을 부결했다. 이로써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여러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최종 승인단계에 있던 개발 사업으로는 처음으로 중단되는 사례로 남게 됐다.제주동물테마파크는 2003년 향토기업인 탐라사료 등 4개 업체가 ㈜제이에프에이(JFA)를 설립해 당시 북제주군 조천읍 선흘리 일대에 ‘제주 애니멀 팜 테마파크’를 계획하면서 시작됐다.이후 ㈜제주동물테마파크로 이름을 바꾸고 2007년 1월 관광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데
제주 제2공항 여론조사 결과 발표 이튿날인 2월19일. 원희룡 지사가 짧은 입장문을 냈다. 사실상의 결과 수용 선언이었다. 처음엔 긴가민가했다. 속내나 의도가 쉬이 짚이지 않았다. “조사 결과는 … 국토교통부에 있는 그대로 신속하게 전달하겠다” “국토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이제는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도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일에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묘했다. 입장문은 간결하고 드라이했다. 동시에 복잡한 느낌을 줬다. 소신이 꺾여서 체념한 것 같기도 하고, 늦게나마 민심을 받드는 도백으로 돌아오나 싶기
2015년 2월25일 오후 제주도청 대강당. 제주투자진흥지구 지정 혹은 해제 여부를 다루는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심의회가 열렸다. 투자진흥지구는 제주특별법에 정해진 투자 유치 인센티브 제도다. 안건은 8건이었으나 위원들의 시선은 한 군데로 쏠렸다. 성산포해양관광단지였다. 천혜의 해안 절경을 자랑하는 섭지코지가 있는 곳이다. 앞서 사업시행자인 ㈜보광제주는 투자진흥지구 지정 변경 계획안을 제주도에 제출했다. 계획안에는 사업기간 3년 연장과 지구 면적 조정안이 담겼다. 성산포단지 심의 차례가 되자 조용하던 회의장이 갑자기 술렁였다. 위원
제주에 살면서 ‘지역 발전’과 ‘지역 자치’에 자연스레 관심이 간다. 내가 사는 지역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지역 주민이라면 너무나 당연할 것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지방자치’라는 알려진 표현 대신에 ‘지역 자치’라는 말을 일부러 썼다. 중앙과 지방의 이분법에 기초한 ‘지방’이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싶었다.) ‘지역 발전’과 ‘지역 자치’를 생각할 때면 문득 떠오르는 건 필자가 유학했던 독일이다. 독일은 베를린이 수도지만 베를린 중심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독일 각 주는 지역 자치가 매우 잘 되어 있다. 지역의 역사와 문
오늘 아침 마신 삼다수 한 모금은, 어쩌면 반세기 전 한라산 자락에 내린 한줄기 비였는지 모른다. 국내 대표 먹는샘물 제주삼다수가 실은 땅속에서 오랜 ‘숙성’을 거친 지하수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삼다수 뿐만이 아니다. 제주 지하수가 다 그렇다. 8년전 쯤 눈에 띄는 연구 결과가 나왔었다. 조사 주체는 제주도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당 연구에 따르면, 제주 전체 지하수의 나이가 평균 22년, 최고 62년, 최저 2년으로 분석됐다. 여기서 ‘나이’는 지하수가 땅속에 머무는 기간을 말한다. 삼다수는 평균 18년으로 나타났다. 비가 지하로
인간은 망각의 동물. 너무 당연해서 진리랄 것도 없는 이 말을 최근 실감했다. 지난 18일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행안위를 통과한 후 기억을 더듬어봤다. 여야가 원만히 합의한 게 얼마만인가 했다. 4.3특별법은 1999년 제정됐다. 벌써 20여년이 지났다. 그 동안 여러차례 개정됐다.가물가물했다. 그만큼 나의 뇌리엔, 4.3 하면 어느 한쪽의 역할만 각인돼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실은 그게 아니었다. 내 기억에서 사라졌을 뿐이었다. 4.3에 관한 한 ‘잃어버린 9년’으로 일컫는 MB·박근혜 정부의 영향이 컸다. 불통
제주 제2공항 건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여론조사가 실시되었고 그 결과가 나왔다. 제2공항 건설 논란이 5년 넘게 지속되다 보니 해당 지역인 온평, 신산, 수산, 고성, 난산 지역주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성산읍민과 전체 제주도민들이 지칠 대로 지쳐있다. 이제 제2공항 건설 찬반 갈등은 끝내야 한다. 그러려면 찬반단체와 제주도민,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와 국토교통부는 전체 도민의 선택을 받아들여야 한다.제주 제2공항 건설 추진하자는 쪽과 철회하자는 쪽의 이유를 들어보면 모두가 제주도의 발전과 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 사회는 서로 다른 가치를 옹호하며 입장을 달리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갈등을 보편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갈등을 사회발전의 추진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2017년 10월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를 발표한 김지형 위원장의 서설(序說)은 예상외로 길었다. ‘어쨌든’ 가부를 논해야 하는 상황, 고심의 흔적이 엿보였다. 그만큼 당시 핵 발전소 건설재개와 건설중단을 요구하는 양쪽의 입장은 팽팽했다. 처음엔 물과 기름처럼 절대 섞일 수 없을 것처럼
ADPi 조사결과 투명한 재검증 과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첫 단추 다시 꿰기제주 제2공항 문제에 대한 해법이 결국 도민들의 선택으로 넘어갔다. 이렇게 손쉽고 당연한 길을 놔두고 애써 먼 길을 돌고 돌아 결국 여론조사로 귀착된 것이다. 제2공항이 모든 도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대사인 만큼, 여론조사는 오랜 기간 사업추진이 교착상태에 빠진 현 상황에서 가장 유효한 방법이었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첫 단추를 잘못 채웠으면 처음으로 돌아가야 하는 법이다. 위에 있는 단추를 매만지는 것만 고집하는 동안 아까운 재정과 시간을 소모한 것은 차치하
헌사가 과하다 여길 수 있다. 개의치 않겠다. 속에서 우러나왔기 때문이다. 기념비적 작품으로도 손색없는 제주돌문화공원. 이곳을 일군 두 주역 얘기를 할 참이다. 백운철(77) 민·관합동추진기획단장과 신철주(2005년 작고) 전 북제주군수가 장본인이다. 굳이 역할을 구분하자면 한 분은 통 큰 결단을 했고, 또 한 분은 공원에 인생을 걸었다. 하필 이 시점에 두 분을 떠올리는 건 지금이 아니면 마땅한 기회가 없을까봐서다. 늦지않게 공로를 조명하는 것도 역작을 만든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백 단장은 처음부터 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