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어버니즘(New Urba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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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주 칼럼] 골목상권 살리는 보행자도로

자동차 시대의 초창기 1920년대 뉴욕에서는 하루 한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클레런스 페리라는 이름의 도시설계사가 근린단위 계획(Neighborhood Unit Plan)을 발표한 것이 이때였다.

중앙에 초등학교를 두고 사방 800미터 이내, 즉 20분 이내로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마을을 조성한다. 적정 인구는 초등학교 하나에 맞는 9000명, 면적은 160에이커 (20만평 골프장 하나 크기)인데 이 계획이 가장 강조한 것은 보행자와 자동차가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보차분리(步車分離) 원칙이었다. 이러한 마을 여러 개를 차도로 연결한 것이 하나의 도시로 된다는 디자인 개념이었다.

1992년 이후 미국의 뉴 어버니즘(New urbanism) 운동도 도시 디자인의 몇 가지 원칙으로서 첫째 보행과 대중교통 이용에 적합할 것, 둘째 친환경 친생태적일 것, 셋째 다양한 용도와 상이한 소득계층의 인구를 수용할 것 등을 강조한다.

이 운동의 창시자격인 건축가 피터 칼소프(Peter Calthorpe)는 "도시가 커지면서 멀리 교외로부터 시내로 출퇴근해야 하는 식의 발전은 녹지대를 파괴하고 자동차 의존을 심화시키는 주범"이라고 말한다.

또한 도시의 평면적 외연확장(스프롤 현상)은 고속도로 유지관리와 장거리 송전 등 정부의 보조에 의해 가능한 것인데 그 사회적 비용이 과소평가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 대안으로서 분산형 도시가 아닌 집합형 도시를 만들 것을 주문한다. 일과 주거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성장이 진정 '똑똑한' 성장이라는 것이다.

집합형 도시 설계는 잘 정비된 인도가 필수다. 이로 인하여 유동인구의 보행거리가 자연 늘어나기 때문에 골목 상권이 살아나고 나아가 일자리도 늘어난다. 걸어다닐 수 있는 만큼 근린점포에서 쇼핑할 기회가 더 주어지기 때문이다.

골목상권 살리는 보행자도로

자이메 레르네르 시장의 20여년(1971~1992)에 걸친 신념과 시행착오의 산물인 브라질의 꾸리찌바시는 이러한 이론에 부합하는 사례에 속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세가지 기본조건(Triple Bottom Lines), 즉 사람(people)과 환경(planet)과 경제(profit)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도시로 평가 받고 있다.

2000년 이후 미국의 도시경관 디자이너 마이클 아스(Michael Arth)가 주도하는 신 보행자주의(New Pedestrianism)도 뉴 어버니즘의의 후속 운동이다.

자동차의 역할을 최대한 축소하자는 것이 주목적으로서 차는 뒷길로 다니게 하고 건물의 앞 쪽으로 나무가 있는 길을 두어 보행자와 자전거가 다니게 하자는 보행자지상주의다.

토지개발공사에서 택지를 분양한다고 하여 인터넷 입찰을 통해 제주도 함덕의 땅을 구입한 지 5년이 넘었다. 오늘까지 나만이 아니라 아무도 집을 짓지 않는 연유를 알아보니 보행자도로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는 불만이 들린다.

집들이 들어서고 나면 양 옆으로 주차된 좁은 길 가운데로 어린 아동들이 보행을 해야 할 것을 상상하니 그야말로 3류 마을이 될게 뻔해 보인다.

일본의 온천 휴양지 유후인에서의 료칸 여행 중의 일화다. 가게들이 즐비한 마을 중심가에 인도가 따로 눈에 뜨이지 않았다. 차도 지나가고 사람도 걸어간다.

가게 주인에게 왜 인도를 만들지 않았느냐고 물었는데 그때 들은 답이 아직도 뇌리에 뚜렷하다. "이것은 인도입니다. 인도를 자동차가 가끔 이용하는 거지요. 따로 만들지 않은 것은 인도가 아니라 차도랍니다."

아닌 게 아니라 자동차들은 기어가고 있었고 길가에 주차된 차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인도(人道)입니다"

늦어지는 경기회복, 늘어나는 실업을 걱정하는 글과 말이 나라 안팎으로 우리를 위압하고 있지만 뾰족한 길이 안 보이는 요즘이다.

전국의 도시 디자인을 일거에 뜯어 고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우선적으로 보행자도로를 정비하는 것은 도로변의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제를 위하여도 시급하고도 값진 사회적 투자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동계 올림픽을 유치한 평창에 앞으로 수년간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동계 스포츠는 하계와 달리 부자운동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선수단이나 동반가족들의 소득수준이나 눈높이도 높을 것이다.

경기 시설 자체도 중요하지만 도시 전체의 구체적인 디자인이 이 행사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이다. 그러한 투자는 차후 평창의 시장 가치도 높여 줄 것이다.

그 첫 요건으로서 상쾌하고 안전하며 기능적으로도 우수한 보행자 도로를 갖춘 멋진 도시를 건설할 것을 주문해 본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 이 기사는 내일신문(http://www.naeil.com) 제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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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2
제주도민 2011-07-13 14:54:21
도민들이 자동차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고는 어렵습니다.
보도와 자전거도로에 떡 하니 주차된 자동차 이러한 상황에서 누가 걸어다니며,
누가 자전거를 타겠습니까?
2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