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의 도시읽기] 제주 주요건축물(key building)에 대한 고민

조안 부스케츠(Joan Bousquets)는 문화적, 경제적인 상징적 건축물을 주요건축물(key building)로 묘사하면서, 이러한 상징적 프로젝트가 그 주변 조직과 유기적 관계를 맺음으로서 문화적 영향력 뿐만 아니라 거시적인 스케일에서 도시 조직을 바꾸게 만드는 촉진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임동우,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에서 인용). 예를 들면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이 주요건축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주의 주요건축물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삼십년 전에는 제주의 주요건축물로 꼽을 수 있는 건축물을 제주시 칼호텔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을 봐서는 랜드마크의 성격이 강할 뿐 주요건축물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제주의 관문이 되는 제주공항이나 제주항연안여객터미널의 경우도 관문의 역할에는 충분하지만 주요건축물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제주컨벤션센터나 제주월드컵경기장 그리고 수많은 호텔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많은 거대 건축물이 제주에 있는데 왜 주요건축물이 되지는 못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건축물이 지어진 주변 지역과 관계를 맺는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축물은 개인 소유의 땅에 개인의 자본을 들여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유한 사람이 어떻게 하든 제한을 하기 어렵지만 최소한의 도시적 위계를 유지하고, 도시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수평적 수직적 밀도를 조절하기 위해 지역지구제와 같은 도시계획적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용도 지역지구제만으로는 개별 건축물들이 지역과 관계를 맺기에는 부족해 보이며 이는 건축주와 건축가들의 혜안을 통해 관계를 맺어나감으로서 주요건축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건축주와 건축가들에 의해 거대 건축물을 지어놓기만 해서 주요건축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이어줄 수 있어야만 주요건축물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때 굳이 거대건축물이 아니어도 지역에 큰 역할을 하고 도시적 차원에서 주변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 건축물이라면 주요건축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태생적인 요인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건축물도 주요건축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주요건축물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건축물이 있을까요? 도민과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소통을 전제로 한다면 제주도청, 제주시청, 서귀포시청이 있으며, 일시적으로 대기하는 시스템인 제주공항보다는 한두 시간의 여유가 있는 제주항연안여객터미널이 가능성이 있으며, 문화적 집적도가 있으며 도심에 가까운 제주문예회관이나 현재 지어지고 있는 서귀포문예회관이 잠재력이 있습니다. 한라도서관이나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등은 도심에서 멀어 주요건축물로서의 역할을 하기 힘든 건축물입니다.
 

▲ 제주도립미술관 ⓒ이승택

▲ 제주현대미술관 ⓒ이승택


주요건축물이 지역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은 한 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임을 생각하되, 주요건축물을 통한 지역 주요건축물이 랜드마크 건축물로 오해를 하고 거대건축물을 짓자는 오해는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는 서귀포시 출신으로 제주 오현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계획설계전공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현재 제주대학교 건축학부에 출강하고 있다.

특히 제주시 지역에 문화 인프라가 몰려 있는 데 문제 의식을 갖고 서귀포시에 다양한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6년에는 서귀포시에 갤러리하루를 개관해 40회의 전시를 기획해 왔으며 2009년부터는 문화도시공동체 쿠키를 창립 다양한 문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공공미술과 구도심 재생 등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데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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