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재. <뉴시스>
【뉴시스】탤런트 이순재(76)가 막무가내식 드라마 제작 환경을 꼬집었다.

13일 서울 장충동2가 신라호텔에서 KBS 2TV 새 수목드라마 '공주의 남자'(극본 조정주·김욱, 연출 김정민)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순재는 이 드라마에서 조선 최고의 권력자 '김종서'역을 맡았다. 1991년 KBS 2TV 드라마 '파천무'에서 같은 배역을 연기한지 21년 만이다. "전에 맡았던 김종서는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정치적 이념의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김종서는 노인부터 시작해 죽게 돼 아쉽다"고 토로했다.

1956년 데뷔한 이순재는 올해로 연기 인생 55년째다. 많은 작품들을 경험하다 보니 작금의 '쪽대본', '생방송 촬영' 등 제작 시스템에 아쉬움이 있다. 특히, 아이돌 가수 출신 연기자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연기라는 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대본을 주고 대사만 외운다. 그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 "연기에도 본질은 있어야 한다. 발성, 분석하는 능력 등 바탕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돌 친구들을 기본적으로 훈련시켜서 내보내면 롱런할 수 있다. 그냥 배우로서 시험을 봤을 때 몇 명이나 합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외부적인 조건으로 떴으면 거기서부터 시작이 돼야한다. 안주하다 떨어지니까 좌절한다는 말은 건방진 것이다."

이순재는 "물론 돈 버는 목적으로 연기하려면 빨리 벌어서 나가면 된다. 하지만 예술적인 측면으로 평생 연기자 길을 걷고자 한다면 기본을 다져야 한다. 하지만 드라마 제작 시스템부터가 잘못했다. 몇 번 아이돌들을 쓰다가 연기력이 안 되면 쓸어버린다. 아이돌들은 계속 나오니까 아깝지 않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외국에서는 사전제작을 한다. 6개월씩 훈련시켜서 TV에 나오면 훌륭한 재목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2~3개월도 준비하지 않은 채 대본을 던져주고 바로 촬영에 들어가니 안 된다. 시간적인 면부터 잘못됐다. 다들 연기를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아까운 소재들이 준비시키지 않는 바람에 쉽게 버려지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이순재는 이번 '공주의 남자'로 MBC TV '마이 프린세스' 이후 4개월 만에 컴백했다. 계유정난을 '관련자들의 2세'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김종서' 이순재(76)의 아들 '김승유' 박시후(33)와 '수양대군' 김영철(58)의 딸 '세령' 문채원(25)의 비극적 사랑을 담는다.

20일 오후 9시55분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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