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림 축산농 2인 장애인 보금자리 종자돈 2억 기부 ‘훈훈’

20억, 아니 200억 같은 2억이다.

제주시 한림읍사무소에 최근 장애인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달라는 종자돈으로 2억원이 쾌척돼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한림읍에서 축산업을 하고 있는 ‘익명’의 50대 축산농가 대표 2인이 그 주인공이다. 

15일 제주시 한림읍사무소에 따르면 이들 ‘얼굴 없는’ 독지가 2인은 매년 임대한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집을 비워달라는 건축주의 요구 등으로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사재를 털어 장애인들을 위한 생활공간인 재활복지시설을 지어달라며 최근 각각 1억원 씩, 총 2억원을 읍사무소에 전달해왔다.  

평소에도 나눔과 기부활동에 적극적이었던 2인의 독지가는 지적장애인 5명과 교사 1명이 함께 살고 있는 한수리 모 연립주택 내에 소재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한곳과, 금성리 소재 서부장애인복지센터의 장애인들을 위해 장애인시설 신축기금으로 2억원을 쾌척한 것.

이들 두 장애인시설은 모두 타인 소유 건물을 1년 단위로 임대해 사용해왔지만 장애인 시설이라는 사회적 편견 등으로 매년 임대계약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건축주로부터 종종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받기도 했고, 주변 일부 주민들로부터는 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딱한 소식을 들은 2인의 독지가는 2억원을 선뜻 쾌척하면서 장봉구 한림읍장에게 “장애인들이 마음 편히 머무를 영구적인 보금자리를 하루빨리 마련해 더 이상 이사 다니거나 눈치 보는 없었으면 좋겠다”며 “지역에서 축산농가를 운영하면서 지역사회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할 수 있는 계기를 찾고 있었다. 저희의 작은 정성이 그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한사코 신분을 밝히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어느 재벌가에서 내놓았다는 수십억 기부금 소식보다 평생 힘들게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어느 김밥집 할머니의 정성이 더 큰 감동인 것 처럼, 평범한 축산농가 대표 2인이 장애인들을 위해 함께 내놓은 이번 2억원의 기부금이 200억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한편 제주시 한림읍사무소는 이들 독지가 2인이 기부한 2억원을 종자돈으로 해, 한림읍 소재 사회복지법인 한림 소망의집 부지 내에 이르면 다음 달부터 건축설계를 시작으로 올해 10월말까지 건축면적 약 250㎡ 규모의 장애인 생활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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