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번영, 그리고 정의 - 바뀔 때가 된 IMF
평화, 번영, 그리고 정의 - 바뀔 때가 된 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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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주 칼럼] 탈(脫) 신자유주의의 과제

오바마가 영국의 양원합동 의회 연설에서 던진 제언이 '평화와 번영, 그리고 더 정의로운 세계'다. 아닌 게 아니라 이스라엘의 가장 끈끈한 후원자였던 미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 팔레스타인의 주장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

1967년은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주변의 땅을 점령한 해였는데 그 이전, 그러니까 1949년 정전 당시의 국경을 새로운 국경협상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대통령이 공언한 것이 그것이다.

물론 미국 정가 내부에서의 반발이 적지 않다.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미트 롬니는 미국이 과거의 우방을 버스 밑에 처박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난한다.

아랍 봉기(Arab Spring)의 초기에 미국이 한 역할은 친미 무바라크 정권을 지켜주지 않은 것밖에 없다.

그러나 행하지 않은 것이 행함보다 효과가 컸다. 세계에서 아무도 군사적으로 대적할 자가 없다는 오만에 빠질 수 있는 나라, 미국이 평화와 번영이라는 명제에 더해 정의로움(Just)이라는 가치에 부합하기 위해 고심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변화의 백미는 미국 경찰에 의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의 구금이었다. 증인도 없이 한 호텔 여종업원의 말을 믿고 일등석에 앉아 있던 국제적 거물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것, 더욱이 그 모든 과정이 불과 몇 시간 안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만일 그것이 함정수사가 아니었다면 이것은 인권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호되어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 것이겠다.

후임 총재를 찾아야 하는 IMF에도 변화의 조짐이 있다. 이제까지 총재는 유럽인, 그 밑의 수석부총재는 미국인이라는 구도를 이어왔기 때문에 프랑스 재무장관 크리스틴 라갸드는 차기 총재로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에 대항해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 아가스틴 카스텐스가 후보등록을 했다. 이제는 신흥국의 이익도 반영되는 IMF가 되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

정의로움에 부합하려는 오바마

그러나 이 구도의 이면에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대치를 떠나 '신자유주의(neo-lieralism)와 신자유주의를 반성하려는 이데올로기의 대치'라는 성격이 있다.

이제까지 IMF의 방향을 이끌어 온 것은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이데올로기인 신자유주의였다.

금융시장에서 신자유주의는 규제완화와 금융시장의 증권화를 도모한다. 또한 구제금융을 받는 국가에 대해 주문하는 구조조정 항목에 국영기업의 매각과 국가 기간산업의 민영화를 빠뜨리지 않는다.

그리스의 경우 세금은 늘리고 정부지출은 줄여야 함은 물론, 당장 지금까지 국영이었던 전화, 우체국, 수도사업, 항만, 심지어 복권사업까지 민간에 매각해야 한다. 아테네와 테살로니카항구의 항만 운영권도 중국의 국영기업인 COSCO로 넘어갈 판이다.

이 와중에, 먼저 구제금융을 받았던 아일랜드에서는 야당들이 IMF 조건을 재협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걸고 지난 2월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그런데 정작 미국은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규제되지 않는 금융시장의 위험성을 혹독하게 학습했고 또한 경제운영에 있어서도 인플레이션 억제를 지상과제로 삼는 화폐주의를 졸업했다. 이어 재정적자를 키우더라도 일단은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케인지안(Keynesan) 처방으로 전환했다.

스스로는 그러하면서 경기침체 및 유례없는 엄청난 청년실업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게 IMF의 돈을 빌려 썼다는 이유로 정부 재정지출을 삭감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이중잣대'에 지나지 않는다.

IMF 총재는 전체 187개 회원국들의 지분을 반영한 집행 이사회의 결의로 선출된다. 유럽의 지분은 모두 32%에 달하지만 중국을 포함한 BRIC 4개국의 11%에 한국, 일본, 멕시코 3국의 9%를 더하면 20%가 된다. 따라서 17%의 지분을 가진 미국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다.

탈(脫) 신자유주의의 과제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하기는 유럽 내에서도 독일을 중심으로 증권화보다는 은행의 기능을 중시하고 금융 종사자의 모럴 해저드를 경계해야 한다는 반성이 없지 않다.

금융시장에 있어서 정부 개입의 여지를 인정하는 면에서 이들은 미국보다는 아시아와 더 닮아 있기도 하다.

아랍세계를 대하는 자세에서, 그리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추구에 임하는 전략에서 변화를 보이는 미국까지 IMF의 변화를 바라는 대열에 서준다면 6월 말에 단행될 IMF 총재 후계구도는 예상을 뒤엎을 수 있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 이 기사는 내일신문(http://www.naeil.com) 제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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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2011-06-05 01:27:33
잣대,한 개만 있어야 모두가 믿고 맡기는데
두 개가 있으니 믿을 수가 없잖아요,미국!
119.***.***.73

면수동 2011-06-02 15:45:26
97년, 우리의 처절하고 아픈 기억이 되살아납니다.금융인조차도 'IMF'가 뭔지 제대로 모르던 그 때.국가의 위정자들을 비롯한 모든 국민이 우왕좌왕 하며 미증유의 공포와 암울한 미래에 대한 절망......, 모럴 해저드와 투기자본과 먹튀자본이 한대 어울려 신자유주의 광풍속에 우리나라도 유럽도 그렇게 휩쓸렸군요.
121.***.***.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