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미술관 ‘제주작가 초청전’서 만난 4명의 작가

제주도립미술관(관장 부현일)에선 7일 독특한 전시가 열렸다. 30~40대 제주작가들을 조명하는 전시였다. 신진작가와 중견작가 사이에 낀 세대여서 주목받지 못했다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7일 오전 기자프리뷰에서 만난 이 시기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중요한 때’를 맞고 있었다. 30대 초반은 ‘신진작가’ 꼬리표를 떼는 작업 중이었고 40대 작가는 자기만의 주제 안에서 또 다른 변화를 꾀하는 중이었다.

이날 만난 김지은, 부지현, 오민수, 고남수 네 작가에게 ‘30~40대, 작가로서 어떤 시기를 보내고 있냐’고 물었다. 작품의 성격이나 장르 모두에서 다른 이들은 도립미술관의 표현대로 ‘제주 미술계의 허리’를 받치고 있는 이들이다.

▲ 7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제주작가 초청전' 참여 작가. 오민수, 고남수, 김지은, 부지현 작가(왼쪽부터).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인천과 서울에서 주로 활동하는 오민수(33) 작가는 오랜 타지 생활에도 불구, 고향 제주에 대한 추억과 기억에 의존한 제주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일부가 소개된다.

대학 졸업 후 6~7년의 시간이 흐른 오 작가는 이제 ‘신진작가’라는 타이틀을 떼려 발버둥치고 있었다. 그는 “신진작가라 불리는 시점에서 작가스러워져가는 시점이라 생각한다”면서 “무게감을 더하고 관객과 소통하려는 중요한 시점이 지금”이라고 말했다.

오 작가는 도약판을 밟았다. 올 8월 일본서 개인전이 열리는 등 활발한 활동이 준비돼 있다. 그는 “오래 거주했던 인천을 주제로 한 시리즈와 함께 고향 ‘제주 시리즈’도 함께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서 흔치 않은 설치 작업을 하고 있는 부지현(32) 작가 역시 제주 미술계의 기대주다.

판화로 시작했던 작업은 설치로 진화중이다. 판화에서의 에디션은 집어등 수집 날짜로 바뀌었다.

오징어배의 집어등을 모아 푸른빛을 더해 밤바다를 재현시켰다. 관람객이 페달을 밟으면 물결도 친다.

판화에서 설치작업으로 옮겨온 지도 5~6년이 됐다. 그의 작업은 집어등 자체를 하나의 판형에서 찍힌 판화 작업으로 보고 있어 판화와 설치의 경계선에 서 있다는 평을 받는다.

부 작가는 “나에게 최근 30대 초중반은 몇 년 전부터 작업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는 시기”라며 “아무래도 20대 보단 깊이에서 달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대학과 대학원 생활로 서울에 있다 2007년 제주에 내려와 판화작업을 하고 있는 김지은 작가.

전국적으로도 판화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점차 줄고 있는 가운데 재료를 구하기도 어려운 변방인 제주에서 꿋꿋이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판화 작가다.

“판화를 일반 인쇄의 복제 작업으로 여기지만, 각 에디션(edition.한 판으로 찍어낸 작품 수)마다 고유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독창성)가 있다. 이를 알아본다면 판화의 매력을 알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제주에선 판화 작가가 흔치 않아 재료 구하기 등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고향 제주에서의 작업이 좋단다. 김 작가는 “서울보다 환경적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30대 후반 서울서 갖 내려와 가졌던 작업에 ‘날이 섰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이번 작업만 봐도 한층 부드러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거울 속의 거울’ 연작을 만들어오고 있다.

▲ 작품 설명을 하고 있는 '제주작가 초청전' 참여 작가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고남수(43) 사진작가는 “사진작가의 40대는 가장 왕성할 때”라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신진작가’라 불리는 30대에 첫 주제를 잡고 5년에서 10년 정도 완성하시키게 된다. 지금은 다음 테마를 잡아갈 때”라고 말했다.

제주의 오름을 10여 년간 카메라로 포착해 왔던 고 작가는 이제 더 깊은 오름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 그의 새로운 주제는 ‘숲’이다.

그는 “지금이 나에겐 아주 중요한 시기”라며 “오랜 시간 오름을 주제로 사진을 찍어온 내가 새로운 주제를 찾아가는 시간이면서 연습을 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 과정에 있는 시도가 이번 전시에 소개된다.

변화를 꾀하고 있는 그지만 신진작가들에게는 “한 가지 테마를 잡으면 되든 안 되든 계속해서 밀고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시행착오는 항상 뒤따르게 마련”이라며 “방법, 기술적 시련을 꼭 한 번 겪어야만 극복하는 시간이 점차 짧아진다”고 말했다. 유행을 좇아 쉽사리 주제를 바꾸는 후배들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이다.

이들 네 작가를 포함한 강지만, 오미경, 이경재, 이옥문 등 총 8작가의 작품 42점은 제주도립미술관 상설전시실에서 오는 9월 13일까지 만날 수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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