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문화유적100] (72) 판포리 숭무할망당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승무할망당 ⓒ장혜련

판포리에는 본향당인 숭무할망당, 산짓당, 개당, 불미당 등 여러 당이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본향당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다. 예전에는 신목으로 폭낭팽나무이 있었으나 태풍 때 사라졌다.

숭무할망당은 산짓당 하르방당과 부부신이었다. 본향당은 산짓당에서 마파람이 부는 쪽에 좌정하고, 산짓당은 하늬바람 부는 쪽에 좌정했다. 본풀이를 보면 다음과 같다.

널개(板浦) 본향은 축일본향(丑日本鄕) 짐씨(金氏)할망, 오일본향(午日本鄕) 정씨하르방이우다. 채얌에 할망과 하르방이 부부간이 뒈였는데, 호(아래아)른 부인이 유태(有胎)를 호(아래아)젼 돗궤기 먹구정 난 통시에 간 돗솔(豚毛)을 하(아래아)나 메연 콧고망더레 찌른게 먹은간 씬간 허영게 남펜(男便)이 들어오란 부정(不淨)하(아래아)댄 허연 살렴을 갈르고, 하르방은 하니보(아래아)름 펜의 좌정(坐定) 하(아래아)고 할망은 보(아래아)름 알로 좌정허연 돗궤기(豚肉)받읍네다.

널개본향은 축일본향 김씨 할머니와 오일 본향 정씨 할아버지입니다. 처음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부
부간이 되었는데 하루는 부인이 유태(임신)를 하여 돼지고기가 먹고 싶어서 변소에 가서 돼지고기 털을
하나 뽑아 콧구멍에 찌른 것이 먹은 듯이 한 것이 남편이 들어와서 부정하다하여 살림을 가르고, 할아
버지는 하늬바람 편에 좌정하고 할머니는 바람 아래로 좌정해서 돼지고기를 받습니다. - 『무가본풀이사전』(진성기, 1991)

본풀이에 따르면 축일 본향 김씨 할망과 오일 본향인 정씨 하르방이 서로 부부 사이였는데 부인이 임신 중에 돼지고기를 먹는 부정을 저지르는 바람에 이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주의 본풀이에는 이렇게 돼지고기 부정에 대한 금기가 나타난다. 대개는 여성이 돼지고기 털을 뽑아 콧구멍에 찌르거나, 산돼지의 발굽에 고인 물을 빨아먹었다는 식으로 표현 되는데 돼지고기가 정확히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밝혀진 바 없으나 신화적 해석으로는 간음의 상징으로 해석하고 있는 학자도 있다. 신화는 시대를 반영한 산물이다. 여기서 우리는 가부장제적 세계관의 한 측면을 읽을 수 있다.

숭무할망당은 밭 사이에 큰 팽나무가 있고 여러 가지 나무들로 군락을 이루어 아늑한 느낌을 준다. 주위를 자연석으로 쌓아 담장이 둘러져 있다. 1973년 당시 당에 관련된 사무를 보던 총무 진씨 할머니가 주변을 정리하여 시멘트로 1m 정도 제단을 만들었다. 제물은 메 3기로 상, 중, 하궤에 1그릇씩 올려놓는다. 돼지고기도 올리는데 쇠고기가 있을 때는 쇠고기를 올린다. 연초에 갈 때는 첫 번째 수확한 곡식으로 메와 떡을 만드는데 소금을 넣지 않고 돌래떡을 빚어서 간다.

제일은 축일이다. 그러나 아이가 아프면 심방이 새도림(액을 쫓는 행위)을 했다. 마을의 풍요와 안정, 생산에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도 이 신에게 달려 있다. / 장혜련

* 찾아가는 길 - 판포리 마을회관 → 중동마을 끝 우회전 100m → 남쪽 100m 지점 나무군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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